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만으론 연쇄사망 규명 안돼 … 약물 과잉 등 다른 요인 분석

            16일 9시31분부터 10시53분까지 서울 이대목동병원 11층 신생아중환아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 중이던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연쇄 사망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론이 나오는 가운데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된 수액’이 주범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 신생아 세 명에게서 공통적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라는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됐고, 이 내성균의 염기 서열까지 일치해 같은 감염원에서 세균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신생아들이 주삿바늘을 같이 썼거나 동일한 수액을 쓰는 등 ‘같은 통로’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세균 감염이 직접적 사인이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전문가도 많아 추가 역학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숙아 사망률 10.8%인데
국회 보건복지위 김승희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대목동병원에선 최근 8개월(3~11월) 사이 체중 1.5㎏ 미만 미숙아 37명이 입원해 4명이 사망(생존율 89.2%)했다. 국내 1.5㎏ 미만 미숙아 생존율(84.8%)보다 우수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 8개월에 걸쳐 나올 신생아 사망자가 16일 저녁 81분 만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 같은 ‘이례적 사고’가 발생하자, 감염병 학자들은 ①수액 오염→②혈관에 직접 오염 물질 투여→③급속 패혈증→④집단 사망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생아에게 투여된) 수액이 오염됐고, 이를 통해 패혈증이 빠르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액은 환아 상태에 따라 항생제 등 필요한 치료제를 ‘칵테일 섞듯’ 섞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수액이 세균에 오염됐을 수도 있고, 바늘 부위를 간호사가 만질 때 세균이 옮겨갔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혈액 안으로 세균이 직접 침투된 이후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에게 빠르게 영향을 끼쳤다면 짧은 시간 내 집단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 같은 전문가들 추론은 유족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무게감이 더 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족은 18일 밤 기자단에 “(이대목동병원은) 워낙 위생 관리가 안 됐다. 장갑도 안 끼고 아기들 쪽쪽이(노리개 젖꼭지)도 밖에 꺼내 놨다”고 했다. 한편, 현재 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출산 예정 산모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내진하면서, 병원을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당일 10시간, 무슨 일이…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추정하는 시나리오

‘감염’보다는 다른 요인이 사망에 직접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8일 사망 신생아 1차 부검 소견에서 ‘소장·대장이 일부 부풀어 올랐다’고 밝혔다. 그런데 급성 패혈증이 진행됐다면 소장·대장뿐 아니라 장기 전체가 붓거나 망가졌을 것이고, 혈관 내 응고(혈전)도 쉽게 눈에 띄었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국과수 1차 소견만 보면 급성 패혈증 증상과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81분’이란 짧은 시간에 연쇄 사망이 이뤄진 것 역시 ‘감염’을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는 “급성 패혈증이 진행됐다고 해도 아기들 상태에 따라 증세가 차이가 났을 텐데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여전히 주사제 투여액 과잉과 같은 요인이 사인에 더 직접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10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오후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이대목동병원 11층 신생아 중환자실과 전산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이대 목동병원에서는 지난 2015년 태어난 미숙아가 의료진으로부터 필요한 검사를 받지 못해 실명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 날벌레 든 수액 투여
좌우 바뀐 엑스레이... 이대목동병원 잇단 사고

또,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9월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요로감염증세를 보여 입원한 5개월 영아에게 투여하던 수액통에서 날벌레가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은 해당 영아에게 수액을 주입하기 시작한 뒤 13시간 35분여 만에서야 날벌레를 발견했다. 당시 식품의약안전처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필리핀에서 위탁생산한 수액을 국내에서 판매한 성원메디칼이 완제품 품질검사를 하지 않아 품질관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대목동병원의 관리감독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7월에는 해당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직장 건강검진에서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질병관리본부와 양천구 보건소 등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영아 2명과 직원 5명 역시 잠복결핵 감염 판정을 받았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4월까지 4개월간 좌우가 바뀐 엑스레이 필름 영상으로 축농증 환자 500여 명을 진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이른바 ‘엑스레이 사건’도 있었다. 이 가운데 한쪽 코에만 문제가 있던 환자는 120여 명으로, 이들은 축농증이 있던 곳이 아닌 멀쩡한 곳을 치료받았던 셈이다.

  올해의 사자성어‘파사현정’적폐청산 등 근본개혁 요구

          교수들은 올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더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17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1000명 가운데 34%가 파사현정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교수신문은 매년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파사현정은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최재목 영남대 동양철학과 교수가 추천했다. 교수들은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최재목 교수는 “사회 곳곳의 곪고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시원히 도려낼 힘과 용기는 시민들의 촛불에서 나왔다. 적폐청산의 움직임이 제대로 이뤄져 올바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욱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이전 정권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이를 단절한 것은 ‘파사’이며 새로이 들어선 정권은 ‘현정’을 할 때”라고 말했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이 18.8%로 뒤를 이었다. 거문고의 줄을 바꿔 맨다는 의미로 느슨해진 걸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한다는 뜻이다.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이 16.1%, 나라를 재건한다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 16%, 새롭게 거듭난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 15.1% 순이었다.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는 사자성어들이 상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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