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에서 다지는 한인사회 자긍심"

     한 사나이의 조용한 열정의 쉼 없는 노력의 결과로 덴버에도 한인 농구팀이 결성되었다. 전미 농구협회장인 잔 리(John N. Lee)씨가 2013년도부터 공을 들이기 시작해서 덴버 한인 농구팀을 결성, 내달 22일부터 3일간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북미주 한인농구대회(Korean North America Basketball Association)에서 덴버 단독팀으로 뛰게 되었다. 작년에도 달라스(Dallas)에서 열린 전 미주 한인체육대회에 참가했으나 선수가 다섯 명 밖에 되지 않아 피닉스와 팀을 이루었었다.  현재 덴버 한인 농구팀은 아놀드 김(Kim Anold), 문영민 등 9명의 선수가 팀을 이루고,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작년에는 제대로 팀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일단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로 타 주와 공동 팀을 구성하면서까지 출전을 했었던 것에 비하면 일년 여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낸 것이다. 아놀드 김 주장은 작년 대회에 참가하며 동네 농구 정도의 수준일 거라는 생각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예상과 달리 실력들이 상당해서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열리는 대회에서는 팀원 모두가 실전을 경험하면서 팀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덴버 한인 농구팀도 여느 팀처럼 당연히 우승을 하고 싶지만 채 일 년도 안된 팀의 이력과 열악한 연습환경을 고려하면 너무 성급한 바램은 일단 접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팀 멤버 아홉 명 가운데 여덟 명이 직업을 가지고 있고, 한 명은 고등학생이다. 그러다 보니 팀 멤버 전원이 모여서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적당한 연습 시설이 없어서 이들은 24 아워 피트니스(24 Hour Fitness)를 전전하며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 공동으로 사용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작전을 짜는 등 실전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덴버 한인 농구팀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전미농구협회장 잔 리씨는 콜로라도의 한인들에게 덴버 한인 농구팀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샌디에고에 거주하며 사업차 수시로 덴버를 방문할 때마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으면서도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찾아 다니며 지금의 모습까지 팀을 이끌어 온 것이다. 그는 팀이 좌초되지 않고 앞으로 더욱 기량을 다지면서 덴버 한인 농구팀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바로 지금이 물심양면의 지원이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잔 리씨는 본인 스스로가 젊은 시절 농구를 즐겼었기에 누구보다 농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을 잘 알고 있어서 여건이 되는한 한인농구팀을 만들고 육성하는 데 가장 큰 열정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한인 농구팀이 주로 2세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스포츠를 통해 서로가 한 형제라는 우의를 다지게 되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한인 2세들, 때로는 피부색이 다른 혼혈 2세들이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 코트를 누비며 자연스레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면 본인의 이러한 수고가 보상되는 듯하다고 한다.

     더불어, 매년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전체의 한인 농구팀이 모여서 2박 3일동안 토너먼트를 치르게 되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축구나 골프 같이 인기가 많은 종목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해서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고, 덴버 한인 농구팀처럼 젊은 선수들이 자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작년 여름 이후 가입하게 되었다는 팀의 부주장 격인 문영민 씨의 경우도 9년 정도 혼자서 농구를 해 오다가 팀에 함께 하다 보니 팀워크도 배우게 되고 함께 하는 선수들과 형제애가 생겨나서 더욱 분발하게 된다고 한다.  잔 리씨는 농구가 스피드가 상당한 운동이다 보니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키가 크거나 작은 신체적인 조건들, 각자가 가진 주특기들을 살려서 호흡을 맞추는 게 상당히 중요하고, 팀을 위해서 자신의 역할과 재능을 헌신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야말로 팀워크라는 것을 몸으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팀의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면 서로 패스도 잘 하지 못하고, 멈칫거리게 되기에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향해 생겨나는 감정적인 문제들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스포츠가 사람의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장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농구라는 설명이다.  덴버 한인 농구팀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한인’이라는 공통적인 조건도 최소한 조부모 네 명 중 한 사람이라도 한국인이 있으면 가능하다.  연령 제한은 없고, 무엇보다도 덴버 한인 농구팀의 미래를 책임질 고등학생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농구 경력 25년이 넘는 팀의 주장 아놀드 김씨를 중심으로 어린 꿈나무들을 육성하면서 비전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잔 리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연습장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코트를 누비는 덴버 한인 농구팀을 향해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현실적인 지원을 고려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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