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공유하는 것

          함께 사는 커플은 많은 것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침대, 욕실, 음식, 세면용품 등등. 그런데 이런 것들 외에 뜻밖의 공유물이 있다. 스킨 박테리아, 즉 피부에 서식하는 세균도 나눠 쓴다는 것이다. 최근 미 미생물학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학자들은 왕성한 성생활을 하는 동거 이성커플 10쌍의 피부 미생물군집을 연구했다. 미생물군집이란 우리 몸의 내부와 외부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생물들의 미니 생태계를 말한다. 1평방 센티미터의 피부 면적에는 100만에서 10억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연구대상자의 몸 17군데에서 채취한 330개의 면봉을 분석했는데 각 사람은 함께 살고 있는 파트너의 피부 미생물 공동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86%의 정확성으로 커플을 매치했다. 연구 결과 미생물 공동체를 가장 많이 공유하는 신체 부위는 발이었다.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사람은 한 시간에 100만개 이상의 생체 입자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집에서 맨발로 다니거나 샤워실을 함께 쓰면서 발에 세균을 묻히기가 쉬울 것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대부분 무해하거나 피부를 병원균으로부터 막아주는 도움을 주는 존재다. 발 외에 커플이 비슷한 미생물군집을 공유하는 인체 부위는 윗몸, 배꼽, 눈꺼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워털루 대학의 애쉴리 로스는 커플이 한 침대에서 같은 시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미생물군집을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공통인자는 동거 커플이 아니라 성별이었다. 각 사람의 허벅지 안쪽에서 채취한 세균들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남자의 것과 여자의 샘플을 100%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연구진은 단지 20명의 샘플로 진행된 연구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동성 커플이나 다민족 다인종 커플을 연구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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