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거세다. 올해 초 콜로라도를 비롯한 미국내 19개주에서도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 콜로라도주는 시간당 9달러 30센트, 매사추세츠와 워싱턴주, 뉴욕시의 최저임금은 미전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시간당 10달러 50센트로 인상되었다. 이밖에 코네티컷, 버몬트, 애리조나 주의 시간당 최저임금도 10달러대에 도달했으며, 알래스카, 하와이, 메인의 최저임금은 9달러대가 되었다. 이 외에도 미주리주, 워싱턴DC와 메릴랜드, 오리건 등도 올해안에 최저임금을 올릴 예정이다. 특히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말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 선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올해 초 영국은 선진국 중 처음으로 생활 임금제를 시행했다. 올 4월부터 25세 이상 근로자는 시간당 6.7파운드에서 7.2파운드로 0.5파운드 인상을 적용받고 2020년에는 9파운드를 받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시급 1000엔을 목표로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는 화두다. 지난주 한국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6470원보다 16.4% 오른 금액이다. 209시간 월급 기준으로 157만3770원이며, 인상률은 16.8%를 기록한 2001년 이후 최대 폭이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최종 수정안으로 노동계로부터 7530원, 사용자 측으로부터 7300원을 제시받고 표결을 통해 이렇게 결정했다. 그러나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을 것이다, 라는 찬반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하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주고, 고용주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의무화 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측은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빈부격차를 줄이고 가계 소득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계소득이 높아지면 구매력도 커져서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의 생산성도 함께 높아진다. 아울러 이직률 감소에도 효과적이라는 순기능을 염두해 둔 논리이다. 하지만 반대측의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기업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기업들은 높아진 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떠넘길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임금과 외식비, 소비자 가격 등이 오르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구매력이 다시 떨어지는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LA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식당 주인이 음식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해졌다. 뉴욕에서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수십년된 유명 식당들이 속속 음식값을 올리거나 문을 닫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집중분석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초일류 식당이 밀집한 뉴욕에서는 식당 경영도 어려운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존립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6년에 8.75달러에서 9달러로 올랐고, 연말에는 다시 11달러로 상승했다. 올해는 13달러까지 오를 예정이다. 쿠바식 체인 음식점인 ‘아바나 센트럴’의 경영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숨도 못쉴 지경으로 가파르게 임금을 올려야 했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2개 지점을 폐점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맨해튼의 ‘이스트빌리지’ 지역에서 40년간 영업하다 최근 문을 닫은 ‘안젤리카 키친’이라는 식당도 비슷한 경우다.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에서 25년간 영업했던 중국요리점 ‘차이너 펀’도 지난 1월 갑자기 폐업했는데, 굳게 잠긴 출입문에는 당국의 규제를 비판하는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또 다른 유명 중국요리점인 ‘시안 페이모우스 푸드’는 음식 가격을 올리면서 종업원 임금인상에 이유를 돌리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예상 못한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내년 최저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원이다. 그런데 월평균 임금이 450만원쯤 되는 현대차 생산직인 신입사원의 경우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고정수당은 월 180만원 정도가 된다. 이를 현대차 노사 협상에서 정한 소정 근로시간 243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급이 7410원이 된다.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대표적 강성 귀족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이 기준을 들고 나오면 현대의 고연봉 근로자가 최저임금 덕에 월급이 오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기업들이 낮은 호봉 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춰 올리면 호봉이 높은 직원들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임금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견뎌낼 수 없는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거나 감원에 나설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은 생존 위기에 섰다. 특히 식당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미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일하는 사람들까지 해고하고, 따라서 서비스 질도 하락해, 폐업까지 우려해야만 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되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 PC방은 울상이다. 그래서 무인자동화 기기를 도입하거나, 가족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 또한 경비원에 대한 월급이 인상되어 관리비 부담이 늘면서,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가 점쳐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저숙련 근로자의 수요를 줄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부작용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완화를 위한 소상공인 지원대책이었다. 즉 소규모 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재원을 지원하겠다는 얘기인데, 결국 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려면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서 내년에만 3조원의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연간 16조원이 필요하다. 민간 업체 근로자 임금을 국민 세금으로 대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면서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 새 정부는 시작부터 '무엇 더 준다' '무엇 해준다'는 선심을 연발하고 있다. 형편만 되면 어떤 정권이든 그렇게 하지 않았겠나. 형편이 안 되는데도 수십조원을 뿌리며 세금을 올린다고 한다. 국가의 세수(稅收)는 세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경제를 키워 늘리는 것이다.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면 세금은 자연스럽게 더 걷힌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금이 지난해만도 246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돈만 국내에 묶어두어도 수십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 몇 조원이 더 걷힌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강성 귀족 노조 편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제쳐놓고 국민 세금으로 온갖 선심을 쓰면서 정작 국민들에게 세금 청구서를 들이미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년 해보고 속도 조절을 할지, 이대로 갈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덜컥 수를 둔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활성화의 밑거름이 될지, 일자리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논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다. 물론 사람답게 살 권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영세한 경제 주체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업종별, 업체규모 등에 따른 치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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