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강북구에 대거 출몰

          최근 서울 도봉·강북구 일대에 긴 더듬이를 가진 엄지손가락 크기의 곤충 떼가 출몰하고 있다. 지역 인터넷 카페엔 지난 20일 전후부터 ‘바퀴벌레처럼 생긴 벌레 수십 마리가 길에 죽어 있거나 날아다닌다’ ‘흉측하게 생겼다. 방역해 달라’는 글들이 이어졌다. 신고를 접수한 도봉구청이 출동해 확인해 보니 ‘하늘소’였다. 통상 ‘미끈이하늘소’로 불린다. 같은 딱정벌레목 하늘솟과이지만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와는 다르다.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수액을 먹어 산림청에서 해충으로 분류했다. 참나무와 밤나무 등에 서식해 도심보다는 산에서 주로 발견된다. 도봉구청은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방제를 실시 중이다.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주민들은 “아이가 등굣길에 미끈이하늘소 수십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저녁엔 날아다니기까지 해서 밖에 나가기 무섭다”며 하소연 중이다. 미끈이하늘소는 밝은 빛에 반응하기 때문에 야간에 불을 밝힌 업소 주변에 몰려든다. 서울 쌍문동 편의점 직원은 “밤이 되면 곤충들이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게 안까지 들어와 곤란하다”고 했다. 서울 지역 해충 방제 작업 총책임을 지는 서울시는 국립산림과학원·국립수목원의 전문가들과 함께 하늘소들이 도심으로 내려온 원인을 파악 중이다.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이시혁 교수는 “미끈이하늘소는 건강한 나무보다 기력이 약해진 나무에 서식한다. 최근 중부 지역에 ‘참나무 시들음병’이 많아져 신갈나무 등 참나뭇과 나무들이 피해를 본 것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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