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는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16강이 펼쳐치고 있는 러시아 카잔 아레나의 응원의 소리가 일요일 이른 아침을 요란스럽게 깨운다. 비록 대한민국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금 우리는 다소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할만큼 했다 라는 국민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27일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1% 기적'에 도전해 성공했다. 수비수 김영권과 공격수 손흥민의 연속 골을 앞세워 '전차군단'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것이다. 세계 57위인 한국이 세계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격침시키면서 전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기록한 건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비록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맞아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도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승2패 승점 3점을 기록해 F조 3위에 그쳤지만 강력한 우승후보인 독일을 조별리그 최하위로 떨어뜨렸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무대에 첫 등장한 1934년 이후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우승팀이었던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도 한치의 의심없는 강력한 우승후보였기에 대한민국의 도전은 더욱 돋보였다.

    지난 18일 스웨덴전에서 0-1, 24일 멕시코전에서 1-2로 잇달에 패하면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축구에 더이상 희망은 없다 면서 속단과 비난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전력을 가다듬었고 값진 승리를 이끌어냈다. 독일전에서 우리는 전반 45분간 밀도있는 두 줄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버텨 실점없이 막아낸 뒤 후반에는 역습하는 전략을 짰다. 신태용 감독은 역습 위주의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전반에는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과 좌우날개 문선민, 이재성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7명이 촘촘한 두줄 수비망을 구축하고 독일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같은 시간 경기를 치른 스웨덴과 멕시코 전에서 스웨덴이 한골을 앞서가면서 조별리그 탈락위기에 내몰린 독일은 공격적인 선수교체로 승부를 걸기로 결정했다. 고메스, 뮐러, 브란트 등의 발빠른 공격수를 줄줄이 투입하며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지만 우리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와 거미손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한민국팀의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득점에 실패한 독일은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사이 대한민국은 과감한 역습으로 두골을 내리 꽂았다. 우리의 드라마같은 두골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영권이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고, 손흥민이 속공으로 쐐기골을 보냈다. 무수히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감내하며 경기에 나서야 했기에 선수들의 감격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독일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경기 내내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낸 경기였다.독일을 완파한 기적같은 한국 축구는 조현우, 김영권, 손흥민의 쓰리탑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메시, 손흥민 선수는 후반 추가시간에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이번 월드컵에 두 골을 넣었다. 이로써 2014년 알제리 전과 2018년 멕시코전에 이어 독일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은 안정환(2002년 2골, 2006년 1골), 박지성(2002년 1골, 2006년 1골, 2010년 1골)과 함께 대한민국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달성했다.

    손흥민에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단연 거미손 조현우 골키퍼이다. 그의 불꽃 선방은 전세계 축구들인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독일전을 마칠 때까지도 사실 16강 진출이 좌절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누가 봐도 신태용호 ‘No.1’ 골키퍼는 김승규인 줄만 알았다. 주전 골키퍼의 상징인 등번호 ‘1번’을 내줬고, 조현우는 3순위 골키퍼를 암시하는 ‘23번’을 달았다. 김해운 골키퍼 코치가 “주전 경쟁은 끝까지 간다”고 했을 때도 자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월드컵 조별리그 시작 당일, 선수단 미팅에서 주전 골키퍼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얼떨떨한 기분에 몸서리를 쳤다. 한국이 배출한 2018 러시아월드컵 최고의 수문장 ‘대헤아’ 조현우가 사람들 앞에 조명되기까지의 얘기다. ‘무명’의 골키퍼가 6차례의 유효 슈팅을 포함해 도합 26차례의 소나기 슈팅세례를 막아내자 침착한 빌드업이 강점이던 독일은 성급하게 달려들다 패배를 자초했다. 후반 막판 토니 크로스가 날린 회심의 오른발 슈팅마저 조현우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이 일방적인 공세에도 조현우를 넘지 못했다”며 그를 극찬했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조현우를 두고 “절을 해도 마땅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조현우는 '만리장성'처럼 높고 견고하게 우리 골문을 지켜주었다.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격침시킨 덕분에 멕시코는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멕시코가 한 골 차이로 스페인을 이겨주었다면 한국도 16강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멕시코의 부진으로 한국은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한국의 투혼으로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가 한국에 보내고 있는 진심어린 감사 또한 우리 한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고 있다. 27일 저녁 히스패닉 월드컵 중계방송사인 텔레문도의 한 방송진행자는 연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꼬레아”를 외치며 월드컵 특집방송을 진행했다. LA 다운타운에서 멕시코 팬들이 한인을 목마 태운 채 환호하는 영상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멕시칸 커뮤니티는 한인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다. 한국팀의 선전을 통해 두 커뮤니티의 우정은 한층 더 돈독해졌으니 멕시코의 16강 진출이 우리에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 같다.

     독일전 응원을 위해 서울 광화문·시청 광장에는 2만명의 거리응원단이 운집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붉은색 티셔츠, 태극기, 붉은 머리띠 등을 챙겨왔다. 승리가 확정되자 서울 도심에는 붉은색 파도가 일었다. 세계 최강 독일을 꺾자 광화문이 뒤집어졌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붉은 악마들은 얼싸안고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응원전이 있을 때마다 광화문에 자리를 잡고 앉는 필자의 한 지인은 이 날도 어김없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일찍감치 저녁을 먹고 광화문으로 나가는 모습을 카톡으로 보내왔었다. 그는 독일과의 경기가 끝난 후에도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러면서 “꿈이냐, 생시냐, 독일은 우리 때문에 80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게 됐다. 16강 진출이 뭐가 중요하나.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꺾었다는게 중요하다. 맥주 마시러 간다”면서 4강 진출 때보다, 그의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축구는 여전히 산재된 숙제가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반칙왕에 올랐다. 멕시코전에서 파울 24개를 저질렀고 그중 옐로우카드가 4장이었다. 스웨덴전에서도 22개의 파울을 범하면서, 독일전을 제외하더라도 두 경기에서만 47개의 파울을 기록하면서 이번 러이사 월드컵 출전국 중 가장 반칙을 많이 한 반칙왕 국가로 우뚝 섰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의 내적 계파 분쟁으로 인해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고, 대표선수 선출조차도 꺼리는 풍토는 국익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사라질 때가 되었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요동친 월드컵 본선 F조 경쟁 구도는 스웨덴과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하며 막을 내렸다. 독일과의 승부가 있던 날은 16강 떨어지고도 분명 기쁜 날이었다. 비록 한국의 도전은 여기서 멈췄지만 후회 없는 승부로 한국 축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다음 국제대회에는 더욱 성장된 모습으로 최강 대한민국팀으로 나설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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