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의미없어, 핵겨울로 엄청난 식량난에 직면

           북한의 연일 이어지는 핵도발로 핵전쟁에 대한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원폭계획 추진 핵 과학자그룹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이 인류에게 핵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대학에 마련한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도 2017년 들어 자정 2분 30초 전으로 2016년보다 30초 가량 당겨졌다. 이는 1947년 최초로 시간을 공개한 이래 종말을 나타내는 자정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스티븐 핑커는 인류가 점점 더 평화로운 세계에 살고 있다는 증거 중의 하나로 핵을 보유한 국가끼리 전쟁이 없었다는 통계도 인용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 간의 핵전쟁 가능성은 이러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콜로라도 주는 이러한 핵이슈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콜로라도 주는 핵무기와 관련이 깊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우선 덴버에서 불과 80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이 콜로라도의 광산에서 채취된 시절도 있었으며 핵폭발 실험이 콜로라도 주에서 진행된 적도 있다. 또한,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998년에 출간된 <핵무기 감사(Atomic Audit)>의 공동저자인 스티븐 슈워츠의 도움을 받아 미국 내에서 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꼽았는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위치한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피터슨 공군비행장이 미 국방성인 펜타곤과 같은 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전략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탑재하게 될 북한 ICBM의 사정거리를 얘기할 때 덴버를 주요 도시로 거론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콜로라도에 핵무기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핵폭탄의 규모에 따라 피해가 달라지겠지만, 우선적으로 대규모 살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폭발과 방사능 낙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우선 인근 빌딩에 몸을 숨길 것을 권고한다. 이 중에서도 5층 건물의 지하면 가장 좋다. 낙진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를 1/200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 순간에 대피소와 가깝게 있었다면 대피소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폭발 순간에 대피소 5분 거리에 있었다면 재빨리 대피소로 이동하는 편이 좋고 15분 거리에 있었다면 대피소보다는 근처에서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은 후 1시간 정도 경과한 후에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하지만, 문제는 핵폭발보다도 그 다음에 있다. 당장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지독한 식량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해양과학 전문가인 오웬 브라이언 툰 교수(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 교수)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핵무기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 아래 국지적 핵전쟁으로 인한 소위 핵겨울(nuclear winter)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1983년에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국지적 핵전쟁이 벌어지더라도 과거 구 수련의 전략적 핵공격에 따른 예측에 필적하는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할 뿐 아니라 엄청난 기후변화와 오존층 상실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툰 교수는 잿빛 하늘을 덮은 방사능 낙진은 임박한 위험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이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사능 공포가 지나가면 핵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은 한 번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도출한 게 아니다”며 “다수의 미국·유럽 기후 모델을 통해 엄밀히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핵 폭발 이후의 (성층권으로 올라간) 연기는 지구를 빙빙 돌면서 수년간 머물기 때문에 여파가 오래간다”고 말했다. 지난 5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있었던 가장 큰 화산 폭발인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Tambora) 분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약 1년간 지속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원자폭탄으로 나오는 검은 연기는 화산재나 황산염보다 햇빛을 잘 흡수하고 높게 솟아오르기 때문에 공기 중 떠도는 기간이 10년 넘게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결과를 더욱 발전시켜 툰 교수는 올해 럿거스대학의 앨런 로복 교수와 함께 핵 전쟁이 농업과 식량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로복 교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도시와 산업지구에서 핵폭발이 일어날 경우 생겨나는 연기의 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연기의 영향을 대형 화재의 경우를 토대로 슈퍼컴퓨터로 예측한 결과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인류가 버틸 수 있는 식량은 60일 치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툰 교수는 앞선 연구에서는 현재 인류가 보유한 핵 무기의 극히 일부(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15㏏ 핵 무기 약 100개)만 사용되어도 지난 1,000년간 경험하지 못한 빙하기와 기근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구 평균기온이 1~2도 하강해 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한 `소빙기(1400~1870년)`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콜로라도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전 세계 어디에서 핵 전쟁이 벌어지든 나머지 지역에서도 엄청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툰 교수는 한반도에서 핵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