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 가져와

     한국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서울대에 가려면 6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단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할머니의 운전 실력, 본인의 체력, 동생의 희생이 그것이다.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 가족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도 점점 입시가 치열해지면서 가족들의 지원과 희생이 한국 못지 않아 지고 있다. 하지만, 소위 떠먹여 주는 입시가 아니라 본인의 치열한 노력으로 명문대 진학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어내는 학생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번에 다트머스 대학에 조기 합격한 김대현 군(영문명 Jakob Kim)도 그 중의 한 명이다. 본지는 교육에 관심이 높은 콜로라도 한인들에게 대학 진학에 대한 노하우를 널리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주간 포커스 사무실에서 김군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군의 어머니인 김혜원 씨는 “우리 아들이 이번에 다트머스에 합격해서 부모로서 무척 기쁘고 자랑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뷰를 할 가치가 있을 만큼 대단한 일인가는 조금 민망하다” 면서 인터뷰를 고사했으나 보다 많은 한인들에게 대학진학에 대한 정보와 학업성취에 대한 비결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고심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다트머스 대학교는 뉴햄프셔주 핸오버에 위치한 사립대학으로 미국의 명문 대학 모임인 아이비 리그에 속해 있다. 1769년에 설립된 다트머스 대학은 미국이 독립하기 전에 만들어진 9개의 식민지 대학 중의 하나로 캠퍼스의 상징색인 녹색과 광활한 캠퍼스를 빗대어 ‘The Big Green’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또한, 학부 과정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켄트 덴버 스쿨에 재학 중인 김 군은 지난해 11월 1일까지가 데드라인이었던 조기 지원을 통해 12월 14일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조기지원의 결과는 얼리 액션(early action)과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이 있는데 전자는 구속력이 없어 입학 허가를 받은 뒤에도 다른 대학을 선택할 수 있지만, 후자는 구속력이 있어 합격 허가를 받으면 다른 학교를 선택할 수 없고 반드시 입학을 해야 한다. 김군은 얼리 디시전인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입학허가을 받고 다른 학교의 지원을 철회한 후 다트머스 입학을 결정했다. 다트머스 대학을 선택한 것과 관련하여 김군은 “물론 입학 허가를 받아 매우 기쁘지만, 사실 한 학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다트머스 대학교는 아버지의 출신학교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친숙한 느낌이 있었고 더불어 아버지와 동문이 된다는 기쁨도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김군의 아버지인 제프리 김 성형외과의 제프리 김 원장도 다트머스 대학교 출신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트머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또 있다고 한다. “다트머스 디베이트팀의 디렉터인 존 터너 씨의 추천으로 다트머스 대학교의 여름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 때 방문한 다트머스 대학교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고 김군은 밝혔다. 6주간 진행된 디베이트 여름 캠프를 통해 다트머스 대학교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고 학교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었던 김 군은 이후 다트머스 대학교 진학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김군은 디베이트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명문대학 진학으로까지 이어진 케이스다. 켄트 덴버 스쿨은 Cross-Examination / Policy Debate, Lincoln-Douglas / Value Debate, Public Forum Debate 등 총 3분야의 디베이트 대회를 통해 학생들의 토론 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김군은 이 중에서도 국내외 정치사회 이슈를 놓고 찬반을 벌이는 폴리시 디베이트를 통해 논리력, 사고력, 표현력, 설득력 등을 배양했으며 각종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 군은 파트너인 니콜라스 크라우스와  Kent Denver KK라는 팀으로 Colorado High School Activities Association(CHSAA)에서 주최한 디베이트 토너먼트에 출전하여 2017년 폴리시 디베이트(Policy Debate) 부문에서 콜로라도 주 챔피언을 차지한 바가 있고,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열린 초청 토론대회에서는 2등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또한, 켄터키 대학에서 주최하는 전미 고등학생 디베이트 전국대회인  The Tournament of Champions (TOC)에 콜로라도 최초로 참가해, 전체 3천여 개 디베이트팀 중에서 15위에 랭크됐다. 이 때문에 이번 조기 입학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남들과 차별되는 디베이트에서의 경쟁력으로 꼽은 김군은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에는 최소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자격면에서는 모두가 흠잡을 데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남들보다 어필할 수 있는 자신이 가진 장점과 그 대학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줘야 한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보다 지원자가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에세이를 통해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김군은 강조했다. 또한, “좋은 GPA와 SAT 점수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이것을 자신의 무기로 갈고 닦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원봉사와 같은 커뮤니티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인종차별주의에 관심이 많아 동남아시아 난민들을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아시아태평양개발센터(APDC)에 매주 목요일마다 가서 영어도 도와주고 식사도 준비하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 또한, Littleton Hospital에서는 premie ICU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또한 미약하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면서 “이러한 봉사활동이 입시사정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인간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디베이트 토너먼트에 참가한 디렉터의 눈에 띄어 여름 캠프에 초청되었고 그 결과 최종 합격까지 이어진 경우다. 주변의 친지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되는 학교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학과 역사가 재미있다는 김군은 장래 정치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다음 로스쿨에 진학하여 향후 공공부문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할 생각에 무척이나 설렌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또, 자신을 믿고 지원해 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다 알아서 입시를 준비했다고 하셨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후원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부모님의 끊임없는 격려와 채찍질 덕분에 꾸준함을 잃지 않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김군의 아버지인 제프리 김 원장도 “솔직히 너무 기쁘다. 아들이 나와 동문이 되기를 내심 무척 바라고 있었는데 그대로 이루어져서 아버지로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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