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작고한 한 할머니의 전 재산이 이공계 여학생들을 위해 쓰이게 됐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은 8일 “지난해 여름 작고한 고 홍복순(당시 92세·서울 거주·사진) 씨의 아들이 최근 학교를 방문, ‘어머니가 평생 절약해 모은 돈’이라며 2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지스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 기부자는 “어머니는 생전에 돈 때문에 공부하려는 의지가 꺾이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고 전 재산을 장학금에 보태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기부한 돈을 이공계 여학생들을 도와주는 데 써달라”고 밝혔다.  그는 기부금 용도를 정한 배경과 관련, “어머니는 서울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생 고된 삶을 사셨고 초등학교만 졸업하셨지만, 여자도 남자와 대등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야 한다는 뚜렷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며 “지스트가 어머니의 뜻을 잘 실행해줄 것 같아 주저 없이 기부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와 전라도의 인연에 대해 “어머니는 6·25전쟁 때 목포에 사셨고 누이를 목포에서 낳으셨다”며 “서울로 거주지를 옮긴 후에도 자녀들과 종종 전라도를 방문해 추억을 회상하셨다”고 말했다. 지스트에 기부한 이유에 대해선 “가끔 광주를 오가며 지스트를 지켜본 바로는 설립 25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도약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스트 발전재단은 기부자의 신분을 밝히지 않되 기부자 집안의 가훈인 ‘인성(忍省)’을 호로 삼아 ‘인성 홍복순 장학금’으로 이름 짓고 여학생들의 학업 지원에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홍 씨의 한 지인은 “홍 씨가 여러 명의 자녀를 대학교수로 훌륭히 키워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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