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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만난 사람들
2017년 09월 14일 (목) 06:28:37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제가 전도사부터 목회를 시작한 지가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쉴틈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전도사, 강도사, 부목사로 6년을 섬긴 후 미국에 와서 24년을 지내왔으니 제 인생에서도 적지 않은 세월이었습니다. 한 번쯤은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맞아야만 그런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올해가 저에게는 모든 여건과 환경이 맞는 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에서 그런 3개월간의 안식월 시간을 저에게 주신 것은 큰 은혜였습니다.    

         제가 안식월을 보내면서 받은 은혜가 많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40년 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저에게는 40년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회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신앙 생활을 같이 했고 목사도 같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와 사연이 참 많습니다. 몇 년 전 저희 교회에서도 설교를 했던 목사입니다. 이번에 저는 그 친구가 시무하는 교회에 가서 설교를 했습니다. 저만 그 친구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 역시 저에 대한 이야기를 교회에서 수 없이 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저를 소개하면서도 고등학교 때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어려운 시절에 같이 빵장사도 하고 복음 성가 테잎도 같이 팔면서 꿈을 키워왔다고 하더군요. 또한 늘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기는 늘 전도부장만 했는데 저는 회장을 했다고 하면서 제가 주보를 가리방으로 쓰면 자기는 열심히 프린트를 해서 주보를 완성했다고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친구만 만나면 다시 40년 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가족들과 함께 한 한국 여행에도 그 친구가 곳곳에 있는 콘도를 예약해 주어서 아주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속초에서 묵는 기간에도 사모님과 함께 그곳까지 와서 하루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가자 마자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그 주일에 와서 설교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40년 전에 우리를 가르쳤던 목사님이 계신데 지금 전주에서 목회를 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 분을 한 번 만나러 가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너무 반가운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전혀 그 분에 대한 소식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종종 연락을 하고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40년 만에 그 분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목소리까지도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만날 약속을 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전주로 3주 후에 내려 가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3주 동안 그 분에 대한 회상을 많이 했습니다. 그 분의 지도를 받았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1년 남짓한 기간입니다. 하지만 많은 추억과 즐거운 기억들이 넘쳐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분이 지도하는 동안 중고등부에서 성탄절 연극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지금 기억으로도 최소한 6개월이 넘는 준비기간이었습니다. 단순히 성탄절 행사를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을 전도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학교가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회로 다 모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극이 공연되었을 때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약 50-60명의 학생들이 모이던 때였는데 무려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그 연극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교회가 학생들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그 연극으로 많은 학생들을 전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은혜가 넘치는 때였습니다.

          재미있는 기억으로는 학생회 수련회를 송추라는 지역으로 갔을 때였습니다. 키는 조금 작지만 힘이 보통 센 분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수련회 둘쨋날 전도사님에게 물을 먹일 계획을 짰습니다. 물 놀이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 물 속에 들어가서는 전도사님의 머리를 물 속에 넣기로 한 것입니다. 여러 학생들이 누르고 있으면 아무리 힘이 좋은 전도사님도 물을 먹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 10여명이 힘을 합쳐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하지만 10명이 한 분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위에서 눌러도 그 분을 물 속에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물을 먹이려는 몇 명이 대신 물을 먹는 곤혹을 치렀습니다. 그 분이 전했던 말씀들은 지금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듣고 저와 친구는 목사가 되는 꿈을 꾸었고, 지금까지 30년째 목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기억은 한계가 있지만 그 영향력은 끝까지 남는 것입니다. 우리 둘이 목사님을 찾아가겠다고 하자 그 분 역시 얼마나 반가워했는 지 모릅니다. 드디어 3주 후 우리 둘은 전주로 그 분을 보러 갔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던 총각 때 보았던 분이었으니 지금은 얼마나 변했을 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교회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 분을 만나는 순간 갑자기 제 자신이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땅땅했던 그 체구 그대로, 얼굴도 거의 변함이 없는 모습, 목소리와 제스처도 똑같았습니다. 단지 머리만 조금 희어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4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마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았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을 나눈 대화들이 즐거웠습니다. 그 분 역시 저희를 보면서 뿌려 놓은 씨앗들이 자라 열매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사를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때의 학생들이 목사가 되어 찾아왔다는 사실에 큰 감동이 된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과 좋지 않은 기억만 남아 있다면 이런 의미있고 감사가 넘치는 재회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다시 만나야 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기억은 언젠가 감동과 기쁨으로 재회가 이루어집니다. 결국 인생은 만남으로 수를 놓도록 되어 있습니다. 어떤 만남이든 결국은 그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살리고 싶은 흔적이라면 그것은 가치있는 만남일 것입니다. 그 흔적에 다시 덧칠을 하고 색깔을 입힌다면 감동과 기쁨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모든 만남들이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겨져야 합니다. 서로 믿어주고 신뢰해야 합니다. 허물을 감싸주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생각이든 존중해 주고 후원해 주어야 합니다. 섬김을 받으려고 하기 보다는 끝까지 섬겨주어야 합니다. 한 순간의 짧은 주고 받음보다는 오랫동안 꾸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결국 심는 대로 거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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