대선 판세, 마지막 변수에 달렸다

          범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돼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실시되는 조기 대통령 선거일을 5월9일로 지정하면서 불출마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은 차기 대선 구도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 진영이 구심점과 기반을 잃으면서 형성된,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선 구도’가 채 두 달도 안 되는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2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보수 주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도 사퇴한 이후 그 표심을 황 권한대행이 상당 부분 흡수했다가, 최근엔 이마저 주춤하면서 부동층만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오히려 야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다소 상승했을 뿐, 야당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인 기본 구도엔 큰 변화가 없다.  중도 유권자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됐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도 아직까진 답보에 가깝다. 그러나 대선에 가까워져올수록 대한민국의 이념 지형상 ‘보수’ 대 ‘진보’의 대결 양상은 어떤 식으로든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는 탄핵 사태를 맞아 갈 곳을 잃은 보수 세력을 규합할 ‘보수 대연합’이 이뤄질 지, 현재 야권 주자 중 누가 보수 진영을 끌어안기 위해 선거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편할지 등에 달려 있다. 차기 대선의 ‘구도’를 정할 마지막 변수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원톱’
황 권한대행은 일단 보수 진영에서 유일하게 10%대의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여왔던 주자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보수 진영에선 군소 주자 10여명이 난립할 뿐 대혼란 상태다. 보수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한국당 경선이 사실상 홍준표(사진) 경남지사의 ‘독주 체제’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동시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대통령을 두 번 연속 낸 여당이 ‘탄핵 심판론’에 갇혀 이번에 후보조차 못 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이 갈라져 있는 데다 ‘보수 대연합’을 위한 시간도 충분치 않은 상태다. 고만고만한 보수 후보들이 여러 명 나와 표를 더욱 분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통상 역대 대선에선 보혁 양자 대결의 기본 구도에 제3의 후보가 가세해 어느 한 쪽 표를 잠식하는 식으로 치러지곤 했다. 반대로 ‘박근혜 정권과 차별화한 보수 대연합’을 위한 각 당 경선과 논의가 극적인 흐름을 탄다면, 국민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희정이 민주당 경선을 넘을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네 사람 중 한 명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이들 중 누구도 경선 결과에 불복해 단독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이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을 방불케 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문 전 대표나 안 지사 누가 나와도 보수 진영과 양자 대결, 혹은 3자 대결에서도 승리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는 밖에서 볼 땐 안 지사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굳이 문 전 대표를 끌어내릴 이유도 없지 않느냐’며 당내 문재인 대세론을 강화시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안 지사는 ‘대연정’과 국민 통합을 주장하는 등 상대적으로 보수층의 환영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젊고 대선 첫 도전이어서 ‘정치 신상품’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문 전 대표 측이 당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선의 고비를 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다.

퇴임 이정미 재판관“법, 고통 따르지만 이롭다”
화합과 상생 메시지 전해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정미(55ㆍ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의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한비자를 인용해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법지위도전고이장리, 法之爲道前苦而長利)”고 말했다. 사흘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기까지 감내한 고뇌와 앞으로의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권한대행은 “헌재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198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용돼 서울지법 판사와 울산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를 역임했다.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임하던 2011년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으로 헌재는 당분간 ‘7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된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 권한대행 다음으로 선임인 김이수 재판관이 맡게 될 전망이다.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는 6일 지명된 이선애(51ㆍ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가 청문회를 거쳐 헌재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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