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미학으로 지켜온 진흥각 10년

   콜로라도의 대표적인 한인 중식당 진흥각(대표 대니 장)이 3월 1일부로 개점 10주년을 맞았다. 10년을 달려오면서 큰 부침없이 승승장구해 온 진흥각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말이 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으로 늘 책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이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오나라 황제였던 손권이 여몽의 학식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공부를 하라고 했는데 여몽이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고 하자 ‘후한의 황제였던 광무제는 변방의 일로 바쁜 가운데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며 던진 말이다. 진흥각 대표인 대니 장씨의 삶은 한마디로 수불석’웍’이다. 손에서 웍을 놓지 않는 것이다. 67년 생으로 어느덧 50을 넘어선 나이에 번듯한 인기 음식점의 사장님이지만  장 대표는 지금도 중국요리의 필수품인 웍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 결국 진흥각이 10년 동안 한인 커뮤니티의 요지를 지키며 대표 중식당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손님에게 나가는 모든 음식은 내가 책임진다”는 대니 장 대표의 바로 이와 같은 굳은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의 많인 한인 업소들이 어느 정도 부침을 겪으며 성장해 왔지만, 진흥각은 개점 이후 큰 굴곡 없이 항상 손님들로 가득했다. 물론 개점초기에는 잠시 손님들이 뜸하기도 했다고 한다. “진흥각을 인수하기 전에도 중식당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나니 생각보다 손님이 적어 당황했다”고 밝힌 장 대표는 “다행히 개점 초기에 우리 집에서 요리를 맛본  당시 주간 포커스의 김현주 국장님이 좋은 소개 기사를 적어준 덕분에 금새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금은 한인들 뿐 아니라 중국인들이나 멕시칸과 백인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다가 짜장면을 잊지 못해 단골이 된 미국인 손님도 있을 정도다. 또한,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비롯해 멀리 와이오밍이나 뉴멕시코 그리고 캔사스 등에서 진흥각의 소문을 들은 손님들도 찾아온다고 한다. 이렇듯 진흥각이 유명해진 것은 단연 음식의 맛 때문이다. 아무리 사장이 직접 웍을 들고 요리를 한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사장이 웍이 아니라 중국술로 불쇼를 해도 손님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장 대표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의 비결은 우선 오랜 경험을 통한 그만의 노하우다. 부모님도 중국음식점을 했기 때문에 장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중화요리의 갖가지 기술을 체득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장 대표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중국집이 화국반점, 동화반점과 함께 부산의 3대 중국집으로 꼽히는 옥생관이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부모님 밑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틈틈이 웍을 다룬 장 대표는 20살에 미국에 온 뒤로 30년 가까이 본격적으로 요리에 매진하고 있다. 1990년에 덴버에 국빈을 창업해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던 장 대표는 그 후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테이크아웃과 배달 전문 중식당을 이어가다 2008년 진흥각을 인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흥을 일으킨다는 진흥의 의미가 좋아서 그 이름 그대로 쓰고 있다”는 장 대표는 실제 웍을 돌릴 때 흥겨움이 솟아난다고 한다.

   한국에서 중국집하면 한국식 패스트푸드를 떠올린다. 간식 같은 느낌이라서가 아니라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대학가의 중식당에서 주문을 하면 “여기 짜장면 하나”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미 테이블에 짜장면이 놓인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진흥각에서는 이런 모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음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음식을 장 대표가 관리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나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짬뽕은 주문이 들어와야 만들기 시작한다. 심지어 면도 새벽마다 미리 해놓은 면반죽으로 기계에서 직접 뽑는데, 주문이 들어와야 뽑기 시작하기 때문에 한번에 뽑을 수 있는 최대량이 7인분까지다. 손님이 몰릴 때는 종업원 두 명이서 계속해서 면만 뽑고 있을 정도다. 어떤 손님은 매장의 맛을 집에서도 그대로 맛보고 싶어서 투고(to-go)해갈 때 삶지 않은 생면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한다. 진흥각의 또 다른 장점은 런치와 디너의 차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가격도 동일하고 맛도 동일하며 양도 동일하다. 매주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8시 30분에 가게문을 닫기 까지 손님들은 언제든 한결같은 맛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장 대표는 수영과 스트레칭을 통해 체력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음식의 퀄리티가 장 대표의 손에서 결정나기 때문에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성격상 손님들께 드리는 음식은 내 손을 거쳐야 안심이 된다”고 밝힌 장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진흥각이 꾸준한 품질의 음식을 내놓을 수 있도록 나부터 스스로를 꾸준히 관리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장 대표의 마음가짐과 체력으로 볼 때 적어도 앞으로 또 10년 간은 진흥각의 맛있는 요리를 콜로라도 한인들이 계속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장 대표도 “10년 동안 꾸준히 저희 진흥각을 찾아주신 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더욱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바쁜 점심시간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주문을 따라 주방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행복한 모습으로 뭔가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웍을 돌리는 장 대표가 있었다. 10년동안 불황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불석웍의 장 대표가 운영하는 진흥각은 H 마트 오로라점 옆인 2769 S. Parker Rd. Aurora, CO 80014에 자리잡고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303-369-7147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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