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일 “(북한과) 많은 관계가 구축되고 있고 많은 협상이 (정상회담) 여행 전에 진행되고 있다”며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중요한 며칠이 될 것”이라고 했다.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의제에 관해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조야(朝野)에선 이번 회담이 정작 비핵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정치 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최선·차선·최악의 시나리오는?
미·북 정상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 및 ‘군사적 위협 해소’가 어떤 식으로 타결되느냐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주장하는 북한에 맞서 ‘일괄 타결’과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하는‘리비아 방식’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한·미 입장에선 이 방식으로 CVID를 관철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북한은 ‘리비아 방식’에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은 ‘트럼프 모델’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모델의 구체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핵화를 2~3단계로 나누되 시한을 2년 이내로 못 박고 북한에 불가침 약속, 종전 선언, 미·북 수교 등을 대가로 제시한다’ ‘다만 대북 제재는 비핵화 달성 때까지 유지한다’는 내용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는 ‘차선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김영철 면담을 거치며 기류가 또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직후 “나는 12일에 무언가에 사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합의문 같은 결과물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또 “(북한에) 천천히 하라고 했다”며 “최대 압박이란 용어를 더는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비핵화를 중장기·다단계 과제로 돌리고 단계마다 제재 이완 등의 보상을 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비판해온 ‘25년간 실패한 방식’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CVID 목표를 관철하지 못한 채 대북 제재는 약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 제재 해제는 불가역
     이런 식으로 회담이 끝날 경우 향후 북한의 일탈을 제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핵탄두 반출 같은 쇼를 통해 약속을 절반쯤 이행하다 판을 깰 경우 그때 가서 제재를 지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비핵화는 가역적이지만 제재 해제는 불가역적”이라고 했다. 이미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늘어나는 등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전방위 제재 속에서도 핵보유국 행세를 해왔다”며 “제재가 사라지면 그보다 더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언급대로라면 이번 회담은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문제는 북한이 종전 선언을 그들이 주장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 즉 주한 미군 철수의 빌미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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