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10억은 어디서 왔나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 사건 주범 김모(49·필명 드루킹)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다. 이런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소개하며 “운영자금이 연간 11억원”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무슨 돈으로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벌일 수 있었을까.
◇아내 집에 얹혀 살던 드루킹
“그 분은 돈 없어요.”김씨 동네의 부동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매매가가 2억2000만원에 형성된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의 26평형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는 명의자가 김씨 부인 최모씨로 되어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아내가 친정에 빌린 돈으로 산 집으로, 남편 몫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으로부터 33%(약 7000만원)의 지분만 인정 받았다.
◇드루킹 스스로 밝힌 지출은 11억원
2016년 경기도 파주의 4층짜리 건물 중 1~3층을 임대해 차린 ‘느릅나무 출판사’의 서적을 통한 수익은 없다. 한 권도 출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임대료는 월 485만원. 4~5명 직원들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한 달에 적어도 1000만원 안팎의 경비가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댓글 작업에 동원된 조직원 20~30명의 식대와 수고비, 경찰이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대의 비용을 추산해보면 최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정치후원금도 냈다. 김씨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엔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네려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자금 출처에 대해 “경공모 회원들에게 모금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의심되긴 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가 경공모 소개자료에 밝힌 연간 지출은 11억원이다. 이것을 ‘과장’이라고 쳐도 김씨의 손익은 격차가 크다.
◇강연료·비누사업 연간 5500만원
경공모 회원들이 밝힌 드루킹 김씨의 자금출처는 강연비다. 강연은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서 ‘산채’로 불리는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진행된다. 강연은 연간 2회차(1기 : 1월 6일~5월 5일, 2기 : 5월 12일~9월 15일)로 운영됐다. 한 회차에는 12번의 강연이 있다. 경공모 회원이 밝힌 한 회 강연료는 3~4만5000원.
느릅나무 출판사의 지난 3월 20일 일계표를 보면 강연 한번 수입으로 175만원이 입금됐다. 약 40~60명이 강의를 들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숫자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강연비 연간 매출(24회 강연)은 약 4200만원이다. 연간 지출액 11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또 다른 수입원은 비누 사업이다. 드루킹은 한 장 당 1만2000원~1만6000원대의 비누를 만들어 팔았다. 주로 경공모 회원들이 이것을 공동구매 했다. 일계표의 공동구매 입금액은 108만8500원. 비누 공동구매가 한 달에 한번씩 있었다고 쳐도 연간 1296만원 정도다.
사무실 임대료도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드루킹 김씨의 댓글 조작에 자금을 된 외부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경찰, 뒤늦은 드루킹 자금 추적
경찰도 뒤늦게 김씨의 ‘수상한 자금원’을 들여다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6일 “드루킹 김씨의 사정을 보면 활동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범죄수익추적수사팀 5명을 수사팀에 추가로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체포된 지 28일 만에 자금 추적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구속된 드루킹 일당 3명 외에 추종자 상당수가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검 1위했던‘고마워요 문재인’도 드루킹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주도한 정치그룹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째를 맞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띄우기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취임 100일째인 지난해 8월 17일 네이버·다음 실검 1위는 ‘고마워요 문재인’ ‘문재인 우표’가 나란히 올랐다. 경인선 블로그에는 실검 띄우기가 성공한 지 이틀 만인 8월 19일에 “‘고마워요 문재인’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반년간 촛불을 들며 부정 부패한 허수아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우리가 선출한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고 싶은 100일 취임기념 선물”이라는 글이 올라 왔다. 자신들이 실검 띄우기 작업을 일정 부분 도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19일 경인선 블로그에 올라온 글에는 “‘고마워요 문재인’이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라가면서 지지율 84%가 허상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적혔다. 게시글은 이어 “‘고마워요 문재인’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림으로써 지지율 84%가 허상이 아님을 바로 증명했다”라고도 했다. ‘드루킹’ 김씨는 “경인선은 대선 경선 당시 나와 함께 했던 1000명의 동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 블로그는 최근까지 비공개 상태여서 경인선 회원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씨가 체포된 지 24일만인 지난 17일 오후부터 돌연 공개 상태로 전환했다. 블로그에는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 응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는데 비공개 전환 전과 달리 일부 댓글이 삭제됐다.  온-오프라인 정치그룹인 경인선은 드루킹 김씨 주도로 국정농단 사태가 진행되던 지난 2016년 10월 활동을 시작했으며 회원은 1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경인선에 대해 “대선 경선 당시 나와 함께 했던 1000명의 동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경인선이 검색어 순위 올리기 작업을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국내 대형 커뮤니티들에서는 “‘고마워요 문재인’도 드루킹 작품이었네”라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드루킹’ 김씨는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친문 진영의 오래된 준비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역량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그 보다 훨씬 정교한 준비를 우리 진영에서 오래 전부터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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