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교회 목표 삼아 총격”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교회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26)는 자신의 장모가 다니던 교회를 노려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당국이 6일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그의 처할머니도 포함됐다. 부상자 20명 중에는 10명이 중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텍사스주 공공안전국의 프리먼 마틴 국장은 “켈리에게는 가정문제가 있었으며 그의 장모가 다니던 교회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켈리의 장모는 그에게서 여러 통의 위협 메시지를 받았으며 범행 당일인 일요일 아침에도 위협 문자를 받았다고 마틴 국장은 말했다. 총격 당시 켈리의 장모는 교회에 없었다. 마틴 국장은 “총격범이 그 교회에 다니던 장모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면서 “인종 문제나 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켈리는 공군기지에서 복무하던 2012년 아내와 어린 의붓아들을 심하게 폭행한 전과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6일 보도했다. 당시 공군 검사장이었던 퇴역 대령 돈 크리스텐센은 “켈리는 그의 의붓아들을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로 심각하게 폭행하고 아내도 폭행했다”며 “그는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켈리는 12개월 구금 선고를 받고 가능한 가장 낮은 계급으로 강등됐다. 그는 구금 후 2014년 공군에서 불명예 제대했다. 또 켈리는 2014년 남의 캠핑카에 묶어놓고 기르던 개의 머리를 가격해 경찰이 신고를 받고 온 적이 있다. 이로 인해 2014년 8월 동물 학대 혐의를 받아 경범죄로 기소됐지만 사건은 기각됐다. 주 당국은 켈리가 총기를 난사하고 교회 건물에서 나온 뒤 이를 보고 대응 사격한 한 주민의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켈리는 이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고 주 당국은 설명했다. 총격범 켈리는 전날 오전 11시 20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동쪽으로 17마일 떨어진 서덜랜드 스프링스에 있는 제1침례교회 건너편 주유소에 주차한 뒤 길을 건너 교회 안으로 걸어 들어가 AR 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했다. 사망자는 생후 18개월부터 72세까지 주민으로 이 마을 주민의 약 4%에 달한다. 켈리의 지인들은 평소 그가 소셜미디어에서 신앙인들을 비난해온 무신론자이거나 왕따였다고 전했다. 켈리의 학교 친구 니나 로즈 네이바는 “그는 언제나 신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무신론을 설파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 패트릭 보이스는 “그는 내가 만난 첫 무신론자였다”며 “(총격)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하나인가 둘 있었는데 그런 짓을 할 거라 믿지 못했다. 조용하고 풀이 죽어 있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구는 켈리가 매사에 부정적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는 켈리가 기이한 면모를 보였다는 지인들의 전언도 올라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켈리가 총기를 난사한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교회에서 루거 AR-556 소총 1개가 켈리의 차량에서 권총 2개가 각각 발견됐다. 이는 모두 켈리가 직접 구매한 총이라고 사법 당국은 밝혔다. 켈리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사들인 총 4개를 보유했으며 이 가운데 2개는 텍사스에서 또 다른 2개는 콜로라도에서 구매했다. 수사당국은 켈리가 조직화한 테러 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역시나 트럼프 … 총기규제론에‘찬물’
 “주민이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더 죽었을 것”

지난 5일 텍사스주 교회 무차별 총격 사건으로 26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한층 강화된 총기규제의 필요성이 연방의회 등 정치권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텍사스 교회 총격을 비극이라고 애도하면서도 총기 소유자에 대한 ‘극단적 심사’(extreme vetting)는 총기 난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 내 총기 구매자에 대한 ‘극단적 심사’를 고려할지를 묻는 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당신이 제안한 것을 했다고 하더라도 3일 전(텍사스 총기난사 참사)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을 것이며, 마침 트럭에 총을 갖고 있어 범인을 쏴 제압한 매우 용감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가 이 말만은 할 수 있다”면서 “그가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26명이 죽는 게 아니라 수백 명이 더 죽었을 수도 있다. 이게 이번 사건에 대해 내가 느끼는 바이다. (극단적 심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법이 있는 도시가 시카고”라면서 “시카고는 재앙”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반 테러 대책’의 하나로 이슬람교 국가 출신 이민자를 상대로 사상 검증을 해 입국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극단적 심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샌안토니오의 한 교회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서덜랜드 스프링스 주민인 스티븐 월퍼드가 근처 제1 침례교회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이야기를 딸로부터 듣고 집안 무기장에서 소총을 꺼내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와 총격전을 벌였고, 켈리가 차를 타고 서둘러 달아나자 그는 교차로에 정차한 픽업트럭으로 달려가 트럭 운전사 조니 랑겐도르프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번 참사로 미국에서는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지만, 총기소유 옹호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총기규제론을 일축했다. 한편, 미국에서 올해 벌써 300건 이상의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기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었다. 일간 보스턴 글로브가 비영리 단체 ‘총기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4명 이상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은 307건이 일어났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20명 이상 사망한 초대형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해 6월 49명이 숨진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을 포함해 지난 17개월간 3건이나 발생했었다. 이러하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쟁에 불을 붙이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총기규제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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