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여중생 21시간 동안 가학적 성추행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이영학(35)이 변태성욕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영학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1일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검 수사팀은 이영학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 살인) 및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변태성욕 장애 등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학은 지난달 30일 오후 12시20분쯤 딸 이모양(14)과 공모해 여중생 A양(14)을 집으로 데려와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인 뒤 추행하다가 A양이 깨어나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영학은 잠든 A양을 상대로 주사기를 이용해 입에 수면제를 흘려 넣으며 각종 성인용품 등을 이용해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양의 시신에서는 앞서 밝혀진 졸피뎀 성분 외에 다른 의약품도 검출된 것이 추가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오랜 기간 A양을 추행할 목적으로 딸 이양을 시켜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해 A양을 집으로 불렀다. 다만 검찰은 이영학이 처음부터 A양을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약 21시간 동안 A양을 추행한 이영학은 지난 1일 오후 12시30분쯤 A양이 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자 물에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덮어 의식을 잃게 하고 수건과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영학은 딸 이양과 함께 강원도 영월 소재 야산에서 A양의 시신을 100m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던져 유기했다. 영월은 이영학의 어머니가 거주하는 곳이고 이영학이 지리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영학에 대해 임상심리평가·심리생리 분석 등을 실시하고 이영학이 진료받아왔던 병원 진료 기록부, 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확보해 범행 동기를 조사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영학은 지능 지수가 평균 이하로 확인됐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으며, 평소 자제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대백악종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을 앓는 것에 피해의식을 가져 이에 대한 보상으로 남성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일탈검사(KISD)에서 이영학은 성적 가학·물품음란·마찰도착·관음장애·음란물 중독 지표에서 모두 ‘높음’을 보여 변태성욕 장애도 가지고 있었고, 가학적 성적 행위에 집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영학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성향도 파악했다.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조사 결과 이영학은 앞서 경찰이 조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40점 중 25점이 나왔다. 25점은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할 수 있는 바로 전 단계로 위험 수준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은 숨진 아내를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인식해온 이영학이 아내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학의 부인 최모씨(32)는 지난달 6일 자택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경찰에서 조사 중인 이영학의 성매매 알선 혐의와 A양 살해 사건 동기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혀내기 위한 추가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지인 박모씨(36)도 범인 도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지난 3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영학과 딸 이양의 도피를 돕고, 도봉구 소재의 원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평소 이영학과 친하게 지내며 선물을 받는 등 이영학에게 신세를 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영학과 공범 박씨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경찰에서 진행 중인 이영학의 성매매 알선, 아내 변사 사건, 후원금 관련 수사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13억 중국 시장 다시 열린다
투자보따리 챙기는 기업들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갈등을 매듭짓고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투자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개월 이상 끌어온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 건설을 비롯해 미뤄졌던 각종 투자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부터 한·중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며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작년 1년의 33% 수준인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그쳤다.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20억달러를 밑돌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올해를 두 달 남기고 사드 정국이 해빙기를 맞으면서 30억달러 안팎의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투자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LG디스플레이 중국 OLED 패널 공장 건설을 이달 안에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 차례 열린 전문가 소위원회를 통해 OLED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검토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데다 사드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투자 승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전기·전문가위원회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 확대 같은 조건을 걸고 정부가 승인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승인이 떨어지면 LG디스플레이가 현지에 보낼 자본금은 1조6000억원으로 올 상반기 전체 대 중국 투자액을 웃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열린 소위원회에서도 중국 진출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양국이 ‘잘해보자’고 합의한 상황에서 현지 지방정부와 합작하는 공장 승인을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2기 낸드플래시 라인 투자와 SK하이닉스의 우시 반도체 공장 확장 공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산시성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라인 증설에 70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아직 착공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국내 업체들로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에 생산 기지를 확충하는 것은 필수”라며 “양국 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투자가 제때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품·소재, 게임, 가전도 기대감
배터리·석유화학 등 부품·소재 업계부터 게임·가전 분야도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드 사태가 터지며 합작선과 논의를 중단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400억원을 중국 우한공장 증설에 투자한다고 밝힌 SK종합화학의 경우 추가 투자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회사 김형건 사장은 사드 합의가 알려진 지난 31일 기자들과 만나 “기회가 있으면 중국 투자를 더 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체들은 신작 게임의 중국 시장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중국 당국이 신규 판호(版號·게임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중단하면서 ‘리니지 레드나이츠’, ‘리니지2레볼루션’ 같은 신작을 중국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한때 중국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 품목이었던 밥솥 등 소형 가전 업체들도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업계 1위 쿠쿠전자는 올 1분기에만 중국 시장 매출이 30% 급감하며 사드 피해 직격탄을 맞았다. 쿠첸도 최근 중국 시장 매출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북아경제본부장은 “중국이 최근 들어 구조 개혁에 나서면서 앞으로 5년간은 소비와 산업 구조, ·도시화 등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이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확보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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