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묵인 비난 여론 들끓자 결국 입장 바꿔

            “인종주의는 악이다(Racism is evil).”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종차별을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범죄자이자 폭력 단체다. 여기엔 큐클럭스클랜(KKK)과 네오나치와 백인 우월주의자, 그리고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혐오스러워하는 다른 증오 집단이 포함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2일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유혈 사태를 제대로 비난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여름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으로 일시 복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식적으론 중국의 지식재산권 위반에 관한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로는 샬러츠빌 사태의 유혈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지난 12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모는 차량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강력한 어조로 여러 편(many sides)에서 벌이고 있는 증오와 폭력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를 지목하지 않고 반대 세력에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었다. 백인 우월주의를 묵인하는 듯한 이런 태도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시민 단체,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14일 여론조사 업체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해당 조사에서 최저치인 34%까지 급락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집중포화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뒤늦게 바꿨다”고 했다. 이날 다국적 제약 회사인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은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에 저항해 ‘대통령 직속 제조업자문단(AMC)’에서 탈퇴했다. AMC 위원 중 유일한 흑인 경영자로, 그의 선조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와 노예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이저 회장의 탈퇴 직후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 등도 AMC 사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에도 반대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이후 뉴욕으로 이동해 트럼프타워에 며칠 머무를 것이라는 일정이 알려지자 이 빌딩이 있는 맨해튼 5번가에는 수천 명의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집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노(No) 트럼프, 노 KKK, 노 파시스트 USA!” “증오가 아닌 사랑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를 감싸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반응을 자신들에 대한 ‘면죄부’로 받아들였다. 네오나치즘 매체 ‘데일리 스토머’ 창설자인 앤드루 앵글린은 “그(트럼프)는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양쪽에서 증오가 있다’고 했다. 그건 실제로 우리에 대한 반대 신호가 아니다. 그는 우리 모두를 사랑한다”고 했다. 인종주의를 연구하는 에릭 놀즈 뉴욕대 심리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인종차별주의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방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돼 온 남부연합(Confederate) 기념물이 켄터키주(州) 렉싱턴시에서도 철거된다”고 보도했다. 짐 그레이 렉싱턴시장은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 폭력 사태로 인해 우리 도시의 중심에 있는 조형물도 계획보다 빨리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샬러츠빌 폭력 사태는 공원에 있는 남부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자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촉발됐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중단시 보험료 25%까지 급등

         미 연방의회에서 폐지 법안 통과 무산으로 자신의 오바마케어 폐기 대선 공약 이행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오바마케어 관련 보조금 지급 중단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저소득층 가입자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이 실제로 중단될 경우 이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정부 예산 적자도 오히려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5일 LA타임스에 따르면 연방의회 예산조사국(CBO)은 이날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오바마케어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저소득층 가입자 보험료 정부 보조가 행정부의 지급 중단으로 끊길 경우 보험사들이 향후 1~2년 내 보험금을 20~25% 급격히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BO는 또 이날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정부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장기적으로 정부가 건강보험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이 더욱 많아져, 향후 10년 간 이로 인한 연방 예산 적자가 200억 달러 정도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탐 프라이스 연방 보건부 장관은 그동안 오바마케어 정부 보조금 지급을 계속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아왔는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정부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오바마케어 제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건강보험 제도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민권자와 결혼해 두 아들 둔 한인 엄마 추방위기

          시민권자와 결혼해 아들 둘을 둔 한인 여성이 추방 위기에 놓여 지역사회가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코네티컷주 28개 종교단체연합인 ‘커넥트(CONNECT)’에 따르면 새라 정 코빌씨는 최근 이민국으로부터 9월말까지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추방명령을 받았다. 1999년 한국에서 코네티컷으로 이주해 노워크에 살아온 코빌씨는 14년 전 백인 남성과 결혼해 4학년, 8학년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꽃집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코빌씨는 시민권자와 결혼했지만 여전히 서류미비자로 살아왔다. 그 사정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커넥트 측은 “코빌씨가 미국에 올 당시 ‘형편없는 법률조언’을 따랐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코빌씨가 이민국의 감시 아래 놓인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버진 아일랜드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공항에서 서류미비자 신분이 드러나면서 이민단속국(ICE)에 체포됐다. 이후 ICE는 코빌씨가 매년 한차례 이민국에 도주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는 조건 아래 1년 임시 체류를 허락해왔다. 그러다 지난 8월28일 코빌씨는 ICE로부터 “한국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사서 보고하고 27일까지 미국에서 자진 출국하라”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코빌씨의 딱한 사연을 접한 지역사회는 추방저지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달 7일 세인트 제로미 교회에서 열린 청원운동을 위한 예배에는 해리 릴링 노워크시장과 리처드 블루멘설 하원의원도 참석해 코빌씨를 지지했다. 예배에서 코빌씨는 “내 아기들을 여기 두고 나보고 어디로 가라는 건가”라며 “또 한국에 가서 나보고 뭘 하라는 건가. 난 한국에 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코빌씨의 막내아들은 ‘척추뼈 갈림증(spina bifida)’을 가진 선천 장애자다. 다행히 14일 필라델피아 이민법원이 코빌씨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일단 추방은 면한 상황이다. 커넥트 측은 “신혼 부부라면 사기 결혼을 의심할 수 있지만, 코빌씨의 경우는 다르다”면서 “코빌씨가 사면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청원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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