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의 러시아 유착 의혹을 수사해온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경질하고 수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미국 정치권과 학계에서 ‘탄핵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도 탄핵 카드를 꺼냈다. 코미 전 FBI 국장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진영을 도왔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국장 해임사태를 진실을 덮으려는 트럼프의 만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태는 일파만파다. 지금 트럼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은 제2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까지 불리며 미국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대선 기간에서부터 지금까지 트럼프가 러시아와 은밀히 접촉하여 대화통로를 마련했고, 국제 정보전과 관련하여 대통령 및 고위관료들이 국가 기밀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했다는데 있다. 논란이 된 기밀서류는 미국 정부가 수집한 IS 정보로 미국내에서도 공유가 엄격히 제한된 정보이다. 그런데 이를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유하면서, IS 기밀정보를 캐고 있는 요원들까지 위험에 처한 꼴이 된 셈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 신임을 얻고 있는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 커넥션의 핵심인물로 떠오르면서 트럼프는 사면초가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정부 인수위와 러시아간 비밀채널을 만들자”고 제안한 사실이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의해 밝혀지며 더욱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 제안이 ‘간첩 행위’로도 여겨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 넉 달 째를 맞고 있지만 안팎으로 되는 일이 없다. 지지율은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중점 정책들은 의회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지지율 추락의 핵심 원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반이슬람 정서에 기반한 인종주의적인 정책에 대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비판이 이어졌으며 법원의 제동으로 실제 정책화하는 데도 실패했다. 또, 트럼프는 제1호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폐지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보수층은 오바마케어를 약간 수정했을 뿐이라며 불만이다. 북핵을 다루는 솜씨도 능숙하지 않다. 오히려 어린 김정은에게 끌려가는 모양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들어가는 10억 달러의 비용을 한국에서 지불해야 한다는 발언도 외교 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화당의 거물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홍석현 미국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즉 트럼프는 사드 문제도 미 정계와 의견 조율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트럼프발(發) 위기는 제임스 코미 국장의 해고로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휘두르는 FBI 총 책임자를 전격 해임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해고하면 공화, 민주 양당이 좋아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트럼프가 보기에 공화당 입장에서 코미는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을 파헤쳐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또, 민주당 입장에서 코미 전 국장은 지난 대선에서 투표일 직전에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치명적인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으로 뽑혔기에, 그를 해고해도 애석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계산은 틀렸다. 누가 보기에도 트럼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법 절차를 방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코미를 해고한 것에 대해 자랑했다. 미국 언론을 배제하고 러시아 언론에만 공개된 자리에서였다. 결국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커넥션’의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다. 지금 야당은 코미 전 국장을 곧 열릴 국회 청문회의 증인으로 세워 트럼프 측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금까지 미 의회가 탄핵안을 처리한 것은 두 건이다. 1868년 장관해임 문제로 의회와 충돌한 앤드루 존슨과 1998년 천박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난 클린턴 대통령이다. 둘다 하원에서만 가결되고 상원에서 부결됐다. 일명 지퍼 게이트로 불리는 클린턴 탄핵심판과정은 막장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이 살아난 것은 과연 음란 행위가 헌정질서를 파괴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탓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닉슨 대통령은 탄핵직전에 하야했다. 버텼다면 확실히 탄핵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국장 해임은 닉슨 전 대통령 시절의 ‘토요일 밤의 대학살’을 연상시킨다. 토요일 밤의 대학살은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를 직접 해임했던 사건을 말한다. 이후 뜨거운 비판에 직면한 닉슨 전 대통령은 결국 하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을 해임하자 미국인들이 닉슨을 떠올려 ‘화요일 밤의 대 학살’이란 이름을 붙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트럼프가 FBI 국장을 경질하자, 지난 17일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를 결정하고 이를 진두지휘할 특별검사로 로버트 뮬러 전 국장을 공식 임명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상당수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흠 잡을 데 없는 훌륭한 선택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뮬러 국장은 10년간 FBI를 이끄는데 있어 모범적 사례를 만들었고, 법 집행과 국가안보 수호에 흠잡을 데 없는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 등을 감안했을 때 FBI의 연속성이 현시점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5월 12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뮬러 당시 FBI 국장의 임기를 2년 연장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한 말이다. 공화당 정권에서 발탁됐고, 4개월 뒤 10년 만기 은퇴를 앞둔 미국 최고 정보기관장에게 민주당 정권이 임기 연장을 부탁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상원의 만장일치로 임기가 2년 연장된 뮬러 전 국장은 2013년 9월 4일 1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당시 뮬러 전 국장은 야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영웅’이란 칭송을 받았다. 그는 FBI 국장 재임 시절 ‘어떤 권력과도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FBI의 권위를 바로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CNN 방송은 민주당 의원 가운데 하원 10명, 상원 1명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탄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하야까지 2년이 걸렸다. 클린턴에 대한 성추행 고소에서 탄핵까지는 4년이 걸렸다. 트럼프도 좌충우돌하다가 임기는 끝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의 탄핵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공화당의 탄탄한 기반 때문이다. 1974년에 닉슨 워터게이트 사태 때는 대통령이 공화당이었는데 의회 다수당이 민주당이었다. 클린턴의 당시 98년 르윈스키 스캔들 때는 대통령이 민주당이었지만 다수당이 공화당인 의회였다. 탄핵이라는 것은 어찌되었건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 간에 기싸움이다. 이런 상호 견제 상황이었던 과거 2차례의 탄핵사태와는 달리 트럼프의 경우, 대통령도 공화당인데다가 의회 다수당도 공화당이다. 공화당내에서 트럼프를 거부하는 의원들이 증가한다고 해도,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는 싫어해도 공화당을 사랑하기에 트럼프 탄핵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만 그의 울화통이 우리 쪽으로 향해 터지지 않기만을 가슴 졸이며 지켜볼 뿐이다. 더불어 트럼프를 정조준 할 FBI의 전설 뮬러 특별검사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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