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덴버에서도 개봉했다. 두 영화가 연이어 개봉을 한 탓에 이곳 한인사회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무료한 일상에 영화보러 가는 일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상영관의 크기가 다소 작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극장은 한인들로 붐볐다. 특히 군함도가 개봉된 첫 주에는 대부분의 좌석이 매진될 정도여서 한국 뿐 아니라 콜로라도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기와 관심이 높아질수록 한국영화 <군함도>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말미, 광복을 코앞에 둔 1945년의 하시마섬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군함도의 본디 이름이기도 한 하시마섬은 항구도시 나가사키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군함도라는 이름도 그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붙혀졌다. 바로 그 군함도의 해저탄광에 수많은 조선인이 징용공으로 끌려왔다. 일제 강점기 당시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소유하고 있었던 ‘하시마섬’은 섬 전체가 탄광으로 개발되었고 최신식 아파트와 오락시설이 들어서면서 불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그 화려함 이면에는 수많은 조선인들의 아픔이 배어 있다. 임금도 두둑하게 쳐주고 대우도 좋다던 달콤한 말과는 달리 실상은 비참했다. 징용에 불응하면 식량배급을 끊어버리겠다는 협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 갔고, 얼마 안되는 월급도 차 떼고 포 떼고나면 마이너스였다. 당시 일본은 지역 할당 모집형 강제 동원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조선인들을 일본 각지의 탄광과 군수 시설로 보냈다. 그 중에서도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하시마섬, 즉 군함도는 한번 들어가면 그야말로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던 지옥의 섬이었다.

          한국영화사에서 군함도의 참혹한 진실을 최초로 다룬 이 영화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의 초호화 캐스팅과 220억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 투입으로 시작부터 화제를 뿌렸다. 그런데 관객동원에도 성공을 거둔 이 영화가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다. 일본의 잔혹성보다는 조선인들간의 배신 행위가 부각되면서, 나쁜 조선인들이 나오는 친일파 영화라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픽션이 역사를 잠식해버려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공간마저 희미해지면서, 군함도는 단순한 블록버스터 탈출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혹평도 존재했다. 출연진들의 대화는 식상한 감동이 약간씩 가미되었을 뿐이며, 특히 마지막에 조선 출신 징용공들이 군함도를 탈출하는 과정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았던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두 번째는 일본의 입장이다. 일본도 군함도 영화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례적으로 외무성 관방장관까지 나서서 군함도의 내용은 거짓이며, 감독이 지어낸 얘기라고 발끈했다. 또, 아사히 신문기자는 영화 시사회에 참석해 몇 퍼센트가 사실인지에 대해 뻔뻔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킨 후 군함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강제징용의 역사를 숨긴 채 군함도를 지상낙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곳은 일본 최초의 고층아파트가 99년 전에 세워진 곳이며, 내년이면 100년이 된다며 자랑질에 여념이 없다. 관광가이드의 멘트에는 1945년 당시 조신인들의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은 한국이 민족감정을 가지고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며 되레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 <군함도>는 국내 관객들의 비난과 일본의 과도한 공격을 받은 채 뼈만 남은 꼴이 됐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과 실패를 떠나서 상징하는 바가 별도로 존재한다. 군함도라는 역사를 수면 위에 올려놓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의미이다. 반복되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 되레 군함도의 비극을 다시금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군함도 강제 징용자들의 생활 환경과 열악한 작업장의 셋팅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대부분 일치한다. 당시 강제 징집된 조선인들은 지하 1000m 갱도에서 죽음과 싸우며, 일본의 군수물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착취당했다.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죽음의 섬이라고 불렸던 군함도, 하시마 섬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담긴 강제수용소라는 이름 대신 산업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함도의 영화촬영이 가시화 되면서 알게 된 소식이었다.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메이지 시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군함도를 등재시켰다. 역사를 숨기는 것도 모자라 번듯하게 포장해서 국제사회에 내놓은 그들의 반인륜적인 행태에도 우리는 손 놓고 있었다. 사실 유네스코 등재는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군함도에 대한 기록을 올해 말까지 추가로 제출할 것이 요구된 상태지만, 처음부터 확실한 내용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등록 자체를 해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이 국력의 차이임을 뼈져리게 공감한다. 군함도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당시의 일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식민지배는 합법이며 ‘징용 청구권’은 시효가 만료되었으므로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로 징용한 하시마 섬 외에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결국 일본은 각 시설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해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데 극적으로 성공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안내 센터 설치를 약속했으나, 등재 이후 얼굴을 바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옛날 우리나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은 사실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던 임나일본부설부터 위안부와 독도 문제까지 일본의 역사 왜곡 만행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즉 가해자 일본은 치밀한데, 피해자인 한국은 늘 허술하다. 영화 군함도가 항일인가, 친일인가, 진실왜곡인가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의도로 해석되건 일제강점기 군함도 문제를 이슈화시킨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일본은 강제징용부터 역사왜곡, 반성과 사과 없이 지금까지 왔다. 역사적 사실을 군함도에 기록하자는 것은 과거 일본의 역사를 창피 주거나 욕을 얻어먹게 할 목적이 아니고 다시는 인류 사회에서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는 측면이다. 일본이 유네스코 위원회에 군함도를 어떻게 보고할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는다면, 역사는 또 바뀌어져 있을 것이다. 올바른 역사를 끊임없이 알리는 일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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