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유하고 겸손하다”는 말은 예수님이 자신에 대하여 표현한 말입니다. 이사야는 장차 오실 메시아를 “그는 소리치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아 밖에서 그의 소리가 들리지 아니한다”“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버리게 아니하신다”(공동번역)고 표현했습니다. 아! 얼마나 온유하고 유순한 분인가. 얼마나 여리고 착한 분인가. 이사야는 그의 모습을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이라고나 할까!”(사53:2)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연두빛의 햇순!
1.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
한국식 표현으로 말한다면 그는 잎 사이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분, 개미 밟히는 것이 마음 쓰여 잔디밭을 걷지 못하는 분, 낙엽 밟기 불쌍하여 피해 걸어가는 분, 군마 타기 죄송하여 새끼나귀 타고 오시는 분!  그러나 오늘 신약의 본문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치고, 상을 뒤엎고, 비둘기 장을 엎어 버리고, 돈궤를 쏟아 버리고 완력으로 사람을 내쫒고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꾼의 소굴로 만들지 말라” 하면서 욕을 하며 내어 쫓았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 자처하면서 세리의 집에 들어가 대접받고, 바리새인을 욕하면서 바리새인의 초청에 쾌히 응했습니다. 마태복음 23장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 있을진저’라는 저주가 계속 나옵니다. 그의 입은 점점 거칠어져 뱀, 독사, 여우, 무덤, 죽은 사람의 뼈가 막 뛰어 나옵니다.
2. 말과 행동에 보이는 모순
예수님이 체포당할 때의 의연하고 용기있는 모습은 말고의 귀까지 붙여주지 않았습니까. 십자가 상에서의 행동도 양극적입니다. 고통의 절정에서 “저들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  얼마나 초인적으로 침착합니까. 그러나 갑자기 “엘리 엘리… “ 부르짖고 “목마르다”고 절규하는 행동은 앞의 행동과는 걸 맞지 않습니다.  “겉옷을 팔아 검을 사라”고 한 것은 언제고,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하리라”고 하실 때는 언젭니까.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 아느냐? 평화가 아니라 검을 주려고 왔다” 이것이 평화의 왕으로 오신 분의 말입니까. 더욱 놀라운 발언은 “세상에 불지르려고 왔다”(눅12:49)고 했습니다. 방화자로 오시다니! 놀랍습니다. “이방의 길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도시로도 가지 말고 다만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이것이 우주의 왕으로서 할 말입니까. 정반대로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가라고 하실 때는 언젭니까. “여인이여 당신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섭섭한 말씀을 하실 때는 언제고 마리아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것은 언젭니까. 동생들이 명절에 예루살렘으로 상경하여 이름을 내라고 강요할 때 “내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겠다”고 해놓고는 동생들 몰래 다른 길로 동생들 보다 먼저 상경하는 이유는 뭡니까(요7:3-10)? 무화과가 열리는 계절이 아닌데 열매가 없는 건 당연하지, 그걸 나무에게 저주하여 말라 죽게 하시다니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단호한 칼날같은 성격인가 하면 정에 무르고 울기도 하는 분, 그는 노도광풍과 잔잔한 호수를 함께 가졌습니다. 적어도 구세주라면 일관성있는 인격자이어야 할 게 아닙니까? 예수님의 원수들이 그를 오해한 이유 중 하나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입니다.
3. 영안으로 볼 때 모순은 없어진다.
계시된 부분만큼 우리는 하나님을 압니다. 하나님을 다 통달하거나 예수님을 마스터(master)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밑을 모를 심연(P. Tillich의 표현)이요, 캄캄한 미로(Calvin 표현)이듯이, 예수님은 ‘다는 모를 분’입니다. 그는 믿음의 대상이지 인식의 대상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면모에서 모순이 없다면 그는 아주 작은 인물입니다. 대상이 클수록 모순이 많고 모를 점이 많은 법입니다. 자연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자연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적으로 이해할 때가 아닙니다.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풀 위에 눕고, 풀 냄새를 맡으며, 자연 속에 잠길 때,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을 가장 잘 아는 순간은 자연에 묻혀 자연을 예찬하는 시인이 되는 순간입니다. 시(詩)란 분석적 이해가 아니라 윤곽적 이해요, 직관이요, 느낌입니다. 실크 천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반드시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아 그 섬유를 분석할 때가 아닙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아무리 고급 실크라도 굵은 밧줄처럼 보입니다. 실크를 잘 아는 방법은 옷을 만들어 입고서 피부로, 온몸으로 그 촉감을 감상할 때 입니다. 소인은 위인을 모릅니다.  육적인 눈만 가지고는 영적 존재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만나 변화되어, 그리스도와 일체감을 가지지 못하면 그리스도를 모릅니다. 우리가 변하여 새 삶이 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독생자를 잘 알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잘 아는 방법은 예수님을 객관적인 대상으로 두고 분석해서가 아니고 예수님 속에 들어가 예수 품에 안기워서 눈 감고, 입 다물고, 더듬어서, 아니 냄새로, 아니 피부 전체의 느낌으로 알 때 입니다. 그때 예수님은 모순이 없고, 아름다운 분, 조화로운 분으로 보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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