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했던 참모 줄줄이 짐싸

    집권 2년차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특히 이번 주 들어서만 조시 라펠 백악관 대변인에 이어 호프 힉스 공보국장의 사임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워싱턴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가 더 외로워졌다’는 지난달 28일자 기사에서 “힉스 국장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모두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일가와 각별했던 참모 줄줄이 짐싸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힉스 국장은 2016년 대통령선거 이전부터 트럼프가와 연을 맺어왔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힉스 국장보다 하루 먼저 ‘사임 예정’ 보도가 나온 라펠 대변인 또한 그동안 이방카 부부의 대(對)언론 창구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현지 언론들로부턴 이들의 잇단 사임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이방카 부부 간의 ‘권력암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켈리 실장은 최근 백악관 직원들의 비밀취급 권한을 조정하면서 이방카의 남편이자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의 권한을 기존 ‘1급 기밀 또는 특수정보급’에서 그 아래인 ‘기밀급’으로 낮춰 양측의 ‘불화설’에 재차 불을 지폈다. 쿠슈너 고문의 친구로서 백악관 기술혁신 보좌관으로 일했던 리드 코디시도 지난달 백악관을 떠났고, 작년 말엔 이방카 부부의 조언자이자 중동정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디나 파월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직을 내놨다. 20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업무를 담당했던 키스 실러가 작년 말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운영국장직을 그만두는 과정에서도 급여 등 처우 문제와 함께 켈리 실장과의 ‘불화’가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적이 있다. 폴리티코는 힉스 국장의 사의 표명 뒤 트럼프 정권의 비공식 ‘이너서클’에선 “켈리 실장도 곧 쫓겨나게 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수사·험담·폭로 등 “좋은 날 없는”트럼프 백악관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힉스가 사임 발표 전날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힉스는 청문회에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선 “결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동안엔 종종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 필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는 힉스를 질책했을 것이고, 결국 힉스는 사임을 결정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힉스는 지난달 초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이 전 부인들에 대한 폭력 행사 논란 속에 사임했을 땐 포터와 데이트하는 듯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 공개돼 입길에 오른 적이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엔 다른 백악관과 달리 좋은 날이 많지 않았다”면서 “거기 있는 모두가 수사와 비밀유지, 험담, 폭로 등의 압박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젠 프사키는 힉스 국장에 대해선 “트럼프라는 ‘롤러코스터’로부터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보호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그의 부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앞으로 그에게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기규제 돌풍 몰고온 10대들
‘수정헌법 2조’넘을 수 있을까

    지난달 14일 플로리다 주 남쪽 브로워드 카운티의 파크랜드에 있는‘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로 학생과 교사 등 1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총격범은 이 학교에 다니다가 교칙 위반으로 퇴학당한 니콜라스 크루즈(19)로 우울증, 자폐증, 주의력결픽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권총으로 자신의 얼굴을 겨눈 사진을 올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미 연방수사국(FBI)에 두 번이나 신고가 되기도 했다. 크루즈는 10정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그 중 7정은 지난해 합법적으로 직접 구입한 것이었다. 총격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관련 기사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총기난사사건은 이전 총격사건과 사뭇 다르다. 사건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이 “살고 싶다”, “더는 못참겠다”며 전방위적으로 총기규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10대의 재기발랄함과 당당함으로 어른들과 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에 따르면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주의 주말인 17일 플로리다 주 포트 로더데일의 브로워드 카운티 연방 법원 앞에서 열린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및 총기규제 촉구 집회에 참석한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3학년생 에마 곤살레스는 연설을 통해 “어른들은 ‘그런 거란다’라고 이야기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배운 건 공부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총기규제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총기 소유를 주장하는 ‘미국총기협회(NRA)’에서 선거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Shame on you). 정치인들은 멋진 하원과 상원 좌석에 앉아 NRA의 자금을 받으면서 우리에게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런 걸 BS(bull shit)라고 부른다”라고 일갈했다. 21일 더글러스 고교 일부 학생들과 지지자들은 플로리다 주 탤러해시에 위치한 주의회 의사당에서, 주 남부 학교 50여곳의 학생 수 천명은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각각 총기법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총기규제 지지자들은 3월 24일 5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집회 ‘우리의 삶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워싱턴에서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집회는 워싱턴 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총기규제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실질적으로 총기가 규제되기 위해서는 헌법이 개정돼야 하는 근본적인 절차가 있다.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이들이 넘어야 할 더 가까운 장애물은 공화당이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에도 총기규제 강화법안을 번번이 부결시켰던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총기 관련 입장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효과는 미비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미총기협회(NRA) 지도자를 만났고,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의장, 미치 매코넬(공화·캔터키) 상원 원내대표, 초당파 의원들과 각각 만남을 가졌다. 공화당의 강경 입장에 백악관도 살짝 발을 빼는 모습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계속 지지하고 있지만, 이 방안이 어떻게 이행될 지에 대해서는 입법되는 과정을 봐야 할 것이다”라며 “입법이 될 때 우리는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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