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야고보서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4:7) 여기서‘하나님께 복종’하는 것과‘마귀를 대적’하는 것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무슨 의미냐 하면,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과 마귀를 대적하는 것은 동전의 양명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께 복종하려면 마귀를 대적해야 하고, 마귀를 대적하려면 하나님께 복종해야 합니다. 선을 행하는 것이 악을 미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내가 하나님께 복종하며 살면 자연히 마귀는 물러가게 되어 있습니다.‘마귀를 대적하라’는 것은‘마귀야,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복종하면 마귀를 물러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 복종하며 사는 것일까요?‘복종하라’는 말의 헬라어는‘휘포타케테’인데,‘복종하다’,‘순종하다’는 뜻을 가진‘휘포탓소’라는 동사의 명령형입니다.‘후포탓소’는‘휘포’즉‘∽아래’라는 전치사와,‘탓소’즉‘두다’라는 동사가 합쳐진 단어로서‘∽아래 둔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하나님께 복종’한다는 것은 자신의 뜻을 하나님의 뜻에 굴복시키는 적극적인 순종을 의미합니다. 이렇게‘하나님께 복종’한다는 말을 문자적으로 풀면 머리로는 정리가 되는 것 같은데, 실제적으로‘하나님께 복종하는 삶이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하면 좀 관념적이고 막연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신약이 참 어렵습니다.

    신약 성경은 길게 풀어서 얘기하지 않고 간단하게 축약해 버릴 때가 많습니다.‘하나님께 복종하라!’‘마귀를 대적하라!’ 얼마나 단순합니까? 단순하지만 이 문구 속에 담겨져 있는 유무형의 의미들은 엄청납니다. 신약성경은 이렇게 축약형 문구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그래서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이 하나있습니다. 이 축약형 문구를 그림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람은 말이나 언어보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이해력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시청각 교육’이 중요한 것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약성경을 주셨습니다. 구약은 신약에 비해 훨씬‘그림언어’적인 책입니다. 예수님께서도‘나는 생명의 떡이다.’(요한복음 6:48)라고 자신을 설명할 때,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40년 동안 먹었던 만나이야기를 끌어다 쓰시면서, 왜 자신이 그냥 떡이 아니고 생명의 떡 이신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성경은 구약과 신약이 서로 짝을 이룹니다.‘하나님께 복종하고 마귀를 대적하라’는 말씀의 의미를 보다 실제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이 말씀과 짝을 이루는 구약 성경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하여 홍해 바다를 건넌 후에 처음으로 맞닥트렸던 아말렉 족속과의 싸움(출애굽기 17장)의 현장 모습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두 장면이 펼쳐집니다. 하나는 여호수아가 군대를 이끌고 아멜렉과 싸우는 장면이고, 또 한 장면은 모세가 지팡이를 들고 아론과 훌과 더불어 산꼭대기에 올라가 손을 들고 있는 모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할 것은 이 전쟁의 승패가 여호수아의 군대의 힘이 커서도 아니고 여호수아가 칼싸움을 잘해서도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 전쟁의 승패를 가릅니까? 모세가 산꼭대기에서 들고 있는 손이었습니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모세도 사람인지라 오래 손을 들고 있으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이 내려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아말렉이 이깁니다. 그래서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게 하려고 함께 올라갔던 아론과 훌이 이쪽과 저쪽 양편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렸더니 그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않아 여호수아가 칼날로 아말렉을 쳐서 무찔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여호수아가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왜냐하면 자신이 잘 싸워서 이긴 싸움이 아닙니다. 들어 올려 진 모세의 두 손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지은,‘들어 올려 진 모세의 두 손’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성경학자들은 모세가 두 손 들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해석합니다. 이 해석대로 모세가 기도했다면 왜 구태여 두 손을 들고 기도해야만 할까하는 의문입니다. 그냥 조용히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고 하나님께 기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왜 두 손을 들어야 이기는 것입니까? 한국에 남포교회를 담임하시는 박영선 목사님께서 쓴 책 중에 ‘구원 그 이후’라는 설교집이 있습니다. 박 목사님은 이 책에서 모세의 두 손 드는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모세가 두 손 드는 것은 하나님께 항복한다는 의미의 상징이다’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항복할 때의 액션이 두 손을 들어 보이는 것 아닙니까? 특별히 전쟁에서 적군이 아군에게 항복할 때 백기를 들고 두 손을 들고 나오지요? 이 해석대로라면 여호수아는 지금 적군인 아말렉과 싸우고 있고 모세는 하나님 앞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언제 이깁니까? 모세가 하나님 앞에서 두 손 들고 하나님께 항복할 때 이깁니다. 어쩌면 이것이 성도들의 영적싸움의 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은 무엇이 중요할까요? 아말렉과 싸워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 항복하느냐에 있습니다. 하나님께 항복한다는 말은‘하나님께 복종’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나님께 항복할 때, 곧 하나님께 굴복할 때 우리는 마귀를 대적하여 이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마귀와 대적하는 우리가 먼저 하나님께 굴복되어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하나님 앞에서 버티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굴복하고 사십니까? 아직도 하나님 앞에서 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 백기를 들어야 할 때가 옵니다. 왜입니까? 하나님과 대결해서 이길 사람이 누가 있어요? 빨리 백기를 드는 것이 좋겠죠? 버틸 만큼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드는 것은 조금 쪽팔리는 일 아닙니까? 먼저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 마귀를 대적하여 이기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