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어린이들에게 자긍심 심어주다

    지난 8일 새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다양한 피부색을 한 500여 명 어린이들의 힘찬 기합 소리가 하늘을 향해 퍼져 나갔다. 오로라의 여섯 개 초등학교 3, 4학년 학생들이 게이트웨이 하이스쿨(Gateway High School)에 모여서 태권도 클래스 졸업식과 경연을 벌인 것이다. 이 행사는 이한원 태권도 아카데미(Han Lee’s Taekwondo Academy)의 이한원 관장이 3년 째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초등학교들을 돌아가며 무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자긍심을 키워주기 위해 벌이고 있는 행사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이 관장은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무상으로 태권도복을 나누어 주었다. 이한원 관장은 어려서 이민을 왔으면서도 태권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1986년 월드컵에서는 은메달,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올렸었다. 또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미국 팀의 주장이었고, 1993년부터 십 년간 콜로라도 스프링스 올림픽 훈련센터에서 태권도 대표팀을 지도하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미국팀 코치로도 활약했다. 이 관장이 특별히 오로라 지역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무상 태권도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아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어려운 현실에 처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일부 아이들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 학교의 무상급식에 의지하는 형편이라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 외의 액티비티를 접할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고,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태권도를 통해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된 활동이다. 한해 두해 햇수가 지나가니 이제는 학교 교장들이 먼저 클래스를 열어달라고 연락을 해 올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보스톤 K-8(Boston K-8 School), 플래쳐 커뮤니티 스쿨(Fletcher Community School), 풀톤 아카데미 오브 엑셀런스 스쿨(Fulton Academy of Excellence School), 라레도 엘레멘트리 스쿨(Laredo Elementary School), 파리 엘레멘터리 스쿨( Paris Elementary School), 버지니아 코트 엘레멘트리 스쿨(Virginia Court Elementary School)등 총 6개 학교의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했다. 이한구 원장이 각 학교를 8주씩 돌아가며 체육시간에 태권도의 품새와 함께 기본정신을 가르쳤다. 각 학교별로 대오를 구성한 아이들은 자기 학교 차례가 오면 야무지고도 다부진 표정과 몸짓으로 그 동안 배운 동작들을 열심히 펼쳐 보였다. 품새 동작이 바뀔 때마다 앞에 나온 리더들은 힘차게 구령을 외치며 반 아이들을 이끌었다. 특히 휠체어에 탄 아이들도 대열에 참여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를 치른 학생들의 만족스러운 표정과 반짝거리는 눈빛들을 통해 8주간의 교육이 결코 짧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파리스 엘레멘터리 스쿨의 교사 저스틴(Justin)은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운 효과가 “정말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일단, 잠시도 몸을 가만 두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 법석을 떠는 아이들이 몸을 얌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두 번째로는 아이들이 태권도 사범님에게 존경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어서 선생인 나에게 존경심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정신을 가르치는 태권도는 정말 훌륭하다”라고 이어갔다. 학부모인 파니(Fany) 씨는 “아들이 수줍음이 많았는데 태권도를 배우고서는 좀더 사교적이 된 것이 놀랍다”며 흐뭇해 했다.  학교 대항 경합은 품새와 발차기 동작 위주로 이루어졌고,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일단 아이들이 지닌 에너지가 얼마나 태권도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채점하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줄을 잘 서고 있는지, 자신 있게 대답을 하는지, 학급의 리더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반을 이끄는지 등이었다. 이날 1등 트로피는 플레쳐 커뮤니티 스쿨에게 돌아갔고, 라레도 엘레멘터리 스쿨과 파리스 엘레멘터리 스쿨이 각각 2등과 3등을 차지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