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허공에 날린 수백억

           “경찰로부터 A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전달받은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 성폭행 사건 보도로 피해를 본 게 있더라도 소속사가 직접 나서서 ‘그게 아니다’라고 밝힐 생각은 없다. 다만 실명이나 소속사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돌 성폭행 사건이 터진 후 거론됐던 A 소속사의 답변이다. 지옥의 구렁텅이가 될 뻔 했던 사건은 하루 만에 피해 여성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해당 아이돌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경찰은 그를 소환 조사하지도 않을 것이라 밝혔다. 만약 이전처럼 혐의만으로 실명부터 거론됐더라면 해당 아이돌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성폭행 여부를 떠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얼룩이 자리했을 터다. 추락한 이미지는 제 궤도에 올라오기가 힘들어졌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성추문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겪어야 했던 수순이다. “사건의 진위가 밝혀지기 전에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언론사들의 횡포”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사건 초반과 법정 판단이 극명하게 다른 성추문 사건은 스타들이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다. 연예인이고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기에 성추문에 휘말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잘못이 크다는 의견도 있지만 ‘성(性)’은 개인적 영역이기에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이전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숨통을 짓누르는 행위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 수백억원 허공으로
실질적으로 최근 성추문에 휩싸인 이들은 부단한 노력 끝에 이룬 많은 것들을 잃었다. 무혐의는 받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광고, 작품 등 계약이 중단되거나 불발됐고 추진 중이던 작업들이 무산되곤 한다. 박유천은 계산이 불가할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 2009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이었던 동방신기의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탈퇴한 후 나와 초기자본 3억원, 소속아티스트 JYJ로 시작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7년 만인 2016년 4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알려진 매출액이 이 정도로 당시 현금 지급 등 문제가 지적되면서 실제 매출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JYJ의 해외공연 성공 등으로 큰 수익을 거둬 성장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회사매출 60~70% 정도를 JYJ가 차지한다. 그렇기에 박유천 사건으로 인해 박유천 본인은 물론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입은 손실은 예측불가다. 박유천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었고 굿즈 등 기타 수익까지 딱 떨어지게 손실을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연예계 관계자들은 박유천이 성추문 사건으로 입은 손실을 수백억 원대로 봤다. 박유천의 열애 및 결혼 보도가 나왔을 때 박유천 측근은 “박유천은 현재 연예계 생활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 사실 은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박유천이 은퇴까지 생각하게 한 가장 큰 이유로 성폭행 사건이 꼽힌다.
■ ‘연루’ 만으로도…일 끊기는 직업
이진욱은 고소사건으로 인해 중단된 기존 광고를 포함, 향후 예상됐던 CF나 드라마 등 미래 기대수익까지 100억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블랙야크 측은 이진욱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출국금지로 촬영을 하지 못했다. 이후 손해비용 청구 요구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구체적 위약금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롯데리아, 아우디코리아, 블랙야크, 샘소나이트 등 10여개 기업은 이진욱이 출연하는 광고를 전면 중단하는 등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진욱에 대해 “이진욱 씨 같은 경우는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이미지 타격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광고를 다시 진행하더라도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긴 무명시절을 거쳐 주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싶을 때 벌어진 사건이라 이진욱이 입은 손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원이 이진욱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피해’ 주장 여성에게 무고 혐의 무죄 판결을 내리는 아리송한 판결을 내리면서 이진욱이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기에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익 근무 요원 복무 중 성 추문을 일으킨 이민기는 소집 해제와 동시에 자숙에 들어갔다. 이민기는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클럽에서 여성 A씨와 즉석만남을 가진 뒤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혐의없음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이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해 8월 소집해제 된 이민기는 복귀작으로 거론된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 출연을 고사했다. 출연 불발이 앞선 성 스캔들과 관계없다고 해명했지만 관련 의혹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이민기는 공익근무요원 복무 전 2014년 3편, 2012년 2편, 2011년 2편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다. 데뷔 후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했고, 연기력에 있어서도 인정받는 배우였기에 소집해제 후 활발한 활동을 했을 것이라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 소집해제 이후 촬영할 작품까지 검토했던 그는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1년 여를 쉬게 됐다. 여기에 더해 이민기는 무혐의로 끝난 성 추문 사건 이후 심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까지 알려졌다. 최근 KBS 주말극 주연으로 본격적 복귀를 알린 배우 박시후는 지난 2013년 성폭행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5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공주의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 등을 거쳐 한류스타로서 한창 각광받을 때 터진 사건. 기존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고 가족 기획사를 꾸리려던 그는 일본에서 예정돼 있던 수십억원 대 광고와 국내외 작품 등 예정돼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같은 해 해당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검찰은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그는 3년을 쉬어야 했다.
■ 경제적 손실보다 뼈아팠던 추락
엄태웅은 성폭행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유부남이었던 데다 아내가 임신 중이었고, 여기에 더해 성매매 부분까지 인정되면서 엄태웅은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성폭행 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인 2015년 엄태웅의 출연료는 3억원 이상이었다. 결혼 전까지 매해 2편 이상씩 다작하는 배우였지만 2014년 영화 ‘일리있는 사랑’ 후로 2016년작 드라마 ‘원티드’가 전부였으니 금액적으로 큰 손실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매매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치명타를 입었고, 이전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쌓아올린 가정적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함께 동반한 엄태웅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고소를 취하하거나, 연예인들이 합의를 시도하거나, 다양한 경로로 사건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예인은 고소장이 접수되는 시점부터 이름이 까발려지고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수없이 ‘성추문 연예인’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일반인들도 만약 이런 소문에 휩싸이면 다니던 직장을 아무렇지 않게 다닐 수는 없지 않나. 경제적 손실도 막대한 게 사실이지만 이를 떠나 한 사람을 이미지로 죽이고 살릴 수도 있는 일이기에 성추문 사건의 경우에는 실명이 공개되는 시점이 신중하게 정해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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