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이 오르기도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등지에서 개최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을 맞아, 관계자들은 시설 관리나 대회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종 점검을 하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컨디션을 가다듬으면서 결전을 대비하며, 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올림픽에 빠져들 준비를 할 때다. 평창은 지난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IOC총회에서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나가노 동계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세 번째로 열리는 대회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하계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올림픽이기도 하다. 15개 종목, 102개 세부 종목의 경기가 열려 사상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 금메달 수가 100개를 넘어서는 대회로, 95여 개국에서 총 약 6,500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2010년과 2014년 동계 올림픽 대회 유치전에서 실패하고 세 번의 도전 끝에 따낸 성과이기에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두 차례 대회 유치전에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2010년 대회는 캐나다 밴쿠버에 지고, 2014년 대회는 러시아 소치에 패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평창은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3차 총회에서 95표 중 63표를 획득하여, 25표를 얻은 독일의 뮌헨과 7표를 얻은 프랑스의 안시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경기는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등지에서 나뉘어 치러지는데, 평창에서는 개·폐회식과 설상 경기의 대부분이 열리며, 강릉에서는 빙상 종목 전 경기가, 그리고 정선에서는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가 열릴 계획이다. 새로 추가된 종목은 스노보드 빅에어 남녀,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남녀, 컬링 믹스 더블, 알파인스키 국가별 팀 이벤트 등 6개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명실상부한 세계 평화 축제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이념과 자국의 입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올림픽의 꽃인 개막식에 참석할 정상들의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곤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북한과 미국,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북한은 4일 밤 평창 올림픽 대표단장으로 ‘김영남 카드’를 우리 측에 전격 통보해 왔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998년부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만 20년째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을 맡고 있다. 명목상이긴 하지만 상징성은 갖추고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결정으로 평창에서의 정상급 외교 구도가 완성된 셈이다. 김영남 이상으로 주목되는 인물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다. 하지만 그는 냉담한 분위기다. 그는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행사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러 (평창에) 간다”고 말하면서, 우연이라도 북한의 김영남과 만나는 자리는 피해달라며 북한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실 북한이 만경봉호에 예술단을 태워 보내겠다는 방침을 예술단 방한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허물고, 한·미를 이간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천안함 폭침 이후 2010년 5·24 조치에 따라 만경봉호는 우리 영해에 진입할 수 없다. 하지만 통일부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 만경봉호의 입항을 허락했다.

    북한으로선 이런 예외조치를 만들면서 대북 제재의 구멍 뚫기에 성공했고, 한국은 미국 등과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뒤 '뒷수습'을 하는 모양새를 되풀이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간신히 개막식 참석을 허락했지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개막 사흘을 앞두고도 참석여부를 신중하게 재고 있다. 갑작스런 북한의 무임승차, 문화공연을 둘러싼 매끄럽지 않은 행보, 현송월 단장 방한시 보여준 지나친 스포라이트,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고 개막식에 공동 입장하는 문제는 계속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일임에도 북한 선수들의 가세로 갑작스럽게 대표팀 엔트리에서 빠져야 하는 선수들의 눈물을 누가 어떻게 닦아줘야 할 지 난감한 숙제를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잣대는 잠시 접어두자.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다. 인류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이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고대 도시국가들의 올림픽을 관장하는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푸스 산의 12 신(神)의 평화를 향한 염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올림픽이 개최되는 동안 여당과 야당의 당쟁싸움도 일단 보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개막식과 폐회식에 참석할 전직 대통령도 없는 상황이어서 다소 허전할 수 있다. 집안싸움은 그만하고 대외적 이미지에 집중할 때다.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언론들은 한국의 아름다움과 강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전 세계 선수들이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어야 한다. 강원도 주민들은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던 날 밤새도록 꽹과리를 치며 축하했다. 평창은 한국에서도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 강원도 산골 도시에서 국제적인 행사를 한다는 설레임이 얼마나 컸을까 상상이 간다.

    올림픽을 전후로 여러가지 호재가 예상된다. 우선 교통 인프라가 가장 눈에 띈다.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12월 수도권에서 강릉으로 바로 올 수 있는 KTX 노선이 개통되었다. 지금까지 경상, 전라권에 비해 교통 문화 면에서 월등히 소외되어 왔던 강원권에도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강원도는 수도권과 2시간 이내의 생활권에 들어섰다. 그만큼 지역발전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 대대적인 지역 기반 시설도 강원도 지역민들이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수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에 ‘평창’이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이 세계에 알려질 것이다.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다. 이는 모두가 하나된 열정으로 동계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으며, 동계 스포츠의 지속적인 확산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국민들도 하나된 열정을 가지고 강원도로 몰려가야 한다. 그래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박수를 치며 세계의 선수들을 격려해 주어야 한다. 지난 주말 열렸던 미국 최대의 스포츠 잔치인 수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평창 올림픽 홍보 광고가 간간이 나왔다. 그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평창 지역이 좋은 공기와 경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요즘 젊은 세대의 관광문화는 자연적 경관만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보고 '우와'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이어가는 스토리가 있는 평창이 되길 기원한다. 우선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 평창을 응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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