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자고나면 추가 보복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이다. 이로인해 글로벌 경제가 온통 울상인데도 트럼프는 여전히 삐딱하다. 최근 트럼프의 행보는 제2차 세계대전 패망 당시 일본의 가미카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미카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감행했던 일본군 특공대를 가리키는 말로, 가미는 신(神), 카제는 풍(風), 즉 바람이라는 뜻이다. 가미카제 공격으로 30척 이상의 연합군 군함과 350척이 넘는 전함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주 목표물이었던 항공모함은 침몰시키지 못했다. 무모했던 일본은 그렇게 패망했지만 그 후로 가미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하게 하는 행동’을 비유하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앞세운 무역 전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자 가미카제를 빗대어 무모하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은 25%의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일부터 미국산 돼지고기, 과일, 포도주, 스테인레스 파이프 등 30억 달러 128개 품목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 조치는 앞서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자 한술 더 뜬 트럼프는 두 배 규모의 추가 대응을 경고했다. 미 무역대표부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부과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곧장 맞대응에 나선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106개 품목에 같은 규모의 고율 관세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두 스트롱맨의 무역전쟁을 먼저 거론한 것은 트럼프이다. 지난 3월 22일 트럼프는 ‘대중 관세부과안’에 서명하면서 무역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약 6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이 안은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무역 전쟁의 서막을 알리긴 했지만, 정작 트럼프에게도 이로운 점은 별로 없어보인다. 시진핑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사항전의 태세를 보인 중국의 반격은 일사불란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미국을 성토하는 기사 14개를 5개 면에 보도했다. 여론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반격의 핵심은 미국의 내부 분열 조장이다. 중국이 이번에 미국 공화당 지지층이 밀집한 농장지대와 러스트 벨트 공장지대의 주력 생산품인 대두, 위스키, 자동차, 항공기 등을 보복 카드로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단 중국은 미국산 콩을 가장 먼저 제재할 것으로 거론된다. 콩은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의 대중 콩 수출액은 146억달러에 달했다. 미국내에서 콩을 생산하는 지역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주들이 많다. 보복 관세가 부과될 경우에는 트럼트와 공화당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외에 중국이 보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조업종은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로 요약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5년 미국 방문 기간에 맞춰 38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보잉사 항공기 300대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벌써부터 중국 관영매체는 트럼프의 무역전쟁 선포는 미국내 큰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보잉사에 넣은 주문은 에어버스로 대체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애플, 인텔 등 미국 기술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우리는 롯데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결국 중국에서 문을 닫고 철수를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뿐만 아니라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은 미국내 월마트와 타겟 그리고 전세계 지천에 깔려져 있는 중산국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된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중국의 작전인 ‘미국 기업ㆍ소비자는 싸워라’ 는 여론 분열 작전은 먹혀 들여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면서 중국에서 반미 민족주의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와 온라인상에서는 6·25전쟁 때나 문화대혁명 때 나왔던 반미 구호가 다시 등장하고, 반미 감정을 부채질하는 가짜 뉴스도 돌고 있다. 또 중국의 한 관광지 매표소에 '미국 국적의 관광객이 티켓을 구매할 때 반드시 25% 관세를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이 붙었다는 가짜 뉴스까지 등장해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1300개에 대해 최고 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비꼰 것이다. 또 13억 중국이 반미 감정과 애국 정신에 고무되어 대대적인 콜라와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펼친다면 그 피해는 미국의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어 있다. 양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면 단순 보복에 그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중국이 현재 보유 중인 1조17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극단적인 보복 수단을 선택해 달러 패권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지난주에 미국은 항모 루스벨트호가 속한 제9 항모강습단이 남중국해 남부에서 이틀간 싱가포르 해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중국도 랴오닝호 전단을 남중국해 하이난 해역에 보냈다. 웬만한 나라의 전체 군사력보다 더 큰 능력을 갖춘 미·중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에 동시 진입하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초유의 사태다. 전 세계가 우려해 왔던 미·중 패권 경쟁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또, 미국은 지난 주말 대만에 잠수함 기술을 전수하기로 하면서 중국을 더욱 약올리기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상대방을 최대한 몰아붙인 뒤 자신이 원하는 협상 결과를 얻어낸다는 일종의 상거래 관점을 국가간에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최대한 압박으로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낸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상대로 각종 무역 보복 조치를 쏟아내면서도 언제든지 타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역 전쟁이 터지면 미국도 피해를 당한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과연 무역 전쟁을 향해 계속해서 직진 사인을 넣을 수 있을까?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트럼프가 가미카제식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관세 무역 전쟁과 북ㆍ미 정상회담을 이벤트 카드로 사용할 계획이다. 따라서 무역 전쟁 카드는 포문 열기 일보 직전까지만 끌고 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중무역전쟁은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러나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무역전쟁과 신경전이 현실화되면서, 이미 한국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과 정책금리가 역전된 상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금리 역전 현상은 장기화될 경우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대규모의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업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켜 한국의 수출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중 전면 무역전쟁시 한국의 피해액은 최대 367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대 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 상황은 지속적으로 두고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선 눈앞에 닥친 현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는 27일, 남ㆍ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5월에는 북ㆍ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편에선 일대일로 맞서면서 또 한편에선 북핵 해결의 타협점을 함께 도출해야 할 입장이다. 미중이 양국간 현안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 부분을 북핵 문제에서 벌충하는 식의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트럼프도 시진핑도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주변국 관계쯤은 언제라도 희생시킬 수 있는 자국 우선주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은 두 나라의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머리 위에서 다른 거래를 하지 않도록 그들의 정세를 면밀히 지켜보는 일이 급선무이다. 자칫하면 무역전쟁으로 인한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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