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입학?“전공도 몰라”국정농단?“저는 좀 억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1)가 덴마크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된 지 151일 만에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정씨는 31일 오후 3시15분쯤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수갑 찬 손목을 수건으로 덮고, 모습을 보인 정씨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씨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은 엄마가 알아서 한 것이고 삼성의 승마 지원 문제 등 다른 특혜 사실은 부정했다. 검찰은 정씨가 네덜란드에서 국적기인 대한항공 여객기에 타자마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발급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정씨를 체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인과 격리할 경우 불법 구금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업무방해와 제3자 뇌물수수,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를 체포한 이후 48시간 내에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씨에 대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담당한다. 특수1부는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혐의 등을 수사한 부서다. 첨단범죄수사1부도 정씨와 관련된 조사를 일부 진행한다. 정씨의 변호는 이경재 변호사 등 최씨 변호인단이 맡는다. 그러나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씨를 접견한 뒤 “검찰이 (이대) 학사 비리 공범 혐의를 입증하려면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뇌물 혐의도 조사는 하겠지만 전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이날 밤 조사를 마치고 어머니 최씨가 있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일단 수감됐다. 검찰은 “구치소에서 두 사람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귀국하게 된 배경은.
“아들과 가족 없이 혼자 있다 보니 빨리 입장을 전달하고 오해도 풀고 싶었다.”
- 삼성이 특혜 지원한 것을 알고 있었나.
“돌이켜 보면 어머니에게 삼성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삼성전자 승마단이 6명 지원했는데 그중 한 명인 줄 알았다.”
- 이화여대 특혜 입학은.
“대학교에 가본 적도 없어 입학 취소는 당연하다.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 한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 죄송하다.”
- 국정농단 억울한가.
“어머니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른다. 억울하다.”
- SNS에 돈도 실력이라고 말했는데.
“그땐 어리고 제가 다툼이 있었다. 누군가 돈으로 말을 탄다는 얘기를 해서 욱하는 마음에 그랬다. 어린 마음에 썼던 것 같은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속상할 것 같다.”
-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수혜자로 돼 있는데.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별로 없다. ”

징역 7년 구형받은 최순실 “유라 용서해 달라”

          31일 오후 2시 48분쯤 서울중앙지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이 최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에 대해 재판부에 7년형을 요구한지 30여 분 뒤인 오후 3시 21분,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기자들 앞에 선 정씨는 어머니에게 내려진 구형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상태였다. 특검팀 박충근 특검보는 구형에 앞서 “오늘은 특검팀이 출범한 지 6개월이 된 날이자 정유라가 범죄인 인도절차에 따라 체포 송환됨으로써 국정농단 사건의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날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씨가 이화여대 입학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언급했다. 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일부 학부모의 비뚤어진 자녀 사랑에서 비롯된 통상의 입시비리 사건이 아니라 비선 실세와 그 위세에 영달을 꾀하고자 한 교육자들의 교육농단 사건”이라고 말했다. 구형 동안 뭔가 적거나 눈을 감은 채 깍지를 끼고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던 최순실씨는 자신의 최후진술 차례가 되자 눈물로 정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최씨는 “유라는 자기 인생을 승마를 위해서 바쳤는데 대학을 권력과 재력으로 들어가려 했다는 SNS 글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정치적 상황으로 승마를 포기해야 했던 상황에서 이대에 유라를 특별히 부탁할 이유가 없었다. 부디 유라를 용서해주시기 바라고 앞으로 남은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주시기 바란다”며 오열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면서 40년지기 곁을 떠났어야 했는데 신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남은 것이 후회스럽고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비선 진료’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이영선 전 행정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강제 구인됐지만 끝내 출석을 거부해 이 전 행정관의 재판은 5분 만에 끝났다. 특검팀 장성욱 특검보는 “건강상 이유로 집행을 강하게 거부했는데 여성이고 전직 대통령이어서 강제력 동원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유라 입국에 대한 이대생들의 반응

         “학교는 간 적도 없고 내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정유라 씨가 한 말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불을 붙인 된 이화여대 학생들은 정 씨의 귀국을 어떻게 봤을까.  이화여대 학생 이모(23)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유라란 이름을 더이상 입에 올리기도 싫다”며 “생각도 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대 학벌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했는지, 이대 졸업장이 그렇게 중요했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3학년 박모(22)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비슷한 나이의 학생으로서 솔직히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며 “정유라가 엄마의 욕심에 휘둘린 면도 있지만 SNS에 ‘돈도 실력’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봐선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작년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시킨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사건과 정유라 씨 특혜 논란은 나비효과처럼 거대한 부패의 몸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화여대에도 역사적인 변화가 있었다. 개교 131년만에 처음으로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총장을 중도 퇴진시키고 직선제로 총장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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