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사진만 찍고“환불해달라”

   2월엔 꽃집이 ‘졸업식 특수’를 누린다. 그런데 꽃다발을 사 들고 갔다가 시든 채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거나, 주문하고선 찾아가지 않는 ‘얌체 손님’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꽃집 주인(53)은 최근 손님과 언쟁을 벌였다. 인근 중학교 졸업식 날 꽃다발을 사 들고 간 사람이 몇 시간 뒤 “졸업식 때 한 번도 들지 않았다”며 환불해 달라고 왔다. 꽃가지엔 생채기가 나 있었고, 꽃잎은 시들어 있었다. 다시 팔 수 없었다. 고객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이 주인은 결국 3만원을 다시 내줬다. 사진만 찍고 바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도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꽃집 주인(33)은 “졸업식이 끝난 오후에 ‘꽃이 시들었다’며 환불해 달라는 사람이 있다”며 “사진을 모두 찍고 온 게 틀림없다”고 했다. 대구의 한 대학교 졸업식 때 꽃다발을 판 김모(40)씨는 “직접 꽃을 골라 놓고선, 졸업식 후에 ‘마음에 안 든다’며 돈을 돌려 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꽃집 주인들은 대부분 환불을 거부한다. 되파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엔 실내외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온도 차로 꽃이 빨리 시들고, 바람 때문에 쉽게 상한다. 고객들의 항의가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환불해주는 꽃집도 있다. 전화로 주문 제작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도 있다. 꽃다발을 찾아가라고 전화·문자를 해도 무시한다고 한다. 주문 제작의 경우 손님들의 요구 사항에 맞춰 꽃다발을 꾸며 준다. 다른 손님에게 팔려면 값을 낮출 수밖에 없어 손해다. 한 꽃집 주인(32)은 “졸업식 시즌에 하루에 3~4팀이 오지 않아 모두 폐기 처리한 적도 있다”고 했다. 예약금을 받는 등 대비책을 마련한 꽃집들도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꽃집은 6000~1만원 정도의 예약금을 걸거나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는 고객에게만 꽃다발 주문을 받는다고 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