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북 원유공급 중단 사실상 거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러시아 정상의 눈높이는 여전히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단독 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까지 2시간 42분에 걸쳐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나 이 부분에 대한 의견 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에서 “북한을 몰아붙이지 말라”며 제재와 압박이 무의미하다는 논리로 한국 정부의 제재 동참 요청을 공식 거부한 것은 이런 설전의 연장선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현지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려면 유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동발표에서 말했듯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상호 모순되는 말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지만 우리와 대등한 핵 보유국으론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해 “러시아는 북한에 1년에 4만톤 정도의 아주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핵을 반대하지만 원유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명분까지 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나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모두 중국·러시아에 어떤 규모로든 경제적 타격과 국제 정치 무대에서의 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만큼, 미국과 그 동맹들이 원하는대로 제재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만 북한이 최초의 6자 회담에 응하지 않을 때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했었다”며 이번 제재안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임을 적극 설명했다. 또 이 경우 남·북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가능하고, 북한 주민에도 이 방법이 최선임을 설명했다. 자신도 평화적·외교적 해결 방법을 바라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적대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푸틴은 일단 정상회담에선 “한국과 러시아가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본다”면서 “어떻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올지 저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이 대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언론 공동발표에서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등을 겨냥,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냉정을 찾으라”는 이례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대북 제재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오랜 시간 설득에도 불구,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까지 하자 문 대통령의 얼굴이 일순 굳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공감대 등을 거론하며 이에 반박하는 듯한 발표를 하자 푸틴은 한숨을 쉬며 문 대통령을 바라보다 천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이날 한-러 정상회담은 내주 미국이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추진할 대북 제재안을 놓고 중국·러시아와의 대립 구도를 미리 보여주는 전초전 격이 됐다는 해석이다.

‘지각왕’ 푸틴, 한·러 정상회담에도 34분 지각
메르겔 독일 총리는 4시간 기다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결같은 지각 습관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푸틴은 6일 오후 1시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 34분 늦게 도착했다. 푸틴의 입장이 왜 늦어지는지에 대한 러시아 측의 설명은 없었음에도 현장에 있던 러시아 취재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평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30분 정도의 지각은 ‘지각왕’ 푸틴에게 애교에 가까운 일이다. 푸틴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2003년 14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12년 40분), 프란치스코 교황(2013년 50분) 등과의 만남에서도 지각했다. 영국 가디언지가 “푸틴이 1시간 늦는 건 존경(respect)의 표현”이라고 보도한 적도 있다. 푸틴이 1시간 이상 기다리게 한 인물의 명단도 만만치 않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3시간(2012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시간(2014년)을 기다렸다. 푸틴은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도 2시간 늦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회담에도 1시간 45분 늦었다. 지난 2003년 푸틴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제시간에 방문했을 때,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가 ‘대통령이 늦지 않았다’를 제목으로 뽑을 정도로 그가 정시에 나타나는 것은 손에 꼽을 만한 일이다. 푸틴의 상습 지각은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외교가는 해석한다. 푸틴의 지각에도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한국 국적 항공사, 태국 취항 가능

           앞으로 모든 국적 항공사가 태국으로 운항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5~6일 부산에서 개최한 태국과의 항공회담에서 양국을 오가는 지정항공사 수를 8개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태국은 한국인이 3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나라다. 지난해 태국 방문객은 146만명이었다. 한국을 찾는 태국인 관광객도 매년 5% 증가하고 있다. 현재 양국을 운항할 수 있는 지정항공사는 각각 4개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임시 지정항공사 자격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번 지정항공사 확대로 두 항공사는 공식 지정항공사 자격을 얻어 안정적인 스케줄로 운항할 수 있게 됐다. 또 태국 운항을 원하던 에어부산도 취항할 수 있게 됐다. 구본환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사드대책의 일환으로 국적항공사 노선 다변화를 추진했다”면서 “항공사간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고 양국 항공협력관계는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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