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스포츠보호법 위헌 판결

     이태재 씨(가명)는 미국에 와서 복권에 흠뻑 빠졌다. 한국에서는 가장 액수가 많은 로또 1등 당첨금이 100만 달러에 불과한데 반해 미국의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은 말 그대로 인생역전을 가져다 줄 만큼의 당첨금이 심심찮게 터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 씨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평소에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 씨는 한국에서는 한국의 야구, 농구, 축구 등 경기뿐 아니라 유럽의 축구나 미국의 NBA와 MLB를 보면서 재미삼아 스포츠 도박을 즐기는 것이 낙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는 경기를 판돈까지 걸고 보면 경기도 더 재미있을 뿐 아니라 같이 마시는 맥주맛도 더욱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면 이겨서 기분이 좋고 돈도 챙겨서 더 기분이 좋았다”고 이 씨는 말했다. 실제로 작년에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면서 라스베가스에서는 한 젊은 동유럽 남성이 큰 돈을 거머쥐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6차전까지 매번 승리팀을 맞춘 이 남성은 딴 돈을 다음 번 경기에 올인하면서 1400만 달러를 번 뒤 7차전 베팅은 포기한 채 유유히 돈을 챙겨 사라졌다고 한다.  이 씨가 이런 짜릿한 즐거움을 콜로라도에서도 맛볼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4일 연방대법원이 1992년 제정된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Professional and Amateur Sports Protection Act, PASPA)을 7대 2로 위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스포츠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스포츠도박을 금지해왔으며 예외적으로 네바다, 델라웨어, 몬태나, 오리건 주에서만 허용되어 왔다. 이에 뉴저지주는 애틀란타의 쇠락하는 카지노들을 대신해 스포츠 도박을 허용해달라며 지난 몇 년간 연방정부와 법정 다툼을 벌여왔으며 뉴욕주도 PASPA 철폐를 전제로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콜로라도에서 스포츠 도박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 법이 정비되어야 한다. 하나는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콜로라도 수정조례(Colorado Revised Statutes)의 타이틀 18이 폐기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도박의 종류와 장소를 규정하고 있는 콜로라도 헌법이 수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의회의 회기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힘들다. 다만, 아주 늦어질 것 같지는 않다. 2018년에 투표까지 기다리기에는 다른 주들의 행보가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16개 주에서 스포츠 도박을 허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콜로라도 게임협회의 페기 오키프(Peggi O’Keefe) 디렉터는 “당장 내일은 불가능하고 다음주도 불가능하다”면서 “아마 내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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