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고 또 먹고... 이런 내가 무섭다

“음식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먹고 먹고 또 먹어요. 제 배는 마치 거대한 블랙홀 같아요.” 주부 이호란 씨(48세. 서울 송파 거주)는 주체할 수 없는 식욕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입맛이 없어 못 먹는다는데 그런 기분을 이호란 씨는 이해할 수 없다. 입맛이 없거나 혹은 앞에 놓인 음식이 당기지 않는 일은 결코 그녀에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음식이든, 어떤 종류건 모두가 맛있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키 160cm에 8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날도 부쩍 많아졌다. 그녀에게 지금 절실한 소원은 단 하나! ‘나도 한 번쯤 입맛 좀 잃어봤으면….’

아마도 이호란 주부처럼 끝없는 식욕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월요일마다 후회를 한다. 모처럼 쉬는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쉴 새 없이 먹을거리를 찾는다. 배가 고파서도 아니다. 식탁에 놓인 사과도 보이면 먹고 싶고, 냉장고 속 아이스크림도 그냥 두기 힘들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한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늘 입던 바지도 꽉 끼고, 재킷도 거북하게 온몸을 옥죄어 오기 일쑤다. 왜 그럴까? 왜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끊임없이 음식을 탐하게 될까? 자, 지금부터 먹고 또 먹는 과식… 그 속에 숨어있는 위험한 욕망을 파헤쳐보자.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배가 고플 때도 먹고 고프지 않을 때도 먹어요. 기쁠 때도 먹고 슬플 때도 먹죠.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음식 앞에서는 도무지 제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먹고 먹고 또 먹고… 그런 다음에 물밀듯 밀려드는 비참함, 후회. 그것을 알면서도 음식에 대한 욕구는 좀체 통제하기 힘들다.

도대체 음식이 뭐길래 우리는 그 유혹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까? 먹고 먹고 또 먹고 끝없이 먹게 될까? 도대체 왜 내 위는 포만감이라는 걸 모를까? 그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차의과학대학교 항노화연구소 김상만 교수는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내 몸의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뭔가를 섭취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밝히고 “이러한 배고픔은 크게 두 가지 기전에 의해서 일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혈당이요,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위장이 비어있을 경우다.

혈당과 위장이 배고픔을 불러일으키는 진원지라는 말이다. 우선 혈당 이야기부터 해보자. 아마 건강다이제스트 독자라면 혈당하면 혈액 속에 들어있는 당분이라는 것쯤은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 혈당이다. 골칫덩이 혈당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혈액 중의 당이 많아서 생기는 지긋지긋한 병이 당뇨병인 까닭이다. 이러한 당이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에도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김상만 교수는 “우리 뇌는 혈액 중의 당이 떨어진 것을 감지하게 되면 식욕중추를 자극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공복감”이라고 밝히고 “우리 몸은 공복감을 느끼게 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면서 음식을 먹게 된다.”고 말한다. 위장이 비어 있어도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는 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 배고픔을 나타내는 상징처럼 돼 있는 ‘꼬르륵, 꼬르륵’ 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그 소리, 배에서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은 대부분 위장이 비어 있다는 증거다.

김상만 교수는 “그렇게 되면 위가 수축을 하게 되면서 그렐린이라는 장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고 밝히고 “이것이 뇌에 전달되면 공복감을 느끼게 되면서 먹을 것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우리에게 배고픔을 안겨주는 주범이다. 이런 신호를 느끼게 되면 먹을 것을 찾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는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서 숟가락을 놓게 된다. 이것이 정상이다. 또 우리 몸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결코 포만감을 모르는 애완용 쥐 기니피그처럼 먹이를 주면 한꺼번에 다 먹고 배가 터져 죽는 어리석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부턴가 먹고 또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데 있다. 그것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한 행동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다. 이른바 과식하는 ‘나’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나, 도대체 왜 그럴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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