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 밝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6월 12일 회담이 무산될 "상당한 가능성(substantial chance)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6월에)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회담은 다음에 열릴 것"이라며 "열리면 좋을 것이고 안 열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 비핵화 로드맵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수용할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가 이뤄질 경우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행복할 것"이라며 "그의 국가는 부유해질 것이고 매우 번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권력 보장을 따로 언급한 것은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의식해 김 위원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은 2003년 리비아와의 협상 끝에 CVID를 달성했으나 2011년 '아랍의 봄' 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됐고 카다피는 피살됐다. 백악관은 볼턴 보좌관 발언 이후 이를 부정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단계적 해결이 아닌 일괄 타결(all-in-one)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꺼번에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리적인 이유로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괄 타결"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지난 수십 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내리라고 확신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도 최선을 다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있는데, 저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회담 후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를 이뤄낼 때까지 한·미 간 공조를 긴밀히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또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한편, 이날 단독회담은 낮 12시7분께 시작됐으나 두 정상의 모두발언을 취재하기 위해 회담장에 있던 취재진의 돌발 질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기자회견과 같은 질의 응답이 30분 넘게 이어지며 실제 단독회담은 12시42분부터 1시3분까지 21분간 이어졌다.  두 정상은 곧바로 수행원들과 함께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으로 전환해 65분간 진행한 후 오후 2시8분께 회담을 마쳤다.

펜스 "김정은, 협상 안하면 리비아 꼴 장난치지 말라"
북한 보란듯 … '영구적 핵폐기' 담은 이란 핵합의 요구안도 발표

    북한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백악관 핵심에서 "협상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은 또 이날 새로운 이란 핵합의 조건을 발표하면서 핵 문제에 관한 한 '영구적인 폐기'의 원칙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난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안 되면) 김정은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북한이 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자 "장난치지 말라"고 정식으로 경고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기회를 잡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명확히 한 것처럼 김정은이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나토와 미국이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정권을 축출했던 것을 '리비아 모델'이라고 거론하며 "(김정은과) 합의에 실패하면 리비아 모델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위협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북한 정권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지원할 대규모 재원을 마련 중이란 점도 공개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위한 12개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앞으로 있을 미·북 핵 협상의 토대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헤리티지 재단 연설에서 이란과의 새로운 핵합의에는 ▲영구적인 핵 폐기와 기존 핵무기 신고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처리 중단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사이버 공격 중단 등이 포함될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 미국인과 동맹국 억류자 석방, 이라크와 예멘·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의 테러 지원 중단 등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란이 협상장에 나올 것을 강조하며 "북한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우리의 가장 '확고한 적(staunchest adversaries)'과도 중대한 문제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북한을 '가장 확고한 적'으로 보고 있으며, 그런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이란에 요구한 수준의 해결을 목표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요구사항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요구했던 것과 정확히 겹친다. 여기에 북한에 한국 억류자들과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의 석방을 요구할 수 있고, 북한의 악명 높은 사이버 공격 중단도 의제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것은 단지 이란의 거대한 악행 범위를 반영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북한에도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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