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고 또 먹고... 이런 내가 무섭다

<지난호에서 계속>

과식하는 나 도대체 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것을 먹지 않는 일만큼 힘든 일도 드물다. 더 이상 먹으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지글지글 불고기 익어가는 소리만 들어도 군침이 뚝뚝 흐르고, 노릇노릇 부침개 한 점의 고소함도 참으로 참기 힘들다. ‘먹고 싶다!’ ‘아냐, 먹으면 안 돼!’ 갈등하고 또 갈등하다 결국 지는 것은 ‘나’이기 일쑤다.

왜 우리는 이렇듯 허망하게 음식의 덫에 무너지고 말까? 도대체 음식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길래? 심지어 어떤 마법의 힘이라고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겨내기 힘든 것이 음식의 유혹이다. 그래서 먹다 보면 포만감을 넘어서고, 그래도 꾸역꾸역 음식을 넘기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 이유가 뭘까? 도대체 과식을 부르는 욕망의 근원은 어디서 유래하는 걸까?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과식하는 나 도대체 왜 그런지 그 이유라도 알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물음에 김상만 교수는 과식을 부르는 최대 주범으로 ‘스트레스’를 꼽는다.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직장상사한테 받는 그런 감정적인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좀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김상만 교수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모든 상황은 모두 다 내 몸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 심지어 비가 오는 것도, 날씨가 추운 것도 내 몸에는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어떻게 과식으로 이어질까? 자,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 인체의 신비한 메커니즘을 탐험해보자. 동료와의 다툼으로 분노를 삭일 수 없다. 그것은 분명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준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에는 에너지 저하가 나타난다. 이른바 저혈당 상태다. 그러면 뇌는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연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즉각 보낸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방도 아니고 단백질도 아니다. 당이다. 우리의 뇌는 오로지 당만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게 된다. 마구마구 입속으로 쑤셔 넣는다. 그런데 그것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다. 내 몸 체계를 바꿔놓기 때문이다. 탄수화물만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몸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내 몸이 이렇게 길들여지면 그 후환은 실로 두렵다. 내 몸은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기를 귀찮아한다. 그 결과 지방은 몸 구석구석에 쌓아놓은 채 힘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빨리 혈당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탄수화물을 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된다. 이쯤 되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음식 생각으로 꽉 차게 된다. 어떻게든 먹으려고 기를 쓴다. 그것은 결국 과식을 부르게 되고 이렇게 해서 내 몸에 들어온 영양소는 또다시 지방에 축적돼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기도 하고 지방세포 크기도 키우게 된다. 그 결과 우리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뚱뚱하게 변하는 걸 막을 수 없게 된다.

스트레스가 과식을 부추기는 데는 또 하나의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다. 호르몬에 얽힌 비밀이다. 김상만 교수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물질도 나와 주어야 한다.”고 밝히고 “그 물질의 대표가 바로 세로토닌”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스트레스를 이기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죽기 살기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한다. 또 술을 먹기도 하고 심지어 마약을 하기도 한다.

김상만 교수는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어도 스트레스를 이기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나오게 된다.”고 밝히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탐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때 주로 탐하게 되는 음식이 조금 특별하다. 그것을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기억되는 음식을 주로 먹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옛날 엄마가 끓여 주었던 청국장일 수도 있고, 비오는 날 먹었던 부침개일 수 있다. 그래서 배가 부른 데도 비가 오면 부침개를 먹게 되고, 혹은 떡볶이를 먹으면서 과식하는 나를 만들게 된다.

김상만 교수는 이를 일러 “일명 ‘고향의 맛’이 과식을 부르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이러한 맛은 중독성이 강한 것이 문제”라고 우려한다. 그 중독을 나타내는 맛을 감칠맛이라고 한다. 그 맛에 중독돼 사람들은 먹고 또 먹게 되는 과식을 하게 된다. 이렇게 먹게 되는 것은 우리 몸의 포만감하고는 다른 메커니즘이다. 포만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분 좋음에 의해서 자꾸만 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 위를 더 늘려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은 우리의 위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꽉 차 있어도 기분을 좋게 하거나 자기 마음에 드는 음식을 보면 얼마든지 받아들인다. 그래서 먹고 또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자주 하는 말! “내 배는 말이야, 술 먹는 배 따로, 밥 먹는 배 따로 있어!”라고 호기를 부리지만 그 말은 절대 진실이 아니다. 우리의 위는 하나다. 소처럼 결코 4개를 갖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먹고 또 먹는 과식은 미친 짓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특히 우리 몸 건강에 치명타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수를 가로막는 원흉이 된다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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