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관왕 박성현(25)이 긴 침묵을 깨고 올 시즌 첫 우승에 성공했다.
박성현은 7일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클래식에서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악천후 탓에 72홀 대회가 36홀로 축소돼 2라운드만 치러졌다. 박성현은 7일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타를 줄였다. 2위 린디 덩컨(미국·10언더파)이 막판 무섭게 추격했지만 박성현은 1타 차 리드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신인상 등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LPGA 투어를 평정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7차례 대회 중 톱10엔 단 한 차례밖에 들지 못할 만큼 부진했다. 그러나 텍사스 클래식이 박성현에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1라운드를 마친 뒤 박성현은 “전체적으로 샷과 퍼팅감이 아주 좋았다. 특히 초반 칩샷이 버디로 이어진 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감각을 찾은 박성현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갔다. 4번 홀에선 30야드 거리에서 시도한 칩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고, 6번, 8번, 9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집중한 박성현은 18번 홀에서 또한번 칩샷으로 버디로 연결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온 신들린 칩샷이 박성현의 우승을 이끌었다. 박성현의 이번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LPGA 투어 4번째 정상에 올랐다. 지난 2월 호주오픈의 고진영을 시작으로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의 박인비, KIA클래식의 지은희에 이어 박성현이 네 번째 우승자가 됐다. 이번 대회에선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을 비롯해 김세영이 8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고, 신지은이 공동 6위(7언더파), 이미향과 고진영이 공동 8위(6언더파)에 올라 한국 선수 5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프로골프 제이슨 데이 시즌 2승

    제이슨 데이(호주)가 7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 할로 클럽)에서 12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이후 3개월여 만에 거둔 시즌 2번째 우승이다. 베테랑 필 미컬슨(미국)이 공동 5위(7언더파),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패트릭 리드(미국)가 8위(6언더파)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안병훈은 공동 63위(4오버파)에 머물렀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마지막 날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기록하며 공동 55위(2오버파)에 그쳤다. 우즈가 18홀 한 라운드를 돌면서 버디를 하나도 잡아내지 못한 건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 2014년 WGC 캐딜락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쳐넣기·받아넣기·판때기 몇 번 들으니 익숙
선수들이 밝힌 남북 탁구 단일팀 뒷얘기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준결승전이 열린 지난 4일 스웨덴의 할름스타드 아레나. 제3단식에서 남북한 단일팀의 양하은(24·대한항공)이 일본의 히라노 미우(18)에게 1-3으로 진 뒤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패배로 게임 스코어 0-3이 돼 결승 진출이 좌절된 걸 자책했다. 그때 북한 김남해(22)가 다가가서는 “하은 언니, 울지 마라”며 토닥였다. 양하은은 “남해의 그 한 마디에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대회 초반만 해도 서먹했던 남북한 선수들은 3일 단일팀 결성이 확정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한데 어우러졌다. 4일 2시간 가량의 합동훈련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선수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자신보다 나이 많으면 무조건 ‘언니’로 불렀다. 탁구 얘기뿐 아니라 일상의 얘기도 많이 나눴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개인전 동메달리스트인 김송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서효원은 “내 또래 북한 선수들 근황을 물었더니 송이가 ‘모두 결혼했다’며 ‘언니는 결혼 안 했냐’고 되물었다. 내가 ‘남자가 없어 못 할 것 같다’고 대답하자, 송이가 ‘남자 많을 것 같은데, 너무 고르는 것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고 전했다. 연습 도중 실수를 해서 김송이로부터 “안경 좀 써야겠다”는 농담을 들은 유은총은, “연습게임에서 한 세트를 따낸 뒤 송이를 ‘바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한반도기에다 스스로 ‘김송이 바보’라고 쓰더라. 장난기 많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질적인 탁구 용어도 금세 익숙해졌다. 유은총은 “‘북한에선 서브를 쳐넣기, 리시브를 받아넣기로 부르더라. 처음엔 당황했는데, 눈치껏 맞춰보니 곧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나와 송이가 같은 수비형이라 서로 라켓을 바꿔치려고 했더니, 송이가 ‘그럼 판때기를 바꾸자’고 하더라. 판떄기가 라켓이었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우리는 ‘차분하게 하라’고 할 때 ‘급하게 하지 마’라고 하는데, 북한은 ‘대들지 마’라고 하더라. 나도 준결승전 때 송이에게 ‘대들지 마’라고 외쳤다”고 전했다.지도자들도 잘 맞았다. 안재형 한국대표팀 감독은 “김진명 북한 코치와는 2015년 한 대회에 참가하면서 알게 됐다. 일본전에 대해 출전 선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공통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남북한 단일팀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추억을 남겼다. 국제탁구연맹(ITTF) 관계자가 대형 한반도기를 구해오자 단일팀 최연장자인 서효원이 사인을 제안했다. 그러자 북한 차효심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단일팀을 했던 (유) 순복 선배님 집에 갔는데, 현정화 감독 등 남측 선수들 사인이 담긴 한반도기가 걸려 있었다. 이런 게 남는 것”이라며 좋아했다.  유은총은 “다음에 다시 만날 땐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선물로 주기로 했다. 더 만날 기회가 있을 테니 다음엔 함께 준비 잘해서 더 잘하자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양하은은 “북한 선수들은 구질이 까다롭고 기술 수준도 높았다. 함께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며 “같은 말을 쓰니까 이질감도 없고, 남북한을 모두 대표한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강해졌다”고 설명했다.안재형 감독은 “단일팀은 역사적으로 갖는 의미도 크다. 감독 입장에선 단순하게 합치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단일팀이 앞으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혹시나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했다. 대한탁구협회는 남북이 현재의 출전 엔트리(단체전)를 유지하는 단일팀 추진안을 마련했다. 정부 및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협의가 필요하다. 양하은은 “이번 (세계선수권) 단일팀은 선수 누구에게도 불이익이 없었다. 우리는 아시안게임 출전자 5명이 정해졌다. 모두 함께 하는 단일팀을 바란다”고 말했다. 주장 서효원도 “엔트리가 지켜져 피해 선수가 없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