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정치인생 마감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으로 ‘19년 정치인생’을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어려웠을 때 도와줬던 인연 때문에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고 말했던 40년 지기 최순실 씨 문제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데 이어 신체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것이다. 대통령의 딸에서 ‘선거의 여왕’으로 변신하고 18대 대선에서 승리해 첫 여성 대통령에 등극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힌 박 대통령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지난해 11월 2차 대국민담화)라는 회한을 남긴 채 옥중 생활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은 1997년 12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시작됐다. 1979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18년 은둔의 시기’를 보낸 박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방관할 수 없다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대중 앞에 섰다. 이어 1998년 4월 대구 달성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여의도에 입성했다. 19대 때까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대통령은 미래연합 창당 등 혼란기를 거쳐 2004년부터 여의도에서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등장해 정치적 입지를 넓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2년 3개월 동안 당 대표를 지내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등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40대 0’이라는 완승을 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었고 유력 대권 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러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때 당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면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가운데 2009∼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원안을 고수,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면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2012년 대선에 승리해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집권 4년 차인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도 뿌리째 흔들렸다. 박 전 대통령이 한때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몰아붙였던 비선실세 문제가 표면화되고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최순실 씨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것이다. 특히 민주화 투쟁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매주 주말 계속됐고, 국민적 퇴진 요구를 확인한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 칩거하면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별검사 수사에 대응, 명예 회복을 시도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헌재는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을 ‘8대0’ 만장일치 결정으로 파면했으며 특검은 활동 기간 종료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검찰에 넘겼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 소환조사와 30일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석해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일관하게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수단은 본인 말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정 투쟁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18명의 공범들
공범 18명 중 11명 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되면서 이미 기소된 ‘국정농단’ 공범 18명(구속 11명)과 운명공동체가 됐다. 이번 사태 ‘구속 1호’인 최순실씨가 대기업 18곳에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으로 774억원의 출연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지난해 11월3일 구속된 지 5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공범들의 기소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6가지 혐의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박 대통령이 상당 부분 공모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처음 지목된 것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기록을 넘기기 전까지 최씨 등 11명을 기소했는데, 이들 중 6명(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차은택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재됐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공범 12명을 기소하며 삼성 뇌물과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추가했다. 특검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의 공범들은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5명,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지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7명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 중 10가지 혐의를 공유하고 있다.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이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최다 공범인 최씨와 같은 구치소에 머물며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최씨 다음으로는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6가지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 중 케이티(KT)가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주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을 받는 차은택씨의 1심이 4월말에 선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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