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범죄 기준 마련해달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직원들이 “성폭력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달라”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인사팀마다 “성폭력 기준을 똑 부러지게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건설사 인사팀은 지난주 ‘사내 성폭력 특별히 주의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가 질문 폭탄에 시달렸다. “회식 때 남녀 직원을 섞어 앉혀도 되느냐” “같이 출장 갈 일이 있는데 승용차에 같이 타도 되냐”는 식이었다. 이 회사 사내 성폭력 교육 담당자(34)는 “기존에 문제가 되지 않던 부분도 하나하나 짚어달라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여기저기서 자문하고 있지만 상황마다 성폭력인지 아닌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펜스 룰(여성과 아예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7년 차 대기업의 한 여성 대리는 며칠 전 부장으로부터 단체 메시지를 받았다. ‘앞으로 가능한 한 저녁 회식을 하지 않겠다. 여직원과는 점심때만 단체로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이 직원은 “여성 저녁 회식 배제는 성차별 아니냐”고 인사팀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아직 기준을 못 정했다, 난감하다”고 답했다.기업 익명게시판에도 성폭력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국내 한 대기업 계열사 익명게시판에 지난 9일 한 여직원이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술에 취해 돌아가면서 직원들 깍지를 꼈다. 인사팀에선 남녀 구분 없이 한 것이라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하자는 직장인들도 있다. 20~30대가 모이는 직장인 익명게시판에는 구체적으로 사례를 올리면 서로 답변을 해준다. ‘어제저녁 회식자리에서 옆 사람한테 술 한 잔 달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후배 여직원이었다, 이것도 성희롱인가?’ ‘괜찮아 보이는 여직원에게 밥 한번 먹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성희롱인가?’ 등 글이 쏟아진다. 아예 구체적 기준들을 만드는 기업들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팀은 지난 7일 상황별로 자세한 예시를 만들어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다이어트해야겠다, 예뻐진 것 같다’는 말은 성희롱, ‘회식 때 러브샷’ ‘악수 이외 어깨를 두드리거나 과도한 포옹’은 성추행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수원의 한 중견 제조업체는 성폭력 관련 핫라인을 만들었다. 걱정이 되거나 의심이 갈 때 해당 번호로 전화하면 법무팀 직원 한 명이 전담으로 답변해준다. 구체적 기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폭력 여부는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성희롱을 하고도 “회사의 성폭력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탁틴내일 성문화센터의 이현숙 대표는 성희롱은 상대와의 관계, 말투 등 복합적인 맥락을 봐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참고용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상황별 가이드라인을 전부 만들어 대처하긴 힘들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가이드라인조차 없으면 더 헷갈리지 않겠냐”며 “이런 가이드라인을 점차 늘려 빈 곳을 채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중은 개ㆍ돼지’ 나향욱 교육부 복직할 듯

    ‘민중은 개ㆍ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파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복직 길이 열렸다. 교육부는 19일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었지만 법무부 국가 송무 상소심의위원회가 1ㆍ2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며 상고 불허 방침을 알려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가ㆍ행정소송에서 국가기관이 관행적으로 상소(항소, 상고)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지난해 심의위원회를 설치, 상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하고 상고 기한인 2주가 지나면서 나 전 정책기획관은 17일 승소를 최종 확정지었다. 그는 앞서 2016년 7월 한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ㆍ돼지이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교육부는 나 전 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이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킨 점 등을 지적하며 파면을 결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발언 경위 등을 고려하면 징계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올해 초 2심 재판부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교육부는 법원이 나 전 정책기획관의 비위 사실은 인정하지만 파면은 과하다는 취지로 판결한 만큼 일단 복직시킨 뒤 징계 수위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인사혁신처로 파면 취소 제청을 한 뒤 (고위공무원 복직에 대한)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복직된다”며 “파면이 취소되면 중앙징계위에 재징계 의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세 금수저도 14억 ‘로또’ 아파트 당첨

    중도금 대출이 안 돼 현금만 최소 7억원이 필요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특별공급에 이제 막 성인이 된 만 19세(1999년생) 청약자도 당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이 21일 발표한 디에이치자이개포의 특별공급 당첨자를 분석한 결과 기관추천 전형 당첨자에 1999년생과 1994년생(만 24세), 1991년생(만 27세) 등 1990년대생 3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당첨자는 14명으로, 전체 당첨자의 15%를 차지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119명 중에서도 1990년생(28세) 1명이 포함됐다. 1989년생(29세)도 6명으로 20대 당첨자가 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은 총 458가구였다.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5·18 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장기복무제대군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다. 이들은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6개월만 지나면 전용 85㎡ 이하 주택에 청약할 수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1순위 조건은 결혼한 지 3년 이내에 자녀가 있어야 한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인 3인 가구 기준 월 500만원을 초과해도 안 된다. 맞벌이의 경우 월 소득이 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기관추천과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뛰어든 1990년생 당첨자들이 스스로 7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상속이나 증여가 아니면 답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고 만든 특별공급 제도가 ‘금수저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증여를 받거나 ‘진짜 로또’에 당첨된 게 아니라면 20대가 7억원이 필요한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4160만원으로, 가장 분양가가 낮은 전용 63㎡도 분양가가 9억8000만~11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국토부 조사에 따라 당첨자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국토부 전수조사로 특별공급 당첨자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서 디에이치자이개포 당첨자의 위장전입 여부와 청약통장 매매, 자금출처 여부 등을 알아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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