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외교적 파장‘최소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한 청와대 조사가 실무 책임자인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문책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청와대는 5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을 통해 위 실장이 보고서 초안에 있던 ‘발사대 6기’라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하고, 위 실장을 직무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고 누락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에 보고 누락 파문을 계기로 새 정부가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개혁은 물론 전면적인 방산비리 조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나 김관진 전 실장까지 문책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무 책임자인 위 실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선에서 파문이 봉합됐다. 이를 두고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 한·미 양국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모두에게 최우선 목표는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안보·전략의 초석일 뿐 아니라 미국에 있어서도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유지·강화를 위해 반드시 지켜가야 할 핵심축이다. 더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모두 사드 배치 문제 말고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 정부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민간차원의 접촉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국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 대화도 하기 전에 갈등을 키우는 일은 서로 자제키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충일 추념식 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는...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하재헌(23) 중사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 중사는 2년 전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 대통령 내외 주변으로는 지난해 군 복무 중 지뢰 폭발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경렬(22)씨와 2년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당시 부상을 한 하 중사와 김정원(26) 중사 등이 앉았다. 통상 현충일 추념식에서 4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들이 자리했던 대통령 곁에는 올해 국가 유공자들이 앉았다. ‘보훈 위상 강화’를 약속해 온 문 대통령의 기조를 반영한 듯 곳곳에서 국가 유공자들을 예우하려는 흔적들이 보였다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2015년에 김정원·하재헌 중사(당시 하사)가 북한의 지뢰도발로 중상을 입고 입원치료 중일 당시 직접 문병을 갔었다. 사고 직후 바로 위문을 갔으나 절대 안정이 필요한 관계로 만나지 못했고 이후 또다시 병원을 찾아 위로했다.

‘사드 보고 누락’시치미 뗀 한민구 장관은 면죄부?
남는 의문점 3가지

         청와대가 5일 고고도방어체계(THAAD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남아 있다.
1. 정책실장 혼자서 결정?
청와대는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보고서 초안에 있던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초안에 있는 ‘발사대 6기’, ‘추가발사대 4기’가 적혀 있었다. 이미 배치된 2기 외에 4기가 추가 반입돼 보관 중인 사실이 명확하게 문구 있었다”면서 “보고서 점검 과정에서 위승호 실장이 이런 문구를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누락에 대한 책임을 확인한 사람은 위 실장 한명이라고 윤 수석은 전했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보고서의 내용을, 그것도 대통령 관심 사항인 사드와 관련된 핵심 팩트를 삭제하면서 장관이나 차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정책실장 혼자 결정했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고의적 누락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2. 대통령 권한대행한테는 보고하면서 대통령한테는 왜 숨겼나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전 정부 때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한테도 보고한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윤 수석은 “지난 정부에서는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이 국가안정보장회의(NSC)에 보고되어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어떤 의도로 보고를 안 했는지 묻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구태여 누락을 하려고 했는지 의도성에 대해서는 제가 이해하고 해석해서 말해야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다”면서 “아직까지도 의도성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을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있다.
3. 시치미 뗀 한민구 장관은 면죄부?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사드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 조사 지시를 발표할 때 한 장관이 시치미를 뗀 사실을 강조했다. 당시 윤 수석은 “지난달 27일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인지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다음날인 28일 한 장관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되었다는데요””라고 물었지만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보고 누락에 한 장관도 개입돼 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정의용 실장과의 오찬 때 한 장관이 했던 발언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 장관도 당시 오찬에서 4기 추가반입을 숨긴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왜 책임을 묻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찬이)사적인 부분일 수 있고 공적 부분일 수 있는데 그 부분 정책실장이 질문했었고 답변이 왔었고 (한 장관이) 답변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정 실장이 판단해서 질문을 추가적으로 하지 않았다”면서 “추가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판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곧 국방부 장관 인사가 있을 예정이라는 이유로 한 장관에 대해 지휘책임도 물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하극상 내지는 항명으로 볼 수도 있는 사태에 대해 장관에게는 지휘책임 조차 묻지 않으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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