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느려 큰 사고 막았다”

          “지나가는 줄 알고 뒤돌아봤는데 느닷없이 ‘쿵’하며 부딪쳤습니다.” 9일 낮 경북 영덕군 강구항 동방 130㎞ 해상에서 훈련 중인 미국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함과 부딪친 502 남양호 선장 신현우(56)씨는 “두 배가 속도가 느려 다행이지 빨랐다면 대형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원 5명은 모두 잠을 잤고 나 혼자 선장실에 있었는데 배 충돌로 벽에 머리를 부딪쳐 아직도 멍하다”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고 선원도 모두 무사하다”고 안도했다. 구룡포 선적 홍게잡이 배인 502 남양호는 지난 8일 새벽 3시 20분께 구룡포항을 떠나 울릉도 근해에서 조업한 뒤 구룡포항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새벽 조업으로 선원들은 선실에서 잠을 잤고 신 씨만 자동항법 장치를 켜고 선장실에 혼자 있었다. 신 씨는 “대형 함정이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다 지나갔으려니 생각하고 무심코 뒤돌아봤는데 시커먼 선체가 서서히 접근하더니 그대로 우리 배 앞부분과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어선은 길이 14m에 9.77t 크기로 6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로 우현 선수 부분이 약간 찌그러지는 경미한 피해만 났다. 어선과 충돌한 레이크 챔플레인함은 배수량 9천600t인 순양함이다.동해에서는 지난 29일부터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CVN 70)와 구축함인 웨인 E. 메이어함(DDG 108), 마이클 머피함(DDG 112), 스테덤함(DDG-63)을 비롯한 유도미사일 순양함인 레이크 챔플레인함(CG 57)이 연합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한반도 해상에서 훈련 중인 미국 함정과 우리 어선이 충돌하는 사고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502남양호는 오후 7시 30분께 구룡포항에 무사히 들어왔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선장 신 씨를 상대로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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