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0대 한국 여성이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둘째 딸이 아이를 낳아 미국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현지 공항에서 입국을 거절당했다. 한국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출국했지만 결국 딸네 집에는 가지 못했다. 입국심사관은 "한국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첫째 딸 아이를 봐주고 용돈을 받는다"고 대답했다. 입국심사관은 "미국에서도 아이를 봐주고 돈 받는 것 아니냐"면서 입국을 불허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반나절을 공항에서 발이 묶여 있다가 결국 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30대 이모씨는 지난 10월 초 뉴욕 JFK 공항에서 입국을 거절당했다. 이씨는 10년 넘게 매년 3~4번씩 미국을 오가며 일해왔다. 미국 입국 심사가 원래 까다롭다지만 지난달엔 유난스러웠다. 대기하는 데만 5시간 반이 걸렸다. 입국심사관은 이씨에게 "뭐하느라 미국에 이렇게 자주 오느냐"면서 짐을 다 열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챙겨온 옷은 모두 압수됐다. 새 옷이 너무 많아 장사하러 온 게 아닌가 의심된다는 게 이유였다. 50대 한인남성 정모씨는 지난 20여년 동안 LA에 거주한 영주권자다. 그런데 지난 9월 서울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고 돌아오려다 지금까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다. 미국에서 입국을 거절한 이유는 5년전 음주운전 기록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씨는 음주운전 기록을 가진 이후에도 한국 방문 후 별 문제없이 다시 입국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그 음주운전 기록이 입국심사에서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사실 미국 땅을 밟기 위한 입국심사는 원래부터 까다롭긴 했다. 미국 공항의 입국 창구에서 처음 대면하는 심사관과의 간단한 인터뷰는 늘 불편하다. 필자도 한국을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에게 ‘웰컴’의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 왜 왔냐는 식의 의심의 눈초리가 노골적이다. 마치 어떤 꼬투리를 찾아서라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호벽같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별 문제없이 한국과 미국을 오갈 수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테러로부터 자국보호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전세계의 공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는 출발국에서의 출국심사부터 철저하게 해 달라는 지침서를 전세계 공항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모든 승객들은 까다로운 출국심사와 함께 미국여행을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26일부터 한국의 항공사들은 한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4~5시간 전에 공항에 가서 대기해야 한다는 공지를 언론을 통해 대대적을 알렸다. 종전에는 미국 입국 수속과정에서 보안인터뷰가 진행되었지만, 지금부터는 인천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티켓을 발권하고 탑승 수속할 때 1, 2차 보완 인터뷰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는 과정에서 항공사 직원이 주소나 직업, 가는 목적이나 여행 일정에 대해 물으면 답변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답변 내용이 미심쩍다고 판단될 경우엔 격리될 수도 있다. 일부는 몸수색이나 폭발물 탐지기로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이 같은 규정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부터 적용됐다. 미국 관광청 직원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값싼 비행기를 타고 가는 이들일수록 불법체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저가항공사가 아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도 내년 3월과 5월부터 각각 보완 인터뷰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입국을 거절당한 한국 국적자는 총 6,494명이었다. 한 해 평균 1,356명꼴이다. 입국 거절 사유로는 단순한 입국 서류 미비 외에도, 입국 목적이 불명확하거나, 과거 미국 거주시 음주운전 등 형사범죄 기록이 있는 경우, 과거 방문시 체류 기한을 넘겼거나 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서 일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 혹은 미국 비자 신청이 거부됐던 사실을 숨기고 입국할 경우, 허용 기준을 넘는 현금을 신고하지 않고 미국에 입국하는 경우, 반대로 소지한 돈이 너무 적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입국심사관의 기분에 따라 입국 허용과 불허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가족과 친지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의심의 대상, 즉 입국거부의 대상자에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더욱 엄격하다. 몇 년 전만해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의 존 F 케네디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여권 검사만 6~7차례 받아야 하는 등 강도 높은 보안검색을 당했다. 탑승 전 보안점검 지점 2곳을 통과하고 기내에서도 여권 확인을 요구받아야 했다. 착륙 1시간 전부터는 기내 좌석에서 일어서거나 수하물에 손을 대는 행동도 금지되었고 테러지원국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승객들은 예외 없이 신체 촉수 검사와 휴대용 짐을 검색 받아야 한다.  물론 테러지원국과 비교하면 한국에 대한 제재는 약한 편이지만, 해외동포들이 모국을 방문하거나 삶의 터전인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은 과거에 비해 크게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다. 여행자와 단기 체류자들의 미국 입국심사가 더 깐깐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테러방지를 위한 방책이라고는 하지만, 최우방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도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인 불법체류자가 많고, 미국 자국민에게 불이익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일게다.

          다행히 미국행 항공편에 대한 보안강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우려했던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행을 경험해 본 한인이라면 이러한 수모를 겪어가면서까지 미국에 꼭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거절당하고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필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 남편과 동반비자를 신청해서 4번이나 심사에서 떨어졌다. 시기가 9·11테러가 발생한 직후여서 불운하긴 했지만 서너번 거절되면서 이렇게 돈쓰고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미국에 들어가야하나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오기가 발동해서 5번째 서류를 넣었고, 그것이 통과되면서 미국 비자를 받았었다. 입국심사에서도 어찌나 꼬치꼬치 캐묻던지 진땀을 뺀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영주권을 취득했고, 영주권을 소지한 후에도 여행 후 미국으로 들어오는 입국 절차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이런 순서에 익숙해진 우리는 으레 거쳐야하는 절차라고 치부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에 들어오는 길은 참으로 복잡했다. 지금까지도 그랬는데, 이제는 자국의 출국장에서도 몇 차례의 인터뷰와 짐 검색, 백그라운드 첵업 등 자신을 탈탈 털어야 한다. 공황 장애가 아니라 '공항 장애'에 걸릴 지경이다.  그러나 한미 우방이 아무리 돈독해도, 한국 정부의 국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방침에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보는 잠재적 범죄자의 범주에 들지 않도록 법을 준수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철저하게 서류를 준비해 반박의 여지를 없애고,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이나 발언은 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여행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지만, 공항에서부터 본인이 문제가 되어 입국이 금지되었는데 그것을 미국이나 한국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거지에 가깝다. 결국은 본인의 책임이다. 피할 수 없다면 준비해야 한다. 그것만이 ‘공항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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