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되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식에서, 학생들을 구출하다가 막판에 배에서 빠져나온 한 생존자는 누군가가 아직도 배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도 돌아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자책감을 토로했다. 행사장은 숙연해졌다.  4년 전 그날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고,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탑승객 등 304명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도 진도 팽목항에는 가방과 옷, 휴대 전화에 노란 리본을 매단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났지만 세월호라는 이름의 아픔과 슬픔은 유족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 가슴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모식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대로 하지 못했던 구역의 수색을 재개해 미수습자 유해 수습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 경위 조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이런 문 대통령의 신념이 바탕이 되어 지난 4년간 우여곡절을 거치며 사고수습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3년 가까이 물 속에 누워 있던 세월호는 참사 1091일 만인 지난해 4월11일 목포 신항부두로 옮겨졌다. 세월호의 선체 직립(直立)작업이 내달 말에 이루어지면 기관실 등에 대한 마지막 수색작업이 가능해진다. 참사 이후 이준석 선장의 무기징역 선고를 비롯해 승무원들과 청해진해운 직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일에는 늘 부작용이 거론되기 마련이다. 세월호 진상규명 기간이 길어지고, 세월호를 들먹거리는 정치인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면서 간혹 정치에 너무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오해가 일고 있다. 그 첫번째 부작용은 현 정권이 사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붙들고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3년여 동안 각종 조사와 수사, 재판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는 '2기 특조위'가 시작됐다. 이미 검경 수사, 국정조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1기 특조위 조사 등 네 차례 조사가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선체 조사와 미수습자 수습, 선체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세월호선체 조사위원회도 활동하고 있다. 조사 기간이 길어지고 밝혀진 사건 전말이 기대했던 것보다 답보상태이다 보니, 국민 세금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좌파 운동가들에게 자리와 월급을 주기 위한 용도로 변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대통령의 잘못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일어난 많은 떼죽음 사건의 희생자들은 왜 구조되지 못했을까. 법원과 일부 여론은 세월호 사건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추궁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사고 발생후 빨리 수습하려는 의지 부족으로 해석되어 도덕적인 면에서 지탄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수상한 7시간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더욱 커졌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다.  이곳 미국을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텍사스 등에서 태풍과 홍수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자신 소유의 호화로운 골프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럴 때마다 평화로운 리조트를 배경으로 재해지역을 간단히 선포했고, 자신의 일정을 우선 마치고 피해 지역을 방문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비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문제가 일어나면 각 해당 부처에서 책임있는 처신을 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부작용으로는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인명 사고 발생시 어느 정도 사상자 숫자가 넘으면 무조권 정치탓, 국가탓을 하는 이상 현상이 시작되었다. 이는 세월호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지급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당시 세월호 선사는 삼성보험사에 1천억 규모의 배상책임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였지만 보험 약관중 해운사의 과적이나 조작미숙 등과 같은 인재에 의한 사고는 전액지급이 어렵다는 조항과 희생 인원이 수 백명으로 늘어 개인당 지급받을 수 있는 보상금액이 턱없이 낮아지자 국가의 관리 소홀을 이유로 시민단체와 야권 등에서 개입했다. 그리고 선지급 이후 재산정리 추후 선사재산 국고귀속이라는 방법으로 7~10억대의 보상금과 수천억에 이르는 선박인양 비용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통틀어 수학여행을 가면서 사고를 당했거나 혹은 열차가 전복했거나, 여객선이 침몰했거나,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의 피해자라고 해도 국가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배상을 하는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담당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이 일순위이며, 성금을 모금해 전달하는 것이 이순위이다. 비록 세월호가 한국사회에 미친 국민적 상실감은 크지만, 원칙을 따르지 않는 보상 절차로 인해 툭하면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이후로도 병원, 지하철, 요양원, 버스 터미널, 낚싯배, 공연장 등등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이번 정권이 여행객들의 해난 사고를 정치 문제로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온 탓에 낚싯배 사고에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묵념하는 과잉 쇼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단원고 학생 247명을 포함해 희생자 269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안산 합동분향소는 그날 합동영결·추도식을 끝으로 철거에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내 딸아’ ‘내 아들아’라고 부르면 방에서 나올 것만 같은 아이들을 분향소에서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만은, 이제는 기억과 다짐으로 새롭게 추모할 때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통해 안전 문제에 대해 각성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 나라가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해경을 해체했다 부활시키고, 국민안전처라는 기관을 만들었다 없앤 것 외에는 별반 달라진 것도 없다. 세월호 참사 후 법정에 출석한 선원들도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화물 선적과 고박, 평형수 관리는 항해사가 했다”(이준석 선장), “선장이 과적과 부실고박 관행을 알고도 묵인했다”(항해사), “선장과 항해사의 지시대로 했다”(조타수). 이들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누구라도 그런 처지에 놓이면 “해오던 대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고 항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작은 타협을 반복하며 악마의 관행을 쌓아올린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완전한 사고수습과 진상규명, 아직 돌아오지 못한 5명의 귀환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희망하는 마음은 여전히 간절하다. 하지만 세월호가 남긴 과제, ‘안전한 대한민국’의 염원은 과연 이뤄지고 있는가. 지난해 말 15명이 숨진 영흥도 해상 선박충돌 사고, 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안전사고에서 우리의 불감증은 잊을만하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생명과 안전이 가장 고귀한 기본권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책무는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합동분향소 철거에 맞춰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른들의 구조를 철석같이 믿고 기다리다가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생명 존중이 실천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승화시켜야 할 때다. 그것이 세월호 4년의 세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모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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