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폭행·자녀학대 피해자로 'U비자'

서류심사와 신원조회가 강화되면서 영주권 취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연방정부가 제정한 특별법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한인들이 눈길을 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법에 남성 피해자로 영주권을 신청, 올초 미 시민권자로 귀화한 유종열(54)씨와 시민권자 배우자의 사망으로 영주권 취득이 무산될 뻔 했다가 올해 제정된 외국인 미망인 구제법에 따라 영주권을 받은 서니 이(59ㆍ가명)씨가 주인공. 힘들고 어려웠던 이들의 영주권 취득 스토리를 들어봤다.

아내폭행·자녀학대 피해자로 'U비자'
가정폭력 피해자임에도 추방 명령까지 받았다 최근 미국 시민으로 귀화한 한인 남성은 지난 2005년 아내의 신체적 폭력을 견디다 못해 배우자 폭행 피해자로 영주권을 신청했던 유종열(사진)씨.

유씨는 올초 시민권을 당당히 취득하는 한편 학업 문제로 떨어져 지내던 아들(18)과도 재회했다. 유씨는 지난 2005년 한인 남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시 제정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법(VAWA)'을 통해 U비자를 받고 영주권을 취득했었다. 한국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다 IMF로 회사 문을 닫은 후 LA로 건너온 유씨는 전처와 이혼 후 자신이 신문에 낸 구혼광고를 보고 찾아온 시민권자 여성과 만나 2001년 재혼했다. 그러나 재혼한 부인이 유씨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1남1녀)까지 학대하자 아태법률센터 한인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유씨는 "남자가 창피하게 부인에게 맞고 산다고 해서 숨겨왔지만 자녀들까지 학대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며 "고민 끝에 찾아가 상담했던 한인 변호사조차도 매맞고 산다는 이야기를 믿지 못해 자녀를 증인으로 요구했을 정도"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게다가 임시 영주권은 받았지만 영주권을 신청해 준 재혼 부인의 신고로 추방 명령까지 받았던 그는 이민법원을 끈질기게 쫓아다닌 끝에 결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유씨는 "당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이민법원에 갈 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추방명령도 취소되고 이렇게 시민권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주권을 받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충격으로 생긴 병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홈리스 신세까지 전락했지만 신앙생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그는 주변의 권고로 노스 캐롤라이나로 이주해 산삼 캐기에 나선 후 현재는 건강을 회복하고 산삼을 판매하며 살고 있다. 유씨는 "내 이야기를 공개한 것은 나를 보고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주위에서 많은 한인들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맘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를 보고 힘을 내라"고 말했다.

외국인 미망인 구제법 최초 수혜

미국에 온 지 10년만에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취득한 서니 이(59)씨도 한인으로는 처음 외국인 미망인 구제법에 따라 영주권을 취득하고 한국의 가족과 재회했다.

1999년 12월 재혼하는 미국 시민권자 남편 이모(당시 54세) 목사를 따라 미국에 입국해 결혼식을 올린 이씨는 5개월도 채 안돼 남편이 세상을 떠나 미망인이 됐다. 보장된 직업이나 체류신분이 없던 이씨는 얼마 뒤 이민서비스국(USCIS)로 부터 영주권 인터뷰 날짜 통지서를 받았지만 ‘미 시민권자와 결혼한 지 2년이 안된 미망인에게는 영주권을 발부할 수 없다’는 당시 이민법에 따라 신청서는 자동으로 기각됐다.

이씨는 미국에 체류하기 위해 소액투자비자(E-2)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해 결국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됐다. 체류신분으로 한국에 돌아갈 수 없었던 이씨는 결국 한국에 두고 온 자녀들과 생이별한 채 십 년이 넘게 지내야 했다. 의류업을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오던 이씨는 그러다 지난 해 10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했다 미망인이 된 외국인 배우자들의 집단 소송에 연방의회가 구제법을 마련하고 있다는 뉴스에 다시 희망을 찾게 됐다.

연방의회는 당시 이씨처럼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체류신분이 사라져 불체 신세로 전락한 외국인 미망인들을 위해 미 시민권자와의 결혼 기간이 2년 미만일 경우에도 영주권을 발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이 제정된 후 영주권 신청서를 접수한 이씨는 지난 2월 영주권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십년동안 떨어져 지내던 장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중이다.

케이스를 담당한 ‘윌너앤오렐리 로펌’의 리처드 윌머 변호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민법으로 오랫동안 불체신분으로 살아왔던 이씨가 영주권 승인후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씨처럼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체류신분에 불안해하고 있는 외국인 미망인들이 새 법의 혜택을 많이 받기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윌머 변호사는 이어 최근 일어나고 있는 포괄 이민개혁안 추진에 대해서도 “현재 미국의 이민법은 고쳐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며 “특히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고 있는 이민자들과 어릴 때 가족을 따라온 불체 학생들을 구제하는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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