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어게인'하며 신뢰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건축 일을 할 줄 알았으면 미국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사람 일이라는 게 정말 5분 뒤의 일만 알아도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요.” 십 년 넘게 한 자리에서‘덴버한인건축협회’를 운영하고 있는 박경준 사장은 의외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십 년 넘게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고 안정적인 사업구도에 들어선 것이라는 증빙일 터이다. 게다가‘덴버 루핑’과‘덴버 LED 총판 대리점’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연을 들어보았다.  박경준 사장은 2004년 미국에 왔는데 그 전까지 한국에서는 무역업에 종사했었다. 어머님과 친척들이 미국 동부에서 병원장, 박사 등으로 다들 자리를 잘 잡고 있는 덕분에 미국에 오게 되었고, 일을 찾다 보니 우연히 건축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문과에서 이과로 분야를 바꾼 셈이고 이 과정에서 그는 큰 도전을 받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헬퍼(helper)로 일을 시작했어요. 하루에 80불에서 120불 사이를 받고 일을 하러 다니는데 일이 체질상 맞지를 않더라고요. 내가 손을 대면 안하니만 못한 수준이었어요. 그리고 직접 공사를 하는 것은 정말 체질에 맞지를 않았어요”라고 박경준 사장은 지난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일을 따라다니다 보니 자신에게 직접 망치질하는 능력은 없지만 그 대신 인재들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분이 마루 일을 잘 하고, 페인트 일은 어느 분이 잘 하시는지 보는 눈이 생기더란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벗어버리고 대신 적합한 역할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제가 직접 공사를 하는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대신 제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살려서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고 필요한 곳에 실력이 좋은 기술자 분들을 코디네이션 해서 일을 완성하는 구도로 사업을도모하기 시작한 거예요”라며 박사장은 말을 이었다.

    2011년에‘건축협회’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멕시코인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이 경쟁에서 밀고 들어오면서 한인들이 일감을 빼앗기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 함께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데 있었다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처음에는 한인 건축업자들의 절반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해서 서로 힘을 모으다가 지금은 각자의 노하우를 잘 살려서 개별적으로도 사업을 잘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박경준 사장은 말을 이었다.  혼자 남아 건축협회를 지키고 있는 박 사장의 경우에도 사업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힘든 고비들을 많이 겪어내야 했다.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는 건축업자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져서 처음 계약을 할 때 공사비를 지불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한다는 것이었다.

    공사를 의뢰하는 소비자들은 공사를 맡은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니 일도 시작하기 전에 돈을 주기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고, 또 일이 깨끗하게 마무리될 지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고객들의 불안과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그라 찾은 방법은 먼저 시공을 하고 대금을 공사 후에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자금력으로 자재를 미리 구입하고, 인건비는 바로바로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박경준 사장은 “지금은 손님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고, 자금력도 나아져서 이런 부분에서 무난하게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어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런 사업 방식으로 인해 오히려 공사를 다 마치고도 공사대금을 못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버거킹 매장을 300개나 가진 유태인이었는데 잔금을 1년 반 동안이나 미루고 주지 않는 것을 간신히 받은 경우도 있었고, 3년 전에는 대단히 큰 금액을 받지 못하는 일도 겪었다.

    한국에 다녀오는 동안 뭔가 일이 잘못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도 잃고 돈도 잃게 되었다. “저를 두고 사람들이 모두 ‘망했다’고 했어요. 제가 얼굴 생긴 게 험악하니 저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 분들도 계셨어요.”
박경준 사장에게는 이때가 최대의 고비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음이 정말 고통스러웠던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잘못 살아왔던 부분들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술과 담배부터 끊기 시작했고, 오후 세시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니 가정이 회복되어 갔다. 이에 더해 습관적으로 교회를 다니던 것에서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는 ‘본 어게인(born again)’을 하게 되었단다. 박경준 사장은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라는 요한복음 3장 3절이 살아있는 말씀으로 다가왔어요. 교회 생활 열심히 하면 천국 가는 줄 알았다가 종교행위가 아닌 신앙으로 거듭나는 ‘본 어게인’의 차이를 알게 된 거지요”라며 그때의 감동을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서 “그때는 정말 망할 줄 알았어요. 저녁에 술도 안마시고, 사람들과 만나지도 않으니까 당연히 일이 끊어질 줄 알았지요. 그런데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일이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비결을 묻자 “솔직히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정말 알 수 없어요”라면서, 다만 스스로가 일을 열심히 하고, 돈보다는 일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은 해본다고 답했다. 돈에 마음을 두면 오히려 일이 줄어들고 반대로 일에 마음을 두고 열심히 하면 당연히 돈이 따라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에는 해일 피해를 복구하는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라이선스가 있는 회사와 조인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보험회사를 통한 보상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도록 일을 도모한다.

    특히, 얼마 전에는 리모델링을 의뢰받고 일을 하러 갔다가 의뢰인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지붕 해일 피해를 발견해서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도운 일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마도 본인이 그냥 건축뿐 아니라 지붕까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LED 총판을 통해서는 오피스 건물의 전등을 LED로 교체해서 전기료를 60% 이상 절감하는 한편 LED기업인 엑셀 에너지(Xcel Energy)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도록 돕는다. LED 교체는 규모가 큰 빌딩이 아니라면 몇 시간 정도면 가능하기에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박경준 사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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