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믿고 살게 없다”

           16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 하루 만에 계란 판매가 재개됐다. 한 고객이 ‘동물복지(animal welfare)’라는 녹색 인증 마크가 붙은 10개들이 유정란 한 상자를 집어 들었다. ‘바닥 면적 1㎡당 어른 닭 9마리 이하’ 등의 사육 조건을 갖춘 곳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내주는 인증마크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공인 인증 마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정부가 ‘무항생제 친환경’ 인증을 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통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아는 농가의 ‘유기농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인터넷에선 검증되지 않은 ‘살충제 계란 해독법’이 나돈다. 소비자들이 나름의 자구책을 찾는 것이다.
◇ 자구책 찾는 사람들
지난 15일 서울 구기동 한 빌라에 ‘개인 농장에서 방목해 생산한 유기농 계란. 할인 판매’라는 전단이 나붙었다. 가격과 판매자의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주부 김경자(61)씨는 “시골 농가에서 닭을 키운 것 같다. 마트보다 이런 게 더 좋을 수 있다”며 “한번 주문해서 맛보겠다”고 했다. 정부 인증을 받아 대형 마트에서 유통되는 제품에서 문제가 발견되자 아는 사람이나 개인 생산자로부터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공식 유통 채널에 대한 불신을 개인적인 인맥으로 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텃밭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신모(54)씨는 “친·인척이나 친구들로부터 배추·고추를 팔라는 전화가 걸려 온다”고 했다. 계란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마트는 “15일부터 16일 오후 4시 현재 계란 환불을 요청한 사례가 4000여건”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은 계란에 이상이 없음을 알리는 ‘검사성적서’를 판매대 옆에 크게 확대해 붙여 놓았다. 하지만 고객들은 계란을 담기 전 “정말 괜찮은 거냐”고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물었다.
◇ 민간 업체 “우리가 인증하겠다”
소비자들은 정부 인증 마크가 너무 다양하고 기준이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고 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리·운영하는 농축산물 인증 마크는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축산물, 동물복지 등 13가지. 사육 공간부터 호르몬제, 항생제, 유전자 변형 식품, 유기 사료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돼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인한 친환경 인증 업무도 실질적으로는 민간 업체가 대행한다. 정부는 민간 업체와 함께 해오던 인증 업무를 지난 6월부터 64곳의 민간 업체에 모두 넘겼다. 민간 업체들은 친환경 인증을 내줄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수익을 위해선 더 많은 인증을 내줘야 하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민간 업체의 부실인증 적발 건수는 총 2639건”이라고 했다. 정부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된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때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KC(국가 통합 인증)’를 받은 제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201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무항생제’ 인증 소·돼지고기 9만마리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 지난해에는 KS 인증을 받은 전국 초·중·고 우레탄 트랙·인조 잔디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정부 인증을 불신하면서 판매·유통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검사에 나섰다. 유기농 농산물 판매·유통 협동조합 ‘한살림’은 이번에 자체 관리하는 36개 양계 농가의 계란을 모두 한경대학교 농식품분석센터에 보내 살충제 검사를 진행 중이다. 한살림 관계자는 “정부 인증 마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 한살림 차원의 인증마크 개발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농식품 판매업체 ‘포프리(fourfree)’는 홈페이지에 ‘포프리 계란, 살충제 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포프리 측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받은 검사 결과 증명서를 공개했다.

사드 임시배치 속도 내나, ‘전자파·소음 기준치 이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레이더에 대한 전자파와 소음 측정 결과 인체에 무해하고 인근 지역에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란 결과가 나옴에 따라 잔여발사대 4기의 임시배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12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서 레이더의 전자파와 소음을 측정, 모두 관련 법령의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아울러 토마스 밴달 주한미8군 사령관이 지난 4월 사드 발사대 2기 임시배치 과정에서 한 병사가 반대하는 시위대를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임시배치를 포함해 사드 배치 반대 이유로 거론된 두 가지 문제가 해소됨과 동시에 절차적 정당성 또한 일부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 잔여 발사대 4기의 조속한 임시배치에 합의했고 인체 무해성 또한 입증된 만큼 임시배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경북 성주 지역 주민과의 소통기회를 늘려왔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두 차례 경북 성주를 방문, 지역 주민과 만나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주민의 요구를 경청했다. 특히 사드 배치 반대 이유로 거론된 전자파와 소음 문제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주민 참여 형식의 검증을 두 차례 시도했다. 두 차례 모두 지역 주민이 참여를 거부했으며 전날(12일) 전자파, 소음 검증은 국방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환경부의 법적 검증 절차의 일환이었다. 국방부는 사드 잔여대 4기의 임시배치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별개로 진행하는 것이란 입장이지만 사드 운용이 최소한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를 받은만큼 임시배치의 정당성을 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최근 미국령인 괌 인근에 대한 포위사격을 예고하고 있어 임시배치의 명분을 더해준다. 정부 소식통은 “성주 기지 인근 지역주민을 최대한 설득하고 양해를 구한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배치 또한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주민 접촉과 설득의 기회를 넓혀왔고 여러 방안들을 마련해 노력해왔다”면서도 “주민 설득 시도도 거의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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