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문재인 당선자는 당선인 신분 없이 곧바로 직에 올라 임기를 시작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라는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국정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문 대통령은 경​상도 및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지역별로는 물론, 연령대별로도 비교적 고른 득표를 보이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문재인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의 호칭으로 불려진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간절함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오늘의 승리는 간절함의 승리”라며 대국민 감사인사를 전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 이후 치러진 이번 대선은 과거 대선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기존의 ‘진보 대 보수’의 구도가 무너졌을 뿐 아니라 영호남 지역구도로 후보가 나뉘었던 ‘낡은 정치의 셈법’도, 역대 대선 막판의 변수였던 ‘후보 단일화’도 없었다. 거대 양당 후보의 2파전 대신, 다섯 후보가 경쟁하는 다자 구도로 끝까지 완주했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조기 대선에 후보를 판단할 시간이 제한적이었지만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투표율은 77.2%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외선거 투표율 역시 역대 최대치인 75.3%를 기록했으며, 전체 유권자(4247만 명)의 26%가 넘는 1107만 명이 표를 던져 역대 사전투표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나라 안팎의 온 국민이 새 대통령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정국이 유례없는 조기 대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욱 뜨겁게 만든 것이다. 제 19대 대통령 문재인 당선인의 대표공약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대통령'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정책을 한층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그는 자신의 일자리 공약을 '21세기 한국형 일자리 뉴딜'로 명명했다. 공공부문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 81만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 등 총 1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일자리 창출 공약이다. 민간 일자리 늘리기의 핵심 방안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52시간 법적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기만 해도 새로운 5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다. '권력개혁'도 문 후보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특히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대통령 업무시간을 24시간 공개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과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을 통한 검찰 권한 제한도 약속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재벌적폐 청산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며 '4대재벌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과 함께 '동북아책임공동체 구축', '전시작전권 조기환수' 등도 공약에 올렸다. 안보 분야는 한미동맹과 신뢰를 바탕으로 호혜적 관계 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머릿속은 후보 시절 표를 얻기 위해 준비한 개혁 과제와 정책 추진 일정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서둘러 치러진 대선에서 후보들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책임질 수 없는 달콤한 공약들을 쏟아놓았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지금, 안타깝게도 여소야대의 상황이 발목을 잡는다. 주요 대선 후보 5명이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반 지지는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역시 최고 지지율은 40% 중반에 그쳤다. 국회 상황도 새로 출범한 정부에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 원내 1당인 민주당도 의석수는 120석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파 12명의 입당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100석에도 못 미치는 94석에 머물고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는 국민의당이 40석, 바른정당이 20석, 정의당이 6석으로 새 대통령이 어느 정당에서 나오든 단독으로는 법안통과마저 불가능한 상황이다. 새 정부가 역대 '최약체'의 정부가 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겸손과 협치 없이는 정치를 풀어갈 수 없다.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대한민국을 치유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야 한다. 대통령은 후보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좌절과 열망을 먼저 생각하면서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국민의 51%의 지지율을 받고도 박근혜는 탄핵을 당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는 안보 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해 전쟁을 막는 일이다. 우리끼리 눈만 뜨면 싸우는 상황에서 핵무기로 위협하는 김정은과 거칠고 강한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을 상대할 방법은 없다. 현재 가장 민감한 남북 문제를 다룰 때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으로 토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대하는 통일부, 외국으로 보는 외교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주적으로 보는 국방부, 간첩 침투를 막기 위해 감시 대상으로 보는 국정원의 시각이 고루 반영돼야 국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함께 했던 네 명의 유력 주자들 또한 저마다 강인한 색깔을 보여줬다. 파국의 정세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용기있게 나선 이들도 그냥 소멸하기엔 아까운 정치 자산들이다. 당선된 문재인 후보의 ‘적폐 청산’ 캐치프레이즈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홍준표의 ‘친북 저지’, 안철수의 ‘패권 교체’는 각각 충성스러운 지지 기반을 두고 있었다. 심상정의 ‘노동이 당당한 사회’와 유승민의 ‘가치를 추구하는 서민 보수’는 경이로운 실험이었다. 이들이 내놓았던 적폐 청산, 친북 저지, 패권 교체, 노동사회, 서민 보수의 가치가 공존하는 관용의 시대를 보고 싶다. 이렇게 하면 새 지도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원로로서 우리사회의 튼튼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2000여 년 전 내전을 수습하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황금 시대를 연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를 음미하기 바란다. 국민들은 박근혜의 몰락으로 가치(價値)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 법과 상식을 우습게 여기고 힘과 세력으로 우격다짐하면 다 되는 줄 아는 패권 정치의 비참한 결말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이 교훈을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진지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고 '혁명'에 준하는 대격변을 겪었다. 촛불집회의 결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성공함으로써 당당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세웠다. 그러나 국론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호의 새 선장이 결정되었다. 유권자도 대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새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은 승리감에 도취해 교만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고, 다른 후보를 지지한 국민도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며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전쟁을 막고 경제를 살리는 진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무거운 만큼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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