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와 바이애슬론

     ‘루지(luge)’는 프랑스어로 썰매라는 뜻이다. 눈 쌓인 유럽의 산악 지역에서 물건을 나르던 나무 썰매다. 루지 썰매는 누워서 탄다. 봅슬레이는 썰매에 올라타고, 스켈레톤은 엎드려 탄다. 루지가 누워서 타니 일견 편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루지는 썰매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타는 과정에서도 끝없이 미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경기다. 보는 것 이상으로 실제가 훨씬 어려운 종목이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역사가 500년?
 썰매를 타는 행위가 스포츠로 모양을 갖추고 정착된 시기는 1520년경.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알프스 지역에서 싹이 텄고 이후 독일, 폴란드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유행했다. 5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트랙 형태의 경기장이 처음 생긴 시기는 1879년. 스위스 다보스에 건설됐다. 첫 국제 대회가 1883년으로 관광업자들이 주최한 대회였다. 동계올림픽에는 1964년 인스브루크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모습을 내비쳤다. 2014년 22회 소치 올림픽 때는 단체 릴레이 경기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 썰매, 0.001초를 줄이기 위한 변신
 루지 썰매의 몸통은 나무로 되어 있고, 밑바닥의 날은 강철로 되어 있다. 브레이크와 핸들은 없고, 끈을 이용해 조절한다. 루지는 썰매에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다른 썰매 종목과 다르게 트랙 종료 지점이 오르막으로 만들어져 있다. 루지 썰매의 폭은 최대 550mm를 넘어서는 안 된다. 무게 규정도 있다. 썰매의 무게는 1인승의 경우 최저 21kg, 최고 25kg이다. 물체의 무게가 무거우면 속도가 많이 나는 법. 하지만 썰매 무게가 무거운 봅슬레이보다 누워서 타는 루지가 저항 면에서 우위이기에, 루지가 썰매 종목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썰매 종목의 최고 순간 속도는 루지가 시속 154km, 봅슬레이가 시속 153km였다. 속도와 몸무게가 비례하다 보니 루지에는 중량 보충 규정이라는 게 있다. 다만 썰매에는 안 되고 선수가 체중 보충용 재킷으로 무게를 보충할 수 있다. 허용 가능한 부가 중량은 남자, 여자, 청소년, 1인승, 2인승 등 다 다르다. 남자의 경우 최대 13kg이고, 기본 중량 90kg과 선수의 체중과의 차이만큼 보충할 수 있다.
▲ 위험해서 아찔한 경기
 컨트롤타워가 선수들과 트랙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충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트랙 전 구간을 살피고 안전한 것을 확인 한 뒤 “Track is Clear(트랙이 깨끗합니다)”라는 출발 신호를 보내야,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조심해서 경기를 시작해도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루지 자체가 아주 아찔한 경기다. 공식적인 데이터는 아니지만, 루지 선수들이 경기 중 받는 압력은 4G(중력의 4배 압력)에 이르고, 최대 7G까지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 주목할 한국 선수
한국 루지 선수 중 세계무대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여자 1인승 종목의 에일린 프리쉐다. 독일에서 귀화한 선수로 현재 세계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남자 2인승의 박진용과 조정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무대에서는 독일이 루지의 최강국이다.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루지의 올림픽 금메달 44개 중 독일(서독, 동독 포함)이 무려 31개를 휩쓸었다. 그 뒤로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다.
(4) 바이애슬론
▲총 쏘는 유일한 종목, 왜 생겨났을까?

 바이애슬론은 ‘설원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다가 사격을 하는 이색적인 종목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사냥꾼들은 소총을 메고 스키를 타며 돌아다니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총을 쏴 잡았다.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의 군인들이 전쟁을 할 때 스칸디나비아 사냥꾼들의 기술을 이용했고 훈련도 했다. 그러다가 ‘국가 대항으로 맞대결하면서 훈련하면 더 재밌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분명 18세기의 누군가가 했던 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18세기 후반의 노르웨이, 스웨덴 국경지대의 수비대였다. 양 국가 수비대가 스카이 사격을 겨룬 것이 바이애슬론의 시초로 여겨진다. 이후 군인들끼리 스키를 타고 사격 실력을 겨루는 것이 군인들 사이에 유행이 됐고, 스포츠로 발전했다.  발전을 거듭한 바이애슬론은 1958년 오스트리아에서 첫 세계선수권대회를 열었다. 동계올림픽 데뷔는 1960년 스쿼밸리 대회지만, 이전에도 동계올림픽에서 바이애슬론 형태의 경기가 열렸다. 1924년 샤모니 대회와 1928년 생모리츠 대회,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 1948년 생모리츠 대회에서 ‘밀리터리 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바이애슬론 형태의 경기가 치러졌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던 선수가 바이애슬론을 할 수 있을까?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가 사격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바이애슬론 선수로 변신하는 것은 가능한 일 일까.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사격에 있다. 선수들이 코스를 돌다 사격장에 들어올 때 분당 심박수가 평균 180회 정도 된다. 사대에서 총을 벗고 자세를 잡는 동안 걸리는 시간이 8~10초 정도인데, 10초 이내에 분당 심박수를 150~160회 정도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도 빠른 심박수라 사격 순간 호흡을 가다듬어야 정확하게 과녁을 맞출 수 있다.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맥박이 빠를 때에도 정확한 사격을 하기 위한 훈련을 따로 한다.  이런 훈련을 하지 않던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숨이 가쁜 상황에서 정확한 사격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이애슬론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주목할 선수들
바이애슬론에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스타 부부’가 있다. 남자 바이애슬론의 ‘전설’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3·노르웨이)과 다리야 돔라체바(31·벨라루스) 부부다. 비에른달렌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땄으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금메달만 20개를 휩쓸었다. 2016년 10월 딸을 출산한 돔라체바는 작년 1월에야 복귀해 한 달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이 밖에 2016~2017시즌 남녀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른 마르탱 푸르카드(29·프랑스)와 로라 달마이어(24·독일)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한국은 러시아 출신의 ‘파란 눈의 태극전사’를 대거 영입했다. 남자부에 티모페이 랍신(29·조인커뮤니케이션)과 여자부의 안나 프롤리나(33·전남체육회),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27·전남체육회)가 그들이다. 특히 에바쿠모바와 프롤리나는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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