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콜로라도 업체들은 인상 보류

            전 세계적으로 바닐라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관련 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지난 3월 바닐라 최대 생산지인 마다가스카르를 사이클론 이너워(Enawo)가 강타하자 바닐라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는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바닐라 공급의 85%를 담당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바닐라 생산국이다.  바닐라 가격은 1990년대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1990년대 초에는 마다가스카르 정부의 강력한 생산 통제로 킬로그램 당 $70-90의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하지만, EU와 세계은행이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압박을 가하자 마다가스카르 정부의 각종 규제가 폐지되었고 가격도 $50 밑으로 떨어져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간은 안정을 보였다. 2004년에 들어서 날씨로 작황이 좋지 않자 바닐라 가격이 급상승하기도 했지만, 높은 가격을 노리고 마다가스카르 내에서뿐 아니라 인도와 우간다 등도 바닐라 생산에 뛰어들자 가격은 다시 폭락하였고 2014년까지 다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5년에 가뭄으로 인해 마다가스카르의 작황이 악화되고 다른 지역의 생산도 큰 폭의 증가를 보이지 못하자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2016년에는 킬로그램 당 $400까지 10배 가까이 치솟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격 상승 추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보스톤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는 한 업자는 “진공 포장된 바닐라 빈은 파운드 당 $72선이었는데 사이클론 이후에는 곧바로 파운드 당 $320로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 업체들의 대응은 차분한 편이다. 1936년부터 콜로라도에서 바닐라 관련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는 로델레(Rodelle)의 제나 베이커 마케팅 매니저는 주간 포커스 신문사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바닐라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우리는 마다가스카르와 우간다의 현지 농장과 직접 계약해 공급을 받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바닐라를 직접 사용해야 하는 바닐라 빈은 가격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당장은 유보적이며 바닐라 익스트랙트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들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제과업계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오로라에 위치한 뉴욕제과의 최미연 사장은 “바닐라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바닐라 에센스와  바닐라가 포함되어 있는 제품은 가격 변동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과류와 달리 아이스크림의 경우에는 당장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나서거나 아예 메뉴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자체를 없애는 등 급격한 바닐라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또, 현재로서는 가격뿐 아니라 공급 확보에도 비상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영국의 고급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인 오포(Oppo)는 사이클론 이후 마다가스카르의 바닐라 공급업체로부터 바닐라 익스트랙트의 가격을 10배 이상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표 메뉴인 마다가스칸 바닐라와 바오밥 아이스크림의 생산비용이 두 배로 늘어날 상황에 놓여 다른 공급업체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네슬레(Nestle)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네슬레는 스위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뫼벤픽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올해 들어 2.5%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인 마더 무 크리머리(Mother Moo Creamery)의 캐런 클레멘스 사장은 유기농 바닐라 재고가 소진될 위기라고 걱정했다.  영국의 고급 젤라토 체인인 오도노(Odono)의 경우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메뉴에서 아예 빼버렸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과 달리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최대한 감내하는 분위기도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덴버소재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인 스윗 액션 아이스크림(Sweet Action Ice Cream)을 샘 코피치코와 공동으로 운영 중인 시아 베이싱어 사장은 “작황이 몇 년 째 계속 좋지 않아 바닐라 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고급 품질의 바닐라 빈을 더 저렴한 대체재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그녀는 “바닐라 빈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다른 재료들 가운데서 가격이 하락한 것도 있다”면서 “바닐라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이를 전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스크림 값을 올릴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로델레의 제나 매니저는 바닐라 시장 동향과 관련하여 자사 웹사이트에 주기적으로 자료를 올리고 있으니 바닐라 원료 및 관련 제품의 가격 변화에 대해서는 웹사이트(www.rodellekitchen.com)을 참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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