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할 수는 있지만 복용 권장은 않는다

          갑자기 감기에 걸렸을 때 찾는 나이퀼 병은 언제나 화장품들 속에 파묻혀 있다. 피곤하고 콧물이 나오지만 라벨을 들여다본다. 유효기간은 이미 6개월 전에 지났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이런 의문을 가져봄직도 하다. 의약품의 유효기간은 과연 지켜야 하는 것일까? 필라델피아의 토마스 제퍼슨대학 약리학 교수인 지나 벨로티는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약에 적힌 유효기간이 과연 절대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 연방식품의약국은 제약회사들이 모든 처방약과 일반의약품에 유효기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유효기간은 의약품이 출시되기 전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정해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의약품을 권장 저장 조건(상온 또는 냉장)에 저장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유효성분 변질여부를 검사한다. 그러나 어떤 제약 회사도 이런 실험을 영원히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의약품이 실험 기간(보통 6개월~2년) 동안 약효를 유지하면 제약회사는 이 실험 기간을 그대로 유효기간으로 친다. 즉, 의약품의 유효기간은 제약회사가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기간인 것이다. 벨로티는 “이 기간을 넘길 경우 제약회사는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추가 실험을 하지 않는 한 유효기간이 넘은 의약품의 약효가 남아 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의약품은 유효기간을 넘겨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프로퍼블리카는 유효기간에 대한 심층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효기간을 몇 년씩 넘긴 의약품들 중 다수가 여전히 약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천 달러의 의약품들이 유효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되고 있다. 하지만 제약회사들이 의약품 실험 기간을 더 늘리지 않는 한은(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그렇게 될 확률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일상의 의약품 투약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좋다. 벨로티 역시 환자들에게 그렇게 할 것을 권한다. 즉 약사의 지시 없이는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복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벨로티에 따르면 보존상태라던가 용기가 개방되어 있던 시간 등 의약품의 약효와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물론 일부 의약품은 유효기간이 수년 이상 지나도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그런지 밝혀내려면 실험을 해봐야 한다. 특히나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라면,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절대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벨로티는 조언한다. “의약품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적은 것도 있고, 약효가 없어도 크게 상관 없는 게 있다. 두통이 있을 때 먹는 진통제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응급실 같은 데서 먹는 약이 약효가 없다면 어떨까?” 또한 그녀는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 중에서도 포장용기가 열려 있는 의약품, 특히 액체형 의약품일수록 오랜 시간으로 인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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