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權不十年)

    김현주 국장(이하 김): 요새는 속사정을 알아야 할 뉴스들이 많아서 이 기자가 고민이 많겠어요.
이00 기자(이하 이): 네, 워낙에 많은 가짜뉴스들이 범람하고 있고 대형 언론사들도 종종 오보를 내고 있어서요. 한번 맥락을 놓치면 가짜를 진짜로 여기기 쉬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 그래서 오늘은 뭘 다룰 생각인가요? 기대되네요(웃음).
이: 가짜뉴스는 아니고요, 진짜뉴스인데 좀 놀라운 뉴스를 이야기해보려고요(웃음). 오늘 주제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입니다.
김: ‘권력은 십 년을 못가고 꽃은 열흘을 붉게 피지 못한다’ 잖아요. 뭔가 재미있는 뉴스보다는 무거운 걸 하려나 보군요(웃음).
이:  가벼운 걸로 시작하려고요(웃음). 스타PD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김: PD들 가운데서 대중들한테 유명한 사람이라면 김태호 PD하고 나영석 PD 아닌가요?
이: 네, 그렇습니다. 그 중에 나영석 PD는 공중파에서 종편으로 옮겨서 여러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는데요. 김태호 PD는 그 자체가 그냥 무한도전과 동일시되고 있죠. 그런데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그만둔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김: 무한도전은 이번에 평창 봅슬레이로 다시 한번 국민예능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김태호 PD가 거의 유재석 씨와 함께 무한도전의 양대축이었잖아요? 정말 그만두는 건가요?
이: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맡은 지 12년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그만둔다는 말들이 있었거든요. 본인도 아이디어 고갈 등을 이유로 시즌제로 무한도전을 바꾸자고 계속 말해왔었고요. 그러다 이번에 연출에서 빠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드디어(?) 해방인 셈이죠.
김: 그러네요. 김태호 PD 없는 무한도전은 상상이 안되었는데 어쨌든 올 것이 온 셈이네요.
이: 이렇게 정말 그만둘까 싶었던 경우도 있지만 설마 더 할까 했는데 더하게 된 뉴스들도 나왔어요.
김: 누가누가 있나요?
이: 먼저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입니다. 지금까지 한은 총재가 연임을 한 적이 없고 이 총재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보니 누구나 당연히 임기를 마치고 새 총재가 선임될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이번에 뜻밖에 연임이 되어서 모두가 놀랐습니다.
김: 미국은 연임이 관례였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준의장을 갈아치우더니 한국은 반대로 관례를 깨고 연임을 시켰군요.
이: 네, 아무튼 능력있으면 정권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요. 특히, 한국은행은 항상 독립성이 문제가 되어 왔는데 이번 기회로 보다 독립적인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 막상 나갈 거라고 좀 편히 정리하다가 다시 일하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군대에서 말년에 가장 공포스러운 꿈이 제대가 연기되는 거라면서요?(웃음)
이: 그것만큼 기분 더러운 게 세상에 또 없죠(웃음). 실제 이 총재도 연임이 기쁘다기 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또 권력을 쥐고 있는 건 또 다른 가 보더라고요. 재미난 사례가 지금 한창 검찰의 조사를 받는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입니다.
김: 김 전 실장도 장수한 타입이죠?
이: 네, 관운을 타고 났다는 말이 많았죠. 정권을 바꿔 가면서 국방장관을 무려 3년 6개월 넘게 하고 나서도 바로 국가안보실장을 3년 가까이 더했거든요.
김: 대개 장관은 1년 주기로 바뀌지 않나요? 장관급 이상을 그렇게 오래한 건 정말 드문 케이스죠.
이: 김 전 실장이 국방장관을 이제 그만둘 때가 되니까 밑에서도 끝물이라고 말을 안 들었대요. 그런데 계속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니까 바로 그 다음 회의 때 이랬답니다. 지난 번 회의 때는 자기가 말해도 아무도 메모도 하지 않더니 연임이 결정나고 나니까 다들 열심히 적고 있더라고요. 그 얘기에 회의에 참석했던 고위관료와 장성들이 뜨끔했다고 하네요.
김: 그래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결국에는 끝이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정말 권불십년이네요.
이: 네, 그런데 권불십년이 통하지 않는 최강자들이 또 있어서요.
김: 그게 또 누구죠?
이: 영원한 0순위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입니다. 원래 대통령을 4년씩 두 번이나 했는데 3선 연임 금지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을 잠시 그만 두고 총리를 4년하고 난 다음 다시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대통령을 하고 있죠. 그런데 2018년에 임기가 끝나도 또 출마할 거라는 게 거의 기정사실입니다. 그러면 벌써 20년을 하게 되는 셈이죠.
김: 권력에 눈이 멀었군요. 권력이 그렇게도 좋을까요? 엄청 피곤할 것 같은데.
이: 또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애초에 2018년 9월까지만 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당칙이 변경되어서 2021년 9월까지도 총리 재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일본 역사상 최장기 재임한 총리가 되죠.
김: 아베가 그렇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요.
이: 그런데 여기에 쐐기를 박은 사람이 나온 겁니다.
김: 또 있어요?
이: 네, 이번에도 한국의 주변 열강인데요. 가뜩이나 제2의 마오쩌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의 길을 열고 있습니다.
김: 중국은 국가주석이 5년 임기로 연임이 가능하니까 총 10년이어서 다른 나라보다도 조금 긴 편인데 이걸 또 늘린다고요?
이: 아예 종신도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중국 헌법 제79조는 “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임기(5년)와 동일하며 연임은 두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아예 빼버리겠다는 것이죠.
김: 헌법과 당칙을 개정해서 임기를 연장하는 게 불법은 아니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완전 편법이네요. 한국도 개헌이 논의 중인데 따라가지는 않겠죠?
이: 우리나라는 개헌을 하더라도 불가능합니다. 헌법 제128조 제2항에 “대통령의 임기연장 도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못박아 두고 있거든요. 장기독재 후에 만들어진 헌법이기 때문에 아예 장기집권을 방지한 것이죠.   
김: 민주적으로 장기집권하는 사례도 있잖아요?
이: 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독일 사상 최장 총리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4년 임기를 다 마치게 되면 16년으로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좋지 않아서요, 어떻게 될 지는 모르죠. 다만, 독일은 총리가 장기집권하는 것이 드물지는 않아서요, 8명 총리 중에서 현재는 3위 정도입니다.
김: 아무리 깨끗한 물도 오래 고이면 썩잖아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잘 새겨서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잘 사용하고 마지막에도 잘 마무리하는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이: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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