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매에 절약과 겸손 가르쳤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과 전횡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11년 전 조양호 회장의 언론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선친이자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에게 신뢰와 겸손의 미덕을 배웠으며, 현아·원태·현민씨 등 3남매에게도 절약과 겸손을 특히 강조해 가르쳤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종처럼 부리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잇단 폭로를 생각하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월간조선의 2007년 9월호에 실린 조 회장의 인터뷰를 지금의 ‘대한항공 갑질 파문’에 비춰보면 인상적인 대목이 적지 않다. 58세였던 당시 조 회장은 선친 조중훈 회장이 물려준 가장 중요한 유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객에 대한 신뢰, ‘지고 이겨라’는 겸손을 가르쳐 주신 게 제일 크다”면서 “아는 사업에 집중하라는 선택과 집중, 전문화의 가르침도 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오너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 논란에 대해 어느 쪽이 좋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얘기를 접할 때마다 흑백논리로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답했다. 그는 “오너가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데 하나의 잣대만 들이댄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페덱스의 프레데렉 스미스 등 오너경영인의 긍정적 사례를 언급했다. 조 회장은 “오너는 뒤에 있고 전문 경영인이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꼭 옳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전문 경영인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너 경영인과 고용 경영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이분법적으로 보기보다 폭 넓게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회장은 단기 실적에 매달릴 위험이 큰 ‘고용 경영인’에 비해 오너 경영인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경영하기 때문에 보는 차원이 다르다며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인터뷰 당시는 조 회장의 삼남매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때였다. 장녀 현아씨는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장(상무)을 맡았고 장남 원태씨는 자재담당 임원(상무보)에, 차녀 현민씨는 대한항공 광고선전부 과장 자리에 있었다. 조 회장은 자제들의 교육방식을 묻는 질문에 “절약과 겸손을 특히 강조해서 가르쳤다”면서 “일부 부모는 돈을 여유롭게 주기도 한 모양인데 절대 그러지 않았다. 용돈을 조금만 줬고, 늘 절약하고 남들에게 겸손해야 한다고 교육했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금전적으로 엄한 부모가 된 배경에 대해 미국의 사립학교인 쿠싱아카데미고등학교에 다닐 때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동급생은 모두 부유한 미국 중산층 자녀들이었는데 한 친구가 스키여행을 가려고 아버지와 전화로 한 시간 이상 협상을 했다”면서 “그 아버지가 ‘이번에 돈을 꿔주면 어떤 방식으로 갚을 거냐’, ‘다음 여름방학 때 몇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냐’고 캐묻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금전적으로 엄격한 것이 부모의 바른 훈도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현아·현민 자매가 개인신용카드로 웨딩드레스와 고가의 해외명품을 구매한 뒤 제대로 관세 신고를 하지 않고 대한항공 직원들을 시켜 무단으로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지금의 상황과 괴리가 큰 인터뷰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자제들에게 내린 경영 지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회사 경영권은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학원까지 전문 교육을 시키고 자기 계발을 하게 기회를 줬을 뿐”이라면서 “본인이 경영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는 고객이나 주주들에게 평가받는 것이지, 제가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과서에 가까운 답을 내놓았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다시 복귀한 장녀 현아씨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고성을 지른 차녀 현민씨를 경영에서 손 떼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비행기에 타면 제일 먼저 무엇을 보느냐는 질문에 “기내 청결 상태를 가장 먼저 보고 다음으로 승무원의 서비스 태도, 음식의 질을 본다”고 답했다. 그는 “시골할아버지가 기내에 탑승했을 때 ‘대한항공은 내 며느리같이 친절하게 잘 해주는 구나’하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인터뷰 마지막에 “리스펙터블 에어라인(존경할 만한 항공사)으로 남고 싶다. 대한항공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끔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대한항공은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전행으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실추됐다.

한진가 논란에 불똥?
“신세계 이명희 회장 억울하겠어요”

    최근 ‘부하직원 폭행’ 논란을 빚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 관련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이다. 이명희 이사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동명이인이어서 착각해 발생한 해프닝이다. 이명희(75)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오빠이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아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활동이 없는 한진가의 이명희 이사장보다는 직접 사업을 하며 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세계가 이명희 회장이 대중에게는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며 “실제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 ‘이명희’를 검색하면 이명희 회장이 인물정보에 가장 먼저 나타나고, 이명희 이사장은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희’라는 이름이 최근 뉴스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23일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공사 현장에서 현장직원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여성직원의 팔을 잡아채는 등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욕설 등을 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이사장의 딸인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갑질’ 의혹에 이어 어머니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한진가 전체의 갑질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23일 오후 8시부터 24일 새벽까지는 ‘이명희’라는 키워드가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세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의 이름이 부정적인 이슈에 노출되다 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지금은 (한진가 이명희 이사장과 관련한) 뉴스가 오래 지속돼 착각하는 사람이 적지만 이슈가 처음 터졌을 때는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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