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권하는 사람들 중에 통문장 암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반기문 유엔총장도 학창시절에 교과서의 문장들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고 했다. 확실히 문장을 통째로 많이 암기한 사람들은 문법이나 쓰기 또는 듣기를 파고 들었던 사람들보다 결과적으로 영어를 훨씬 더 잘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BTM과 암기는 어떤 관계일까?

BTM은 언어습득 및 교육 이론과 관찰 및 실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영어의 첫걸음인 말하기 옹알이에서부터 읽기, 듣기, 쓰기, 프리토킹 및 문법까지의 전체과정을 단계적으로 이끌어주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영어교육 시스템이다. 한편, 암기는 일반적인 학습에 적용되는 단순한 과정의 하나이다.

흔히 암기과목으로 불리는 인문사회 및 자연과학 과목을 공부할 때에 많이 적용된다. 즉, 학습대상의 정보를 무조건 두뇌에 저장하는 것이 바로 암기이다. BTM과 암기의 관계는 피아노 교육과 암기의 관계를 통하여 보다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악보를 암기하는 것은 피아노를 배우기 위하여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악보를 암기하는 것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게되는 것은 아니다. 즉, 피아노는 인문사회나 자연과학 과목과 같이 단순하게 정보를 두뇌에 저장하는 것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는 악보와 종합적인 실기를 동시에 축적해야만 익힐 수 있는 예능과목이기 때문이다. 악보만 암기하거나, 소리나지 않는 종이 피아노를 놓고 연습하거나, 작곡법에 집중하거나, 연주법을 파고들거나, 남의 곡을 집중적으로 들어주거나, TV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보거나, 작곡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피아노가 쳐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설사 작곡법이나 연주법을 모른다 해도, 남의 연주곡을 많이 듣지 않아도, 피아노 공연을 보지 않아도 피아노를 잘 배우고 잘 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을 피아노BTM이라고 하면 영어교육의 BTM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에 대한 ‘언어적 직관의 습득, 신체적 능력의 개발 및 실용적 자원의 확보’이라는 영어습득을 위한 3대요소를 보면 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암기과정이 어디에 적용되는지, 무엇을 암기해야 되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암기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인지도 바로 알 수 있다. 즉, 무조건 적인 암기의 오류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 문장이나 무조건 암기하는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3대 영어습득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BTM의 말하기 옹알이 과정에서는 단계적으로 선별된 인풋에 대한 반복적인 옹알이 훈련을 통한 암기와 암송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우리는 영어를 일반적인 인문사회과목과 같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무조건 암기만 하면 된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영어는 분명 예능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암기만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영어를 제대로 익혀서 하려면 혼자서 이를 악물고 분별없이 닥치는 대로 아무 문장이나 암기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피아노 선생님들이 있다. 아이들 피아노 레슨으로 그동안 내가 만났던 피아노 선생님들만도 꽤 여러분이다. 그 밖에 학교에서 만나는 피아노 선생님들도 꽤 있었다. 아이들 때문에 색스폰 선생님도 만났고 바이올린 선생님도 만났다. 그렇지만 그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과정과 방법은 적어도 내가 훔쳐보기에는 다 똑같았다. 음악 선생님들은 모두가 분명 예능과목으로서의 음악에 걸맞는 방법으로 레슨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아이들도 집에 오면 배운대로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그리고 악보를 보지않고도 연주를 하기 위하여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되는 줄로 알고 불평없이 따라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피아노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가르치기를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데는 학생들의 영어가 되든 안되든 철통같이 믿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학생들도 피아노 배우듯이 영어 배우는 것에 많은 거부감을 보이는 무의식적인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영어 ‘악보’를 암기하도록 하고 악보없이 영어를 해보라고 권하고 그렇게 숙제를 내주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다. 마치 힘들면 그만 둘 수도 있는 것이 영어라는 듯이 말이다.

지금 현대사회의 비영어권 국가에서 배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영어를 그만둘 수 있는 배짱 좋은 사람이 얼마나 된다는 말인가? 더욱이 미국사회에 살면서 살어름 같이 가냘프고 가냘픈 한인타운의 보호막 안에서 생계를 해결하면서 영어를 때려치고 배짱 편하게 살만큼 무감각한 사람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저 불안해서 영어에 매달리기는 하지만 이것 저것 할 것 다하며 짜투리 시간 나는대로, 그것도 내멋대로 영어책 페이지나 넘기면서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고 스스로 위안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더 늦기 전에 피아노를 배우는 그 방법으로 열심히 영어를 배우면 그 누구에게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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